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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읽은 책: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1. 읽으면 꼭 우는 책들이 몇권인가 있는데 그 중 하나에요. 현실의 무게때문에 우는 간지 디른 이유가 있는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 알 것같습니다.
2. 현실은 이야기에 비하면 너무 크고 무겁고 강합니다. 그냥 현실적이에요. 어떤 꾸며낸 비극도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만큼
슬프지는 않을 거에요. 많은 이야기들은 실화에서 모티프를 따오고 때로는 그 현실위에 그림자를 덧붙입니다. 거인의 어깨에 서는
것처럼 그 무게위에 올라서는 거에요.
3. 어린아이는 아빠의
유품을 찾아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어떻게 아버지를 잃었고 어떤 비극적인 사건이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설명할 필요도 없어요.
그라운드 제로 앞에 선 소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그 말만으로 짓누를 수 있는 그려낼 수 있는 비극은 굳이 단어를 문장을
필요로하지 않아요. 그라운드 제로, 9.11, 쌍둥이 빌딩.
4. 세월호, 삼풍, 그런 단어들이 다른 설명을 빌리지 않고도 심장을 짓누를 수 있는 것처럼 이 이야기도 그러합니다. 아 벼슬처럼 휘두르고 다닌 이야기인데 저 삼풍 유족이에요. 일곱살이었고 고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비극이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끝이없고 웃어넘기기에도 민망해서 그냥 저 단어는 가슴에 그림자처럼 품고 있습니다. 언제고 덜컥 굴러나오면 갑자기 재해나 사고나 죽음같은 단어들이 치고 올라와 현실이 되는 거에요. 내가 겪고 보았던 이야기들. 이야기가 아니고 소설이 아니라 그냥 거기 존재하는 단어만으로 짓눌리는 현실입니다.
5.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아빠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이야기와, 드레스덴 폭격으로 약혼녀와 가족을 잃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교차됩니다. 아버지가 되어주지 못했던 아들의 죽음과 누구보다 아빠다웠던 아버지의 죽음을 가운데두고 소년과 할아버지는 만나요.
만남이 중요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이별?상실?을 나름대로 극복해나갔다는 게 중요한 거겠죠.
6. 타이포그라피를 도입해서 글이 무너지기도 하고 그림이 흩어지기도 하고 문장이 아니라 책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에요. 특히 마지막 날아오르는 장면같은 건 누구나 그 책장을.팔락팔락 넘기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보지 않았을까요.
7. 그런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이야기는 무례할 만큼 솔직하게 아픈 부분들을 감각적으로 파고들어갑니다. 한국에서는 당사자가 아니면 무례하지.않을까 생각하기도했어요.
8. 항상 보고나면 우는데 그게 사고의 비극때문인지, 현실의 무게 때문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몇번 더 읽고나면 알겠죠.
자매 영화: 러블리 본즈(그리고 내 죽음 이후에 아름다운 관계들이 태어났어요)
자매 책: 빌리 엘리어트(소년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 지금 만나러갑니다(정확히는 아빠랑.아들이.아카이브 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요, 주인공의 목소리랑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