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끝 마을의 비밀 미스터리랜드 5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은모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별은 세 개 반.

 

  평점이 좀 낮은 이유는 이 글이 못 쓴 글이라서가 아니라 이 글의 대상연령이 나와 심히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12세이고, 대상 연령도 그 즈음이 아닐까 싶다.

 

  책은 꽤 두껍지만 행간과 자간이 넓고 글씨가 커서, 아동용 도서를 떠올리게 한다. 삽화도 들어있다. 어조도 굉장히 친절하고, 교육적인 면모도 있으며(무지개 마을의 전설을 설명해주는 장면), 트릭도 너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고속도로 건립과 환경보전 사이의 갈등 같은 사회 시사적인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줄거리 :

  12세 소년 코즈키 슈스케는 여름방학을 맞아 같은 반 친구 니노미야 유키의 시골집에 놀러간다. 무지개 끝 마을은 고속도로 건설을 둘러싼 찬성파 / 반대파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 가운데 반대파인 사사모토 신이 밀실에서 둔기를 맞아 죽는다. 추리작가가 되고 싶은 슈스케, 경찰이 되고 싶은 유키는 나름대로 범인을 찾아보려 하는데.......

 

 

  <무지개 끝 마을의 비밀>은 본격추리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클로즈드 서클, 밀실, 범인찾기 등. 그리고 단서도 골고루 제시되어 있다. 무지개 끝 마을의 전설도 괜히 나온 것이 아니며, 맨 앞의 무지개 끝 마을의 안내도도 의미없이 제시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수수께끼를 풀어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반전이 좀 약하고, 중반까지는 '아이들의 평범하고 즐거운 여름방학' 느낌이라서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다. 또한, 마지막 범인의 변심이나 범행 동기는 조금 뜬금없는 감이 있다.

 

  하지만 역시 이 글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주인공들 나이대의 아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덧.

  책을 다 읽은 뒤, 작가의 후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2012.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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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열쇠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 미리니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사라의 열쇠>를 알게 된 건 웹에 게재된 영화 소개를 통해서였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그을린 사랑>과 함께 굉장히 평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은 얼마 없었고 기간도 짧았다. 그래서 영화는 결국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간략한 소개는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가 <사라의 열쇠>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책 쪽으로 호기심이 옮아갔다.

 

 

  1942년 7월 프랑스에서 벨디브 사건이 일어난다. 열 살의 사라 스타르진스키는 그 사건의 현장에 있었다. 사라는 따라가기 싫다고 칭얼거리는 남동생 미셸을 비밀벽장 속에 숨기고 그 열쇠를 손에 쥔 채,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 경찰에게 끌려간다. 사라는 금방 집에 돌아가서 남동생을 벽장에서 꺼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버지 어머니와 떨어져 수용소에 수감된다. 사라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탈출을 결심한다.

 

  한편, 2002년의 줄리아는 프랑스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딸 조에를 낳은 미국인 잡지 기자다. 그녀는 벨디브 사건 60주년 기념으로 그 사건을 취재하게 된다. 프랑스인들은 집단 최면에 걸린 듯 벨디브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 벨디브 사건을 조사하던 줄리아는 시댁인 테자크 가문과 연관이 있는 유대계 프랑스인 소녀, 사라 스타르진스키를 알게 된다. 줄리아는 개인적으로 사라를 추적하는데.....

 

  이 책은 1942년의 유태계 프랑스인 소녀 사라와 2002년의 프랑스인과 결혼한 중년의 미국인 여성 줄리아의 시점을 번갈아 서술한다. 이 두 시점은 줄리아와 사라의 연관점이 드러난 이후 하나로 합쳐진다.

 

  <사라의 열쇠>는 수많은 콘텐츠를 통해서 알려진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것은 '홀로코스트' 그 자체가 아니다. 독일의 괴뢰 정부인 비시 정권 하에서 프랑스인 경찰에 의해 대규모 유대인 체포가 이루어졌던 '벨도브 사건' 또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배경일 뿐이다. 만약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었다면 굳이 2002년 줄리아의 시선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1942년의 사라가 자신의 경험한 일을 말한다면, 2002년의 줄리아는 1942년, 그 중에서도 사라를 추적한다. 사라가 사실을 말한다면, 줄리아는 기억에 대해 말한다. 그런데 <사라의 열쇠>에 나오는 사람들은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않고 숨기려 한다.

