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쉬포워드
로버트 J. 소여 지음, 정윤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로버트 J 소여가 쓴 <멸종>을 재미있게 읽었다. 읽고 나서 좀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찾아보니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 하나 더 있더랬다. 그게 바로 <플래쉬 포워드>다. 나온지는 얼마 안 됐는데 서점에서 별로 안 파는, 절판 초읽기의 책인 듯 하여 어찌어찌 파는 곳을 찾아서 샀다. 읽지 않은 책을 사는 건 엔간하면 꺼려지는데, 1분 43초동안 21년 뒤의 미래를 봤다는 상상력이 재미있어서. 책을 구입하면서 알았는데, 미국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모양이었다(기본 발상 빼고는 닮은 부분은 별로 없어보였다).
 
  흡인력이 있는 소설이다. 초반부부터 과학이 어쩌고저쩌고 설명이 나오면 과학의 ㄱ자에 흥미는 있지만 ㄱ자도 모르는 나는 어이구 이게 무슨 소리람 이러면서 눈을 떼굴떼굴 굴리게 된다. 이게 한 3장을 넘어갔으면 처박아놓고 한참 있다가 기억해놨을 테지만, 설명은 잠시고 본편으로 들어간다. 실험이 시작됨과 동시에 사람들은 잠시 의식을 잃고, 그리고 그 사이 미래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엄청난 참사가 일어난다.
 
  등장인물들은 꽤 다양하다. 로이드 심코, 미치코 고무라, 테오도시오스 프로코피데스. 이렇게 세 명이 주요 등장인물인 것 같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플래시포워드'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등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반응이 삽입된다. 그래서 주인공은 개인이 아니라 '플래쉬포워드' 자체인 것 같다. 그래도 한 사람만 꼽자면 나는 테오를 꼽고 싶다. 21년 뒤의 미래를 보지 못한 테오, 그 테오가 범인을 찾기 위해서 뛰는 장면이 나는 제일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일종의 추리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SF이지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처럼, <플래쉬포워드>의 이야기는 내 생각과는 달리 좀 엉뚱한 곳으로 튀어간다. 어째서 플래쉬포워드가 일어났는가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는가 같은 그런 면이 더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래쉬포워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재실험 이후부터 나오는 설명은 내 눈을 @_@?? <- 이렇게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에 아주아주 먼 미래를 보는 로이드의 모습은... 음.... 뭐랄까 갑자기 워프를 한 기분이었다. 퍼즐 조각들은 조금씩 뿌려져 있었던 것도 같지만, 아무래도 뭔가 "읭? 읭??"이런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로이드와 미치코의 결혼 여부도, 그 전까지 로이드가 보인 우유부단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다른 결말이 나와서 의아했고. 테오 살인사건의 범인과 싸우던 부분은 스릴러 삘이 나서 재밌었지만.
 
  <플래쉬포워드>는 여러 질문을 던진다. 미래를 보면 어떻게 될까? 시간이란 무엇일까? 미래는 고정되어 있을까? 미래가 고정되어 있다면, 미래에 내 옆에 있을 애인을 찾아야 하나 아니면 현재 애인과 있어야 하나? 이런 것들 말이다. 소설 속 결론은 좀 애매모호했지만 나름 훈훈하다. 사실 타임패러독스라는 것이 걸려있는 이상, 어떤 결론이 나와도 찜찜할 것 같기는 하다.
 
  뒤로 갈수록 아쉬운 기분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일단 발상만으로도 재밌는 것 같다. 그리고 플래쉬포워드를 겪은 후 '충분히 있을 법한' 사고들과 사람들의 반응들도 그렇고. 재실험 전까지의 부분이 정말 재밌다. 소설이 아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덧붙임. 

  그런데 작가가 찜해놓은 주인공은 로이드인 것 같은데(먼 미래에도 살아남는 자로 선택받았다 하니까. 나는 사실 이 부분에서 갑자기 좀 황당하고 너무 옛날공상과학만화 삘이 나서 좀 웃었는데), 나는 이 남자가 영 별로였다. <멸종>에서 나오는 주인공 남자와 비슷한 느낌이다.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싫은 느낌?;;; lllorz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싫은 느낌....... 에휴. 
  
  
   


2011.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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