나의 친구들은 저마다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오래된 친구들 중 작가는 없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일상에서 만들어 내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그들에게 어떠한 친구인가,
내가 그들에게 친구이기만을 강요하지 않았나, 돌이켜보게 됐다. 그러고 보면 나는 별로 좋은 친구는 아니었다. 나 역시 그들이 외로울때 곁에 있지 않았고 그럴 여지를 주지도 않았다. 카카오톡의 친구목록을 넘기는 외롭고 절박한 순간에 나의 이름도 가볍게 화면에서멀어졌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나의 모든 것‘을 써 나가는 존재다. 누군가가 그것을 나의 앞에 가져오는 여정은 아주 길고 힘들고 무엇보다도 외롭다.  - P88

책임지지 못할 일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 나는 그게 ‘시작‘ 인줄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백지에 별생각 없이 점 하나를 찍고 말때, 누군가는 그 점에서부터 시작하는 어떤 긴 선을 그리려고 한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알았어야 했다.


작은 기대일지라도 번번이 좌절될 때 조금씩 바스러지는 마음에 대해, 이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바라는 순간 받게 되는 상처에 대해 나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M의 아픔은 다시 나의 아픔이 되었다.  - P95

마음을 다치고 나서야 깨달았다. 친구란 그저 매 시절 유행했던 대중가요 같은 거라는 사실을, 유행할 때는 질리도록 듣고 흥얼거리고 떼 지어 부르다가도 유행이 바뀌면 시들어 버리는 그런, 오래 들은 카세트테이프처럼 느슨해지는 그런, 세월이 흐른 후에 소주 한잔 들어가면 이따금 생각나는 게 전부인 그런,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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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을 지나보내면서, 나는 묘한 삶의 진실 같은 것을 하나알게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삶이란 누군가를 구하거나 구해지는 일들로 이어지며, 그렇게 여러 시절들이 서로의 둥지 같은 것이 되어 주는 누군가들을 건너가며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면, 삶의 매 시절에 어떤 손길들이 있었다. 그 손길들은 때론 연인이거나 친구, 동료이거나 그저 낯선 사람이기도 했는데 일방적으로 나를 구해 냈다기보다는, 맞잡음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견디며 의지하는 일들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짧은나날의 인연들은 인생 전체에서 ‘사소한 인연‘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사실 그 시절에는 전부였던 것이고, 그렇게 매시간마다 전부였던 돌다리들을 건너 이곳까지 왔던 게 아닐까 싶다. 그중 어느 하나의 돌덩이가 없었다면, 결국 이곳까지 이르는 돌다리를 건너지 못했을 것이다. 고양이 ‘들은 내가 발 딛고 설 수 있었던 한 시절의 돌덩이였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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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힐리아나의 실비아 씨는 무사하고, 심한 감기를 앓았다고 했다. 그의 소식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눈물로 답장을 쓴 한국의 실비아는 자기 세례명과 진짜 직업을 고백하고 그동안 마팔로 쓴 시를 찍어 첨부했다. 한국어가 무척 아름답네요. 그러더니나무의 실비아 씨는 최근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 P104

그들에게 꼭 말하고와야지. 앞으로도 갖고 싶은 건 갖고 싶다고 써서 남겨줘요. 그래야 다음 여성들이 그걸 욕망해도 된다.
는 걸 알게 돼요. 이건 나와 친구들에게도 하는 말.
그래서 쓴다. 가난한 우리는 유연한 자존감과 세심한 감각, 실패해도 안전한 경험을 갖고 싶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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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있다고 해서 온전히 내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 자주 서랍 밖으로 튀어나왔다.  - P26

양배추가 말을 거는 일은 아쉽게도 이제 없다.
우리의 마지막 대화는 이랬다.
"사람은 그렇게 강하지 않대."
그렇게 약하지도 않지.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아니, 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야. 이 배추야."
‘강하다‘의 반대편에 있는 말은 ‘약하다가 아니라 ‘강하지 않아도 괜찮다‘일 거라고 마지막으로친절하게 설명을 했는데 양배추가 제대로 이해하고제 갈 길을 갔나 모르겠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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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의 환경이나 특정한 사건, 타인의 평가에 그 마음이 달라지지 않아요.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어야만 자부심을 갖는 것도 아니에요.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이든 아니든 피하지 않고 도전합니다. 그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과정을 즐기려는 자세‘인 거예요.
- P33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의 평가를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지 않아요. 아무 조건 없이 스스로를 존중하기 때문에 주변 상황이나 타인의 시선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면이 탄탄하다는 건 바로 이런 거예요.
- P34

내 아이만 귀하고, 내 아이만 대단하다는 부모의 태도가 이런 아이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아이가 하는 일을 마치 우리 아이만 특별하게잘하는 것처럼 여기는 건 좋지 않아요. 특히 이런 식의 칭찬은 되도록안 하는 게 좋아요.
"어머머머, 우리 왕자님! 학교 잘 다녀오셨어요? 아이고, 장해라~!"
학교에 다니는 건 어느 아이들이나 하는 건데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양 말하면 아이에게 오히려 해롭습니다. 집에서는 부모님의 눈에비친 대로 거품을 유지하느라 괴롭고, 밖에서는 거품이 걷힌 자기 모습을 직면하는 게 괴롭고, 아이 입장에서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겠지요.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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