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1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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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내에 번역, 출간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을 다 읽으려고 하다 보니 읽게 된 책. 이번 책은 작가 아리스 시리즈도 아니고 학생 아리스 시리즈도 아닌, 연작 단편을 묶은 단편집이다. 탐정은 행각승인 지장스님. 그는 바에 와서 술 한잔을 얻어먹고 자신이 겪은 미스터리한 얘기를 들려주고, 듣는 사람은 추리해본다는 스토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미스 마플이 생각나다. 지장스님은 자신이 문제를 내고 자신이 해결하고, 미스 마플은 다른 사람이 낸 문제를 미스 마플이 해결한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미 지나간 사건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사건이 지나치게 술술 풀리는 느낌이 있다. 마지막 단편 '덴마 박사의 승천'은 어쩐지 억지스러웠다. 로봇이 발자국을 내다니, 작가가 살짝 반칙을 저지른 느낌; 

  역시 단편보다는 장편 쪽이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더 맞는 것 같다. 
  
   


2011.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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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포워드
로버트 J. 소여 지음, 정윤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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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J 소여가 쓴 <멸종>을 재미있게 읽었다. 읽고 나서 좀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찾아보니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 하나 더 있더랬다. 그게 바로 <플래쉬 포워드>다. 나온지는 얼마 안 됐는데 서점에서 별로 안 파는, 절판 초읽기의 책인 듯 하여 어찌어찌 파는 곳을 찾아서 샀다. 읽지 않은 책을 사는 건 엔간하면 꺼려지는데, 1분 43초동안 21년 뒤의 미래를 봤다는 상상력이 재미있어서. 책을 구입하면서 알았는데, 미국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모양이었다(기본 발상 빼고는 닮은 부분은 별로 없어보였다).
 
  흡인력이 있는 소설이다. 초반부부터 과학이 어쩌고저쩌고 설명이 나오면 과학의 ㄱ자에 흥미는 있지만 ㄱ자도 모르는 나는 어이구 이게 무슨 소리람 이러면서 눈을 떼굴떼굴 굴리게 된다. 이게 한 3장을 넘어갔으면 처박아놓고 한참 있다가 기억해놨을 테지만, 설명은 잠시고 본편으로 들어간다. 실험이 시작됨과 동시에 사람들은 잠시 의식을 잃고, 그리고 그 사이 미래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엄청난 참사가 일어난다.
 
  등장인물들은 꽤 다양하다. 로이드 심코, 미치코 고무라, 테오도시오스 프로코피데스. 이렇게 세 명이 주요 등장인물인 것 같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플래시포워드'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등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반응이 삽입된다. 그래서 주인공은 개인이 아니라 '플래쉬포워드' 자체인 것 같다. 그래도 한 사람만 꼽자면 나는 테오를 꼽고 싶다. 21년 뒤의 미래를 보지 못한 테오, 그 테오가 범인을 찾기 위해서 뛰는 장면이 나는 제일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일종의 추리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SF이지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처럼, <플래쉬포워드>의 이야기는 내 생각과는 달리 좀 엉뚱한 곳으로 튀어간다. 어째서 플래쉬포워드가 일어났는가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는가 같은 그런 면이 더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래쉬포워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재실험 이후부터 나오는 설명은 내 눈을 @_@?? <- 이렇게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에 아주아주 먼 미래를 보는 로이드의 모습은... 음.... 뭐랄까 갑자기 워프를 한 기분이었다. 퍼즐 조각들은 조금씩 뿌려져 있었던 것도 같지만, 아무래도 뭔가 "읭? 읭??"이런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로이드와 미치코의 결혼 여부도, 그 전까지 로이드가 보인 우유부단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다른 결말이 나와서 의아했고. 테오 살인사건의 범인과 싸우던 부분은 스릴러 삘이 나서 재밌었지만.
 
  <플래쉬포워드>는 여러 질문을 던진다. 미래를 보면 어떻게 될까? 시간이란 무엇일까? 미래는 고정되어 있을까? 미래가 고정되어 있다면, 미래에 내 옆에 있을 애인을 찾아야 하나 아니면 현재 애인과 있어야 하나? 이런 것들 말이다. 소설 속 결론은 좀 애매모호했지만 나름 훈훈하다. 사실 타임패러독스라는 것이 걸려있는 이상, 어떤 결론이 나와도 찜찜할 것 같기는 하다.
 
