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표지부터 유쾌발랄 번쩍번쩍. <부호형사>라는 제목처럼  돈이 엄청 많아 금전감각이 범상치 않은 형사가 활약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 부호형사의 미끼

  : 7년 전 일어난 5억엔 은행강도사건의 시효만료가 3개월 남았다. 용의자는 네 명으로 줄인 상태. 간베 다이스케는 자신이 용의자들에게 접근해 돈을 쓰고 싶은 상황으로 만들겠다고 제안한다.

 

* 밀실의 부호형사

  : 주조회사 사장이 밀실인 사장실에서 불꽃에 휩싸여 사망한다. 용의자는 라이벌 주조회사 사장 한 명 뿐이지만 어떤 방법으로 사장실을 밀실로 만들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간베 다이스케는 상황이 비슷하면 용의자가 다시 범행을 저지를 거라면서 주조회사를 설립하는데...

 

* 부호형사의 함정

  : 한 중소기업 사장의 아들이 유괴당한다! 사장은 직원의 월급으로 쓸 5백만엔을 몸값으로 지불하지만 범인은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고 추가로 5백만엔을 요구하고, 사장은 결국 경찰에 신고한다. 간베 다이스케는 가짜돈을 건넬 경우 아이가 위험할 것을 걱정해서 5백만엔을 사장에게 융통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데......

 

* 호텔의 부호형사

  : 두 야쿠자 조직이 협상을 위해 온다! 여관에 분산 숙박할 경우 감시할 인원이 부족하다. 간베 다이스케는 시내 모든 여관에 예약을 걸어 야쿠자들이 엔젤호텔에 숙박하도록 몰아넣자는 계책을 짜낸다.

 

 

  돈으로 사건을 어디까지 해결할 수 있을까? <부호형사>는 마치 이 질문에 대답을 하려는 것 같다. 보통 탐정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뛰어난 두뇌, 엄청난 끈기, 굉장한 직관력 이런 것일 텐데 <부호형사>의 주인공 간베 다이스케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래서 경찰서의 말단 형사인 이 대부호의 외아들은 돈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한들 대부호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에 돈을 펑펑 써대려 할까? 그래서 작가는 다이스케의 아버지, 대부호 간베 기쿠에몬을 독특한 성격으로 설정한다. 자신이 가진 돈이 더러운 돈이라며 펑펑 써버리라고 말하며 통곡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리고 간베 다이스케로 말하자면, 엄청난 부자 아버지 밑에서 자라 보통이 아닌 금전감각을 가지게 되어서 중소기업 하나 설립하는 것은 '뭐 대기업도 아닌데 자본금도 별로 안 들테고' 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남자이다. 주변의 시선이 이상해질 때마다 '뭔가 내가 또 이상한 소리를 했나?'하고 자신의 금전감각을 되짚어보는.

 

  이런 식으로 유머러스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사방팔방으로 퉁퉁 튀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부호형사>에서 제일 재미를 주는 것은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다만 이것은 관점에 따라서 단점이 되기도 한다. 미스터리란 이야기의 핵심에 '사건'이 놓여있다. 탐정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이야기의 핵심은 역시 사건이다. 그러나 <부호형사>의 핵심에는 간베 다이스케 및 그의 주변인물들이 놓여있다. 뭐랄까, 이 캐릭터를 빛나게 하기 위해 사건이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읽으며 종종 시트콤 같이 왁자지껄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아무래도 쓰쓰이 야스타카가 미스터리를 주종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인 듯 하다.

 

  <부호형사>에서 두 번째로 돋보이는 것은 서술기법(?)이다. 이 글에서 작가는 꽤 제멋대로다. 갑자기 작가가 글에서 툭 튀어나와서 '이 부분은 재미없으니까 빨리감기', '동시서술이라는 걸 해 보고 싶었는데 망했으니 그냥 시간순을 섞어놓겠음',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 이런 사건이 있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언급 안함' 등등을 대놓고 이야기한다. 자칫 거슬릴 수 있는 이런 이야기도 <부호형사>의 포인트가 된다. 언뜻 얼척없을 듯한 설정과 서술을 뒤섞어놓으니 뜻밖에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는 느낌이다(작가는 노리고 썼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재미있게 후루룩 써내려갔다는 느낌을 받아서 책을 읽으며 더욱 즐거웠다(후기를 보니 작가는 좀 괴로웠을지도 모르지만 글을 읽으며 받은 인상은 그랬다). 치밀한 구성과 큰 재미보다는 독특한 설정과 자잘한 재미들이 돋보인다. 미스터리라는 관점에서는 아쉬운 구석이 있지만 오락소설로는 충분한 매력이 있다.

 

 

201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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