 

  프랑스인들은 1942년에 있었던 '벨디브 사건'을 기억에서 도려낸 듯이 행동한다. 독일의 명령에 따라 프랑스 경찰의 손으로 유대계 프랑스인들을 체포해 독일로 호송한 그 사건, 수많은 아이들까지 호송했고 부모와 아이를 떼어놓고 결국 수용소에서 죽게 만든 그 사건을 말이다.

 

  스트라진스키 씨네 집으로 이사한 테자크 가문 사람들은, 그 집에 누가 살았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 집과, 사라와, 사라의 동생에 대해 알게 된 후에도 줄리아의 시할아버지도, 줄리아의 시아버지도, 그리고 줄리아의 시할머니도 '그 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결코 말하지 않고 비밀로 간직한다. 마치 그 일이 없었던 것처럼.

 

  사라는 미국으로 가서 전혀 다른 사람처럼 과거를 숨기고 산다. 그녀는 사라 스트라진스키가 아니라 사라 뒤포르가 되어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도 자신에게 동생이 있었다는 것도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들 윌리엄에게도 자신이 프랑스인이고, 전쟁 중에 부모가 죽었다고 알려준다. 원래부터 그런 과거를 지닌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줄리아 또한 남편 베르트랑과의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에밀리에에 대해 숨기고, 억누른다. 그러나 줄리아는 사라를 추적하면서 자신이 숨겼던 것들을 드러낸다. 줄리아는 베르트랑의 의견과는 달리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고, 베르트랑의 반대에도 사라를 추적한다. 그녀가 사라를 추적하는 이유를 가스파르 뒤포르가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서요. 45년간 몰라서 미안하다고요."

 

  줄리아가 사라에 대해 추적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마치 살을 째서 고름을 짜내는 것 같다. 시아버지와 시할머니도, 그리고 뒤포르 가문의 사람들도, 다들 사라를 기억하고 있었고, 사라에 대해 말함으로써 억누른 것을 꺼내고 일종의 치유를 받는다. 슬프고 괴롭고 부끄럽고, 많은 감정을 겪지만 - 나만의 것으로 간직하고 있었을 때보다 그들은 확실히 나아진다. 자신이 모르던 어머니의 과거, 어머니의 기억을 전해받은 윌리엄 또한 처음에는 부정하고 괴로워하지만, 어머니에 대해 잘 모르던 이전보다 나아진다.

 

  다들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베르트랑과 시누이, 시어머니는 줄리아에게 괜한 짓을 했다며 질책하고, 줄리아도 윌리엄의 반응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다. 줄리아의 행동에 대해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 다른 것이다. 긁어 부스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녀의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터다. <사라의 열쇠>에서는 다행히 좋은 결과로 나타났지만 그게 억지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라는 양부모와 연락을 끊으면서까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자신이 간직한 비밀에서 놓여나지 못했다.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열쇠가 그 사실을 알려준다. 그녀가 사라 스트라진스키로 살았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녀의 결말은 조금 달라졌을까. 나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말하지 않고, 숨기고,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냥 눈을 감고 모르는 척 할 뿐이다. 사라처럼, 줄리아처럼, 테자르 가의 사람들처럼. 어떤 사건을 고의로 외면하려고 하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왜냐하면 그 사건이 들춰지는지 들춰지지 않는지 항상 주의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코 상처는 낫지 않고 자연스럽게 잊혀지지도 않는다.

 

  <사라의 열쇠>를 읽으면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생각났다. 어느 날인가 부모님은 나에게 언뜻 5.18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마도 무슨 TV 특집 방송이나 그런 걸 보고 있었을 때였을 것이다. "그때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광주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방송이 통제되어 알 수가 없었다."라고. 광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 서울은 평온했다고. 지금 생각하면 그게 굉장히 무섭다고.

