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별은 네 개 반.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표지다. 검은색의 고양이들로 꾸며진 표지가 매우 귀엽다. 그리고 제목은 조금 미스터리하면서도 유쾌하다.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라니, 발랄한 표지만큼 발랄한 제목이다.

 

  표지는 검은 고양이가 장식하고 있지만 책 내용에는 삼색고양이만 등장하고 있다. 살인사건이 두 건(10년 전 사건을 끼워넣으면 세 건)이나 등장하지만, 글의 분위기는 훅 불면 날아갈 듯이 가볍다. 작가의 유머와 말장난은 (번역본이다 보니) 먹힐 때도 있고 안 먹힐 때도 있는데 <저택섬>보다는 무리없이 녹아있는 것 같다.

 

  줄거리 :

  사립탐정 우카이 모리오에게 자신의 애묘 미케코를 찾아달라며 성공보수 120만엔을 건 마네키스시 사장 고도쿠지 도요조가 자택 한켠의 비닐하우스에서 살해당한다. 하필 그 장소는 10년 전 고도쿠지 집안의 주치의 야지마 요이치로가 살해당한 장소다. 비닐하우스 뒷문에는 사람 키만한 마네키네코가 서 있었고, 고도쿠지 도요조의 살해장면을 목격한 딸 마키는 당시 사람만한 마네키네코와 미케코가 보였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용의자들은 마네키네코가 비닐하우스에 등장한 자정부터 새벽까지 알리바이가 있다. 사건을 맡은 스나가와 경부가 갈피를 못 잡는 가운데, 도요조의 장례식장에서 또 한 번의 살인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마네키네코 백과사전인가!"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마네키네코가 기본에 깔려있는 소설. 고양이보다 마네키네코가 많이 나온다. 읽다보면 작가도 고도쿠지 도요조처럼 마네키네코 마니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마네키네코가 동기, 트릭, 해결의 열쇠까지 쥐고 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며 소재가 어딘지 엉뚱하고 개그가 툭툭 날아다니지만, 읽다 보면 이 책이 꽤 탄탄한 본격추리라는 것에 도리어 놀라게 된다.

 

  핵심은 알리바이 트릭이다. 트릭이 밝혀지기 전까지 대체 어떤 방법일까 이런저런 궁리를 해 보는 게 재미있었다. 그러나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조금 멍해졌다. 대답은 되는데(꽤 납득이 갈만한 대답들인데) 그 대답이 유머와 섞여 있어서 뭔가 이건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ㅠㅠ 이글이 차근차근 잘 짜여진 미스터리면서도 읽으면서 가끔 떨떠름해지는 건, 나는 이 포인트에서 좀 진지해지고 싶은데 작가는 역으로 가볍게 툭 치고 나오는 데에서 느껴지는 불협화음 때문인 듯 하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탐정과 형사가 각각 사건의 한 꼭지씩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탐정 우카이 모리오에게는 범인의 동기 찾기, 경찰인 스나가와 경부에게는 트릭 밝히기와 범인 잡기가 맡겨져 있다. 이건 각자의 역할이 달라 그런 것 같다. 우카이 모리오는 120만엔을 받기 위해 미케코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고, 스나가와 경부는 도요조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게 최우선이다(동기야 범인을 추궁하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

 

  천재적인 탐정이 다른 사람들은 풀지 못한 문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것도 좋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좋다. 서로 다른 실마리를 쫓다가 끝에서 마주치는 게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준다.

 

  소설 속에서 우카이 탐정과 스나가와 경부가 마주쳤을 때 아는 척을 해서 혹시 시리즈가 아닐까 싶었는데 과연 시리즈였다. '이카가와 시 시리즈'라고 한다. 총 5편이 있는데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는 3편이라고. 전작을 읽지 않아도 글을 읽는데 지장은 없지만, 캐릭터들이 꽤 마음에 들어서 읽어볼까 싶기도 하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밀실을 향해 쏴라!>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여기 시체를 버리지 말아주세요!>라니 시리즈 제목이 다들 유쾌하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소설은 가볍게 읽기 좋다. 그리고 다 읽고보면 뜻밖에 잘 짜여져 있다. 그러나 잘 짜여져 있기 때문에 가끔, 이 글을 진지하게 썼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글을 읽으며 가끔 '유머스럽게 쓰려 노력했구나' 싶어 짠할 때가 있는데(그 부분이 나는 안 웃겼으므로) 그 때문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글은 선뜻 별 다섯 개를 주기가 망설여진다. 나에게 맞지 않는 개그를 볼 때의 그 뻘쭘함이 계속 생각나기 때문이다.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와 일본어 말장난(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 말장난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꽤나 어색해진다)은 작품에 개성을 주지만 그 때문에 얻게 되는 단점도 만만치 않은 듯 하다.

 

 

 

 201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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