  뒤로 갈수록 아쉬운 기분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일단 발상만으로도 재밌는 것 같다. 그리고 플래쉬포워드를 겪은 후 '충분히 있을 법한' 사고들과 사람들의 반응들도 그렇고. 재실험 전까지의 부분이 정말 재밌다. 소설이 아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덧붙임. 

  그런데 작가가 찜해놓은 주인공은 로이드인 것 같은데(먼 미래에도 살아남는 자로 선택받았다 하니까. 나는 사실 이 부분에서 갑자기 좀 황당하고 너무 옛날공상과학만화 삘이 나서 좀 웃었는데), 나는 이 남자가 영 별로였다. <멸종>에서 나오는 주인공 남자와 비슷한 느낌이다.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싫은 느낌?;;; lllorz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싫은 느낌....... 에휴. 
  
  
   


2011.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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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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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본 건 우연이었다. 아기자기한 그림이 먼저 사로잡았지만, 짤막한 글에 담겨있는 따듯한 내용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했다. 아이도 어른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르슬랭 까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진다. 그는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게 콤플렉스였다. 어느 날 마르슬랭은 윗집에 이사온 꼬마 예술가 르네 라토를 만난다. 르네는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아이였다 둘은 친해진다. 그러나 르네는 이사를 하고 마르슬랭은 르네의 주소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둘은 어른이 되었는데.......
 
  마르슬랭과 르네는 콤플렉스인 빨개진 얼굴이, 재채기하는 소리가 서로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좋은 친구였다. 그건 둘의 약점이었지만, 둘에게 그건 친구의 상징이었고, 친구를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특징이었다. 내 약점마저도 좋아해주는 친구라니.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구는, "무척 노력해봤지만 이 두 친구가 느낀 기쁨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었다."이다. 그 한 문장만으로도 놀랄 만큼 재회한 두 사람의 기쁜 마음이 전해져온다.
 
  뒤에 적혀있는 년도를 보면 글과 그림이 그려진 뒤로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오늘 있는 이야기같다. 굉장히 짧은 이야기인데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고 가슴이 따듯해지고 웃게 된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책이다. 
  
 

 
201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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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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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 <명탐정의 규칙>을 읽은 건 이 책이 따끈따끈 신간이었을 때였다. 책 설명이 흥미로워서 기억하고 있다가, 서점에서 친구 기다리다 심심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게 기억난다. 책의 에피소드 3 초반까지 읽었을 때 친구가 와서 읽는 걸 멈췄다. 그리고 쏟아지는 책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이 책에 대해 잊어버렸다. 그러던 게, 얼마 전 다른 사람에게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라는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명탐정의 규칙>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그걸로 흥미가 확 붙어서 찾아서 보게 됐다. 그리고 서점에 가 보니 이 책의 다음권인 <명탐정의 저주>가 나와 있더라.
 
  <명탐정의 규칙>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추리소설을 까는 추리소설'이다.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추리소설의 도구- 밀실, 알리바이 트릭, 엉터리 경감, 동요살인, 범인찾기 등-들을 모아서 그것의 억지스러움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명탐정의 규칙>은 추리소설이다.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와 오가와라 반조 경감의 명콤비(?)가 사건을 해결한다. 하지만 그들은 때때로 소설의 밖에서 수군덕거린다. "이 얘기가 진짜 재밌나?" "쉿, 그런 말은 하면 안 돼요."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그러게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작가가 실력이 없으니까."
 