 

  나는 지금도 5.18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그 말을 하던 부모님이 떠오른다. 그 때까지 5.18에 대해 모르던(변명하자면, 잘 해봐야 일제시대까지만 진도가 나가서 한국사 시간에 결코 5.18에 대해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인데) 내가 무척 부끄러워진다. '분명히 일어났던 일'이지만 대놓고 기억하지는 않았던 일. 1942년 프랑스의 벨디브 사건의 작전명이 '봄바람 작전'이라고 언급되는 부분도 내 기억을 자극했다(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던 작전명이 '화려한 휴가'였다. 봄바람 작전도 그렇지만 화려한 휴가도 실제 내용과 너무 괴리감이 크다).

 

  그래서 나는, 불편한 사실을 안 뒤에 어떻게 느낄 지는 개인의 자유고 그 중에는 그런 사실 따위 알지 못하는 게 차라리 낫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알리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줄리아는 사라를 추적하면서 점점 자신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자신의 사랑, 욕망, 그리고 삶에 대해서. 그리고 베르트랑의 사랑, 욕망, 삶에 대해서. 사라가 가진 열쇠와, 그 열쇠에 얽힌 역사와 기억은 직접 얽힌 사람들 뿐 아니라 줄리아도 자유롭게 만들었다.

 

  열쇠와 함께 남겨진 사라의 편지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기억하라."

 

 

201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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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표지부터 유쾌발랄 번쩍번쩍. <부호형사>라는 제목처럼  돈이 엄청 많아 금전감각이 범상치 않은 형사가 활약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 부호형사의 미끼

  : 7년 전 일어난 5억엔 은행강도사건의 시효만료가 3개월 남았다. 용의자는 네 명으로 줄인 상태. 간베 다이스케는 자신이 용의자들에게 접근해 돈을 쓰고 싶은 상황으로 만들겠다고 제안한다.

 

* 밀실의 부호형사

  : 주조회사 사장이 밀실인 사장실에서 불꽃에 휩싸여 사망한다. 용의자는 라이벌 주조회사 사장 한 명 뿐이지만 어떤 방법으로 사장실을 밀실로 만들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간베 다이스케는 상황이 비슷하면 용의자가 다시 범행을 저지를 거라면서 주조회사를 설립하는데...

 

* 부호형사의 함정

  : 한 중소기업 사장의 아들이 유괴당한다! 사장은 직원의 월급으로 쓸 5백만엔을 몸값으로 지불하지만 범인은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고 추가로 5백만엔을 요구하고, 사장은 결국 경찰에 신고한다. 간베 다이스케는 가짜돈을 건넬 경우 아이가 위험할 것을 걱정해서 5백만엔을 사장에게 융통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데......

 

* 호텔의 부호형사

  : 두 야쿠자 조직이 협상을 위해 온다! 여관에 분산 숙박할 경우 감시할 인원이 부족하다. 간베 다이스케는 시내 모든 여관에 예약을 걸어 야쿠자들이 엔젤호텔에 숙박하도록 몰아넣자는 계책을 짜낸다.

 

 

  돈으로 사건을 어디까지 해결할 수 있을까? <부호형사>는 마치 이 질문에 대답을 하려는 것 같다. 보통 탐정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뛰어난 두뇌, 엄청난 끈기, 굉장한 직관력 이런 것일 텐데 <부호형사>의 주인공 간베 다이스케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래서 경찰서의 말단 형사인 이 대부호의 외아들은 돈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한들 대부호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에 돈을 펑펑 써대려 할까? 그래서 작가는 다이스케의 아버지, 대부호 간베 기쿠에몬을 독특한 성격으로 설정한다. 자신이 가진 돈이 더러운 돈이라며 펑펑 써버리라고 말하며 통곡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리고 간베 다이스케로 말하자면, 엄청난 부자 아버지 밑에서 자라 보통이 아닌 금전감각을 가지게 되어서 중소기업 하나 설립하는 것은 '뭐 대기업도 아닌데 자본금도 별로 안 들테고' 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남자이다. 주변의 시선이 이상해질 때마다 '뭔가 내가 또 이상한 소리를 했나?'하고 자신의 금전감각을 되짚어보는.

