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 말을 들으면 약간 얹힌 기분이 들었다. 밥을 먹거나물건을 얻거나 대접을 받은 것은 나인데, 혹여 가게 주인에게는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정해진 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감사하다는 말까지 들어야 한다니. 그래서 혹여 과도한 친절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병폐가 이 말로 전이되었거나,
우리가 무의미한 관용어로 일상의 빈번한 거래를 마무리짓고있는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 P176

버스가 정차했다. 사람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평범한 일상의 개수가 너무 많아 눈물이 났다. 나는 그 틈바구니에 들어가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들고 눈을 감았다. 버스는 주행하며 덜컹거렸다. 머릿속이 아득한 공간으로 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버스는 무엇인가를 평범하게 밟아내며 나아가고 있었고, 사람들은 평범하게 같이 덜컹거리고 있었다. 평범한차바퀴, 평범한 선량함, 평범한 슬픔, 그리고 평범하게 우리가밟는 것들.....… 나는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매일같이 바꾸어 살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매일 견뎌내고 있는 것 같았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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