  까는 게 단순한 불만 말하기라고 하면, 까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내 생각에 까는 것은 사실 좀 더 섬세한 과정이 필요하다. 자칫 엇나가서 오버하게 되면 읽는 사람이 불쾌해지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잘 까기 위해서는(그래서 상대에게 공감과 웃음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해 그만큼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명탐정의 규칙>은 완벽하다. 고전적이다 못해 식상해진 패턴들을 자근자근 씹으면서도 그 저변에는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책을 읽은 뒤에 "정말 그렇지. 그런데 나는 왜 추리소설을 읽을까? 추리소설이란 뭘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베스트셀러는 잘 나가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1년 정도는 보기 힘들어진다. 심지어 예약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나는 책을 미리 읽지 않으면 엔간해서는 구입하지 않는 쪽이다. 따라서 베스트셀러는 나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게 인이 박혀서, 잘 나간다 싶으면 도리어 안 찾아 읽게 된다. 어차피 도서관에서는 없을 테니까! 사람들이 잊어갈 즈음 내가 기억해내면 읽는 거고, 사람들이 잊어갈 즈음 나도 잊었으면 그냥 안 읽는 거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로 엄청나게 많이 들은 이름이다. 그래서 도리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안 읽어봤다. (여기에는 얼마 전까지 내가 일본 추리소설을 읽지 않았던 사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명탐정의 규칙>을 읽고 그 뒤에 다른 사람이 달아놓은 해설도 보니, 이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송글송글 맺히는 거다. 그 중에서도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를 읽어보고 싶다. 명탐정이 추리과정을 설명해주지 않으므로 독자가 반강제적으로 추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소위 '본격추리소설'이 발붙일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같다. 과학적인 수사가 발달했고 기계들도 발전해서 트릭이 관여할 여지는 점점 적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식상한 패턴이지만 읽으면 재미있다. 이상하기도 하다. <명탐정의 규칙>에서 자근자근 씹은 것에 공감을 하면서도 나는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 왜일까?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명탐정의 규칙>을 읽어봄직하다. 좋아하는 사람 뒤에서 살짝 흉을 보는 듯한 그 느낌이 좋았다. 
  
   


2011.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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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게임 - Y의 비극 '88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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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데뷔작(이라고 하기에는 전에 단편을 발표한 적이 있어서 좀 모호하긴 하지만). 학생 아리스 시리즈 첫 번째 권. 이걸로 국내 출간된 학생 아리스 시리즈는 다 읽었다~.
 
  산에 캠핑을 간 EMC는 다른 세 그룹의 캠핑객과 만난다. 네 그룹의 대학생들은 의기투합해 즐겁게 놀고 그 가운데에서 연애의 간질간질한 기운도 흐르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샐리가 새벽에 편지 한 장 남긴 채 사라져버리고, 때맞춰 산이 분화를 시작하여 내려가는 길이 막힌다. 그리고 그에 맞춰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월광 게임>뒤에는 Y의 비극 '88이라는 부제가 있다. 굳이 년도가 뒤에 붙는 이유는 몇 번이고 수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소 어수선한 부분이 있다. 지나치게 많은 걸 담으려고 한 느낌이랄까.
 
  추리소설을 보면 가끔, 분위기를 묘하게 만들어서 엉뚱한 쪽에 신경이 쏠리게 하는 그런 게 있다. 월광게임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되는데(루나의 달 강의라던가) 내가 보기엔 실패다. 달의 무지막지한 힘에 놀라고 알 수 없는 범인에 대한 공포가 생긴다기 보다는, 뭐랄까, 범인은 알 거 없고 화산분화에서 탈출은 가능하냐는 게 더 궁금했다. 모험소설 보는 것처럼 lllorz 왜냐면 내가 보기에는 정체를 숨긴 범인보다 야부키 산이 더 무서웠기 때문에...;;
 
  성냥개비의 논리는 재미있었다. 오, 그게 그거로구만. 하지만 역시 탈출은 가능하냐는 게 내 최대의 관심사. 다행히 탈출했다. =ㅂ=
 
  맨 처음에 읽은 게 <월광게임>이었다면 음? 으음? 음?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시리즈에 지대한 흥미를 가졌을까는 미지수. 하지만 톡톡 튀는 대학생 캐릭터들은 귀엽고 재미있다. 청춘소설의 묘미도 있고. 2학년인 아리스는 에가미 선배를 존경하는 느낌이 강했는데 1학년인 아리스는 에가미 선배를 탐색/관찰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리요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모습이 간질간질. 추리보다는 자꾸 그 쪽으로 눈이 가서. 이건 역시 클로즈드 써클을 만든 원동력이 화산분화여서 그런 듯 하다.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아쉽다 재밌다 이런 게 갈라지겠지만, 나는 꽤 재미있었다. 
  
   


2011.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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