 

  이런 식으로 유머러스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사방팔방으로 퉁퉁 튀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부호형사>에서 제일 재미를 주는 것은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다만 이것은 관점에 따라서 단점이 되기도 한다. 미스터리란 이야기의 핵심에 '사건'이 놓여있다. 탐정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이야기의 핵심은 역시 사건이다. 그러나 <부호형사>의 핵심에는 간베 다이스케 및 그의 주변인물들이 놓여있다. 뭐랄까, 이 캐릭터를 빛나게 하기 위해 사건이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읽으며 종종 시트콤 같이 왁자지껄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아무래도 쓰쓰이 야스타카가 미스터리를 주종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인 듯 하다.

 

  <부호형사>에서 두 번째로 돋보이는 것은 서술기법(?)이다. 이 글에서 작가는 꽤 제멋대로다. 갑자기 작가가 글에서 툭 튀어나와서 '이 부분은 재미없으니까 빨리감기', '동시서술이라는 걸 해 보고 싶었는데 망했으니 그냥 시간순을 섞어놓겠음',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 이런 사건이 있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언급 안함' 등등을 대놓고 이야기한다. 자칫 거슬릴 수 있는 이런 이야기도 <부호형사>의 포인트가 된다. 언뜻 얼척없을 듯한 설정과 서술을 뒤섞어놓으니 뜻밖에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는 느낌이다(작가는 노리고 썼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재미있게 후루룩 써내려갔다는 느낌을 받아서 책을 읽으며 더욱 즐거웠다(후기를 보니 작가는 좀 괴로웠을지도 모르지만 글을 읽으며 받은 인상은 그랬다). 치밀한 구성과 큰 재미보다는 독특한 설정과 자잘한 재미들이 돋보인다. 미스터리라는 관점에서는 아쉬운 구석이 있지만 오락소설로는 충분한 매력이 있다.

 

 

201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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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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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은 세 개 반에서 네 개 사이.

 

  코난 도일 재단에서 공식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흥미가 갔던 책이다.

 

  줄거리 :

  셜록 홈즈는 미술상 카스테어즈에게서 미국에서부터 자신을 쫓아온 '납작모자단'의 잔당 킬런 오도너휴에게서 자신을 지켜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홈즈는 일단 카스테어즈를 돌려보내지만, 다음 날 전보로 카스테어즈의 저택에 누군가 침입해 금고에서 50달러와 어머니의 유품인 목걸이를 훔쳐갔다는 소식을 받는다. 셜록 홈즈는 베이커가 특공대를 풀어 킬런 오도너휴를 추적하고, 특공대의 연락을 받고 간 여관에서 킬런은 시체로 발견된다. 그렇게 사건이 종결되는 듯 했으나, 여관을 지키게 했던 아이가 손목에 흰 리본을 매단 채 시체로 발견되면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드는데......

 

  '코난 도일 재단에서 공식 인증받은 셜록 홈즈 시리즈'라는 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실크하우스의 비밀>은 굉장히 충실한 셜록 홈즈 패스티쉬이다.

 

  앤터니 호로비츠는 교묘하게 아서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와의 간극을 메우고 있다. 다름 아닌, 사건을 서술하는 왓슨 박사의 나이를 죽음이 머잖은 노년(셜록 홈즈는 이미 사망한 후)로 설정한 것이다. 회상하는 형식으로 적은 것이라 그런지 곳곳에 회상 씬이 들어가 있고,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옛날엔 그랬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라고 덧붙이는 부분을 통해 작가의 독자적 시각 또한 어색하지 않게 섞어낸다. 회상이 섞여있기 때문인지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흐름이 기묘할 정도로 느릿느릿하다.

