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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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은 세 개 반에서 네 개 사이.

 

  코난 도일 재단에서 공식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흥미가 갔던 책이다.

 

  줄거리 :

  셜록 홈즈는 미술상 카스테어즈에게서 미국에서부터 자신을 쫓아온 '납작모자단'의 잔당 킬런 오도너휴에게서 자신을 지켜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홈즈는 일단 카스테어즈를 돌려보내지만, 다음 날 전보로 카스테어즈의 저택에 누군가 침입해 금고에서 50달러와 어머니의 유품인 목걸이를 훔쳐갔다는 소식을 받는다. 셜록 홈즈는 베이커가 특공대를 풀어 킬런 오도너휴를 추적하고, 특공대의 연락을 받고 간 여관에서 킬런은 시체로 발견된다. 그렇게 사건이 종결되는 듯 했으나, 여관을 지키게 했던 아이가 손목에 흰 리본을 매단 채 시체로 발견되면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드는데......

 

  '코난 도일 재단에서 공식 인증받은 셜록 홈즈 시리즈'라는 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실크하우스의 비밀>은 굉장히 충실한 셜록 홈즈 패스티쉬이다.

 

  앤터니 호로비츠는 교묘하게 아서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와의 간극을 메우고 있다. 다름 아닌, 사건을 서술하는 왓슨 박사의 나이를 죽음이 머잖은 노년(셜록 홈즈는 이미 사망한 후)로 설정한 것이다. 회상하는 형식으로 적은 것이라 그런지 곳곳에 회상 씬이 들어가 있고,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옛날엔 그랬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라고 덧붙이는 부분을 통해 작가의 독자적 시각 또한 어색하지 않게 섞어낸다. 회상이 섞여있기 때문인지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흐름이 기묘할 정도로 느릿느릿하다.

 

  사건의 종류 또한 이런 기법을 쓰는 데에 한 몫을 해낸다. 왓슨 박사는 이 이야기를 자신의 사후 100년 뒤에 공개해달라고 서두에 기록했는데, 그 이유는 '100년 뒤의 독자들은 추문과 타락상에 현재보다 면역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확실히 19c의 독자들은 소화하기 버거울 듯한 내용이다.)

 

  <실크하우스의 비밀>에 나오는 사건은 두 종류이다. 하나는 카스테어즈가 의뢰한 '납작모자단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부랑아 소년의 죽음으로 시작된 '실크하우스 사건'이다. '납작모자단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는 초반에 어렵잖게 눈치챘지만, 실크하우스의 비밀에 대해서는 반전이 터질 때까지 짐작하지 못했다.

 

  <납작모자단 사건>은 아서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에서 익히 보아왔던 스타일이지만, <실크하우스 사건>은 기존의 셜록 홈즈 시리즈와는 다소 다른 느낌을 준다. 셜록 홈즈 하면 생각나는 퍼즐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스릴러 쪽에 조금 더 가깝다. 단서가 이미 다 주어진 뒤 명석한 두뇌로 사건을 파해지는 게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가면서 추적해가는 식이다.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계속 맞이하고, 그래서 '처음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였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멀리 왔다 싶은 때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끝이 난다. 마지막장에서 보여준 셜록 홈즈 다운 정리는 매력적이었다.

 

  이 책의 또다른 즐거움은 풍부한 배경 지식이다. 19C 런던의 좋은 면을 부각시켰던 코난 도일과는 달리 앤터니 호로비츠는 빈민가, 부랑아 등의 부정적 풍경 또한 충실하게 살려냈다. 살아 있는 듯한 배경은 이 소설의 매력적인 요소 중의 하나다.

 

  다시 말해 <셜록 홈즈 : 실크하우스의 비밀>은 한편으로는 아서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에 충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에서 보기 힘들었던 면들을 은근히 부각시킨다. 너무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너무 같아지지도 않게 노력한 앤터니 호로비츠의 노력은 상당히 수확을 거둔 듯 하다.

 

  다만, 이 글에 모리아티 교수를 등장시킬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모리아티 교수의 등장을 빼도 이야기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 부분은 상당히 공을 들인 사족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에서 두드러지는 것들을 모두 집어넣고 싶었기 때문일까. 셜록 홈즈의 패스티쉬라는 면에서는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일지 모르지만, 책 자체에서는 흐름을 주춤하게 만드는 악재였던 듯 하다.

 

  다 읽은 지금 정리해보자면, 이 글은 홈즈 패스티쉬라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로만 보면 잘 짜여져 있긴 하지만 흐름이 단조로워서 썩 몰입이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번역과 편집은 다소 실망스럽다. 19C 런던스러운 고풍스러운 느낌은 잘 살린 서술이나, 중간중간 눈에 거슬리는 문장들이 보여서(음, 이건 무슨 뜻이지?;;; 주술호응이 안 되는 거 같은데?;;;;) 읽는데 거치적거렸다. 신국판 하드커버여서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기 힘들었고, 책 사방에 여백이 많고 행간과 자간이 넓어서 쓱쓱 읽히는 맛이 없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여러모로 조금 아쉬웠다.

 

 

2012.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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