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보다 채식 위주의 달인 5월에 그랬듯이 이번 달 역시 핸드폰이 빠진 그 공백을 다른 긍정적인 것으로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달에는 걸을 때 핸드폰을 보지 않는 대신 주변 환경을 즐기는 데에초점을 맞추기로 결심했다. 지난 몇 년간 좀처럼 하지 않던 일이었다.
덥고 활기찬 8월의 뉴욕에서는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보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유명인을 마주치거나 새로운 식당을 발견하거나허드슨강 너머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보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뉴욕을 상징하는 여러 랜드마크에도 가 본 적 없다. 그 멋진 링컨 센터 앞마당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지나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는 걸으면서 핸드폰 하지 않기를 이번 달 시작 목표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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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중증 환자들과 전문가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 괜찮은척하는 사람들,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경계를 서성이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일상의 멘토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사람들, 어쩌면 아직은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아직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많이 아픈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 아픔을 표현하는일 자체가 두려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상처들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대면을 위해서는 일단 상처를 숨기기보다는 나 자신에게라도표현해야 한다. 상처가 부메랑이 돼서 내 뒤통수를 치기 전에 내가먼저 상처와 대면해서 싸워야 한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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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회복탄력성과 내적 자원을 맹렬하게 키워내다 보니 이제는 예전처럼 아프지 않은 나를 발견한다. 예전보다 더 심한 말을 들어도 미소로 넘어가기도 하고, 농담으로 받아넘기기도 한다. 화를내는 나, 분노하는 나로부터 멀어지려는 연습을 한다. 화는 화를 부를 뿐, 화풀이를 한다고 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노를 쟁여놓은 나, 억울함으로 가득 채워진 나, 내 분노를 풀 대상을찾는 나를 멀리 해야만 분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아는 나, 화에 사로잡히지 않는 나, 차분하게 본래의 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자꾸 오해를 한다.  - P18

우리는 항상 그렇게 위로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오히려 아래로 성장해야 한다. 위로 성장하는 것이 성공이나 경쟁을 통해서 가능한 에고go 의 확장이라면, 아래로 성장하는 것은 내면의 깊이가 풍요로워지는 것, 즉 셀프self의 심화이다. 우리가 삶의 보람과 열정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바로 에고의 과도한 성장이 아니라 셀프의 비옥함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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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진은 갓난아기와의 간격이 조금 벌어진 뒤에야 아이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아이를 유심히 보고 싶은마음, 다음 표정과 다음 행동을 신기하고 궁금하게 여기는 마음, 찡그린 얼굴을 가엾고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있는 마음, 관대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 인내심…… 모든 게 그 간격 이후에야 왔다. 한영진의 모성은, 그걸 부르는 더 적절한 이름이 필요하다고 언젠가 한영진은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타고난 것이 아니고 그 간격과 관계에서 학습되고 형성되었다. 그건 만들어졌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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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 말을 들으면 약간 얹힌 기분이 들었다. 밥을 먹거나물건을 얻거나 대접을 받은 것은 나인데, 혹여 가게 주인에게는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정해진 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감사하다는 말까지 들어야 한다니. 그래서 혹여 과도한 친절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병폐가 이 말로 전이되었거나,
우리가 무의미한 관용어로 일상의 빈번한 거래를 마무리짓고있는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 P176

버스가 정차했다. 사람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평범한 일상의 개수가 너무 많아 눈물이 났다. 나는 그 틈바구니에 들어가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들고 눈을 감았다. 버스는 주행하며 덜컹거렸다. 머릿속이 아득한 공간으로 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버스는 무엇인가를 평범하게 밟아내며 나아가고 있었고, 사람들은 평범하게 같이 덜컹거리고 있었다. 평범한차바퀴, 평범한 선량함, 평범한 슬픔, 그리고 평범하게 우리가밟는 것들.....… 나는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매일같이 바꾸어 살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매일 견뎌내고 있는 것 같았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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