 

  사건의 종류 또한 이런 기법을 쓰는 데에 한 몫을 해낸다. 왓슨 박사는 이 이야기를 자신의 사후 100년 뒤에 공개해달라고 서두에 기록했는데, 그 이유는 '100년 뒤의 독자들은 추문과 타락상에 현재보다 면역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확실히 19c의 독자들은 소화하기 버거울 듯한 내용이다.)

 

  <실크하우스의 비밀>에 나오는 사건은 두 종류이다. 하나는 카스테어즈가 의뢰한 '납작모자단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부랑아 소년의 죽음으로 시작된 '실크하우스 사건'이다. '납작모자단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는 초반에 어렵잖게 눈치챘지만, 실크하우스의 비밀에 대해서는 반전이 터질 때까지 짐작하지 못했다.

 

  <납작모자단 사건>은 아서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에서 익히 보아왔던 스타일이지만, <실크하우스 사건>은 기존의 셜록 홈즈 시리즈와는 다소 다른 느낌을 준다. 셜록 홈즈 하면 생각나는 퍼즐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스릴러 쪽에 조금 더 가깝다. 단서가 이미 다 주어진 뒤 명석한 두뇌로 사건을 파해지는 게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가면서 추적해가는 식이다.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계속 맞이하고, 그래서 '처음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였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멀리 왔다 싶은 때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끝이 난다. 마지막장에서 보여준 셜록 홈즈 다운 정리는 매력적이었다.

 

  이 책의 또다른 즐거움은 풍부한 배경 지식이다. 19C 런던의 좋은 면을 부각시켰던 코난 도일과는 달리 앤터니 호로비츠는 빈민가, 부랑아 등의 부정적 풍경 또한 충실하게 살려냈다. 살아 있는 듯한 배경은 이 소설의 매력적인 요소 중의 하나다.

 

  다시 말해 <셜록 홈즈 : 실크하우스의 비밀>은 한편으로는 아서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에 충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에서 보기 힘들었던 면들을 은근히 부각시킨다. 너무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너무 같아지지도 않게 노력한 앤터니 호로비츠의 노력은 상당히 수확을 거둔 듯 하다.

 

  다만, 이 글에 모리아티 교수를 등장시킬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모리아티 교수의 등장을 빼도 이야기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 부분은 상당히 공을 들인 사족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에서 두드러지는 것들을 모두 집어넣고 싶었기 때문일까. 셜록 홈즈의 패스티쉬라는 면에서는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일지 모르지만, 책 자체에서는 흐름을 주춤하게 만드는 악재였던 듯 하다.

 

  다 읽은 지금 정리해보자면, 이 글은 홈즈 패스티쉬라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로만 보면 잘 짜여져 있긴 하지만 흐름이 단조로워서 썩 몰입이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번역과 편집은 다소 실망스럽다. 19C 런던스러운 고풍스러운 느낌은 잘 살린 서술이나, 중간중간 눈에 거슬리는 문장들이 보여서(음, 이건 무슨 뜻이지?;;; 주술호응이 안 되는 거 같은데?;;;;) 읽는데 거치적거렸다. 신국판 하드커버여서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기 힘들었고, 책 사방에 여백이 많고 행간과 자간이 넓어서 쓱쓱 읽히는 맛이 없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여러모로 조금 아쉬웠다.

 

 

2012.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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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별은 네 개 반.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표지다. 검은색의 고양이들로 꾸며진 표지가 매우 귀엽다. 그리고 제목은 조금 미스터리하면서도 유쾌하다.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라니, 발랄한 표지만큼 발랄한 제목이다.

 

  표지는 검은 고양이가 장식하고 있지만 책 내용에는 삼색고양이만 등장하고 있다. 살인사건이 두 건(10년 전 사건을 끼워넣으면 세 건)이나 등장하지만, 글의 분위기는 훅 불면 날아갈 듯이 가볍다. 작가의 유머와 말장난은 (번역본이다 보니) 먹힐 때도 있고 안 먹힐 때도 있는데 <저택섬>보다는 무리없이 녹아있는 것 같다.

 

  줄거리 :

  사립탐정 우카이 모리오에게 자신의 애묘 미케코를 찾아달라며 성공보수 120만엔을 건 마네키스시 사장 고도쿠지 도요조가 자택 한켠의 비닐하우스에서 살해당한다. 하필 그 장소는 10년 전 고도쿠지 집안의 주치의 야지마 요이치로가 살해당한 장소다. 비닐하우스 뒷문에는 사람 키만한 마네키네코가 서 있었고, 고도쿠지 도요조의 살해장면을 목격한 딸 마키는 당시 사람만한 마네키네코와 미케코가 보였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용의자들은 마네키네코가 비닐하우스에 등장한 자정부터 새벽까지 알리바이가 있다. 사건을 맡은 스나가와 경부가 갈피를 못 잡는 가운데, 도요조의 장례식장에서 또 한 번의 살인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마네키네코 백과사전인가!"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마네키네코가 기본에 깔려있는 소설. 고양이보다 마네키네코가 많이 나온다. 읽다보면 작가도 고도쿠지 도요조처럼 마네키네코 마니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마네키네코가 동기, 트릭, 해결의 열쇠까지 쥐고 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며 소재가 어딘지 엉뚱하고 개그가 툭툭 날아다니지만, 읽다 보면 이 책이 꽤 탄탄한 본격추리라는 것에 도리어 놀라게 된다.

 

  핵심은 알리바이 트릭이다. 트릭이 밝혀지기 전까지 대체 어떤 방법일까 이런저런 궁리를 해 보는 게 재미있었다. 그러나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조금 멍해졌다. 대답은 되는데(꽤 납득이 갈만한 대답들인데) 그 대답이 유머와 섞여 있어서 뭔가 이건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ㅠㅠ 이글이 차근차근 잘 짜여진 미스터리면서도 읽으면서 가끔 떨떠름해지는 건, 나는 이 포인트에서 좀 진지해지고 싶은데 작가는 역으로 가볍게 툭 치고 나오는 데에서 느껴지는 불협화음 때문인 듯 하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탐정과 형사가 각각 사건의 한 꼭지씩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탐정 우카이 모리오에게는 범인의 동기 찾기, 경찰인 스나가와 경부에게는 트릭 밝히기와 범인 잡기가 맡겨져 있다. 이건 각자의 역할이 달라 그런 것 같다. 우카이 모리오는 120만엔을 받기 위해 미케코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고, 스나가와 경부는 도요조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게 최우선이다(동기야 범인을 추궁하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

 

  천재적인 탐정이 다른 사람들은 풀지 못한 문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것도 좋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좋다. 서로 다른 실마리를 쫓다가 끝에서 마주치는 게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준다.

 

  소설 속에서 우카이 탐정과 스나가와 경부가 마주쳤을 때 아는 척을 해서 혹시 시리즈가 아닐까 싶었는데 과연 시리즈였다. '이카가와 시 시리즈'라고 한다. 총 5편이 있는데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는 3편이라고. 전작을 읽지 않아도 글을 읽는데 지장은 없지만, 캐릭터들이 꽤 마음에 들어서 읽어볼까 싶기도 하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밀실을 향해 쏴라!>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여기 시체를 버리지 말아주세요!>라니 시리즈 제목이 다들 유쾌하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소설은 가볍게 읽기 좋다. 그리고 다 읽고보면 뜻밖에 잘 짜여져 있다. 그러나 잘 짜여져 있기 때문에 가끔, 이 글을 진지하게 썼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글을 읽으며 가끔 '유머스럽게 쓰려 노력했구나' 싶어 짠할 때가 있는데(그 부분이 나는 안 웃겼으므로) 그 때문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글은 선뜻 별 다섯 개를 주기가 망설여진다. 나에게 맞지 않는 개그를 볼 때의 그 뻘쭘함이 계속 생각나기 때문이다.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와 일본어 말장난(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 말장난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꽤나 어색해진다)은 작품에 개성을 주지만 그 때문에 얻게 되는 단점도 만만치 않은 듯 하다.

 

 

 

 201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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