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가, 제망매가, 정과정, 동동... 수능 본지 벌써 3년차지만 아직도 한두줄만 봐도 금방 나머지 구절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익숙한 고전시가들이다. 고등학생 시절 국어 공부를 꽤나 좋아했지만 외계어 같은 데다가 내용마저 뻔하고 진부한 고전시가에는 영 정을 못 붙였던 것 같다. 뭐만 하면 임금님 사랑한다, 임금님 보고싶다, 이게 다 임금님 은혜다, 이러고 있으니. 그래도 이렇게 뻔한 만큼 고어 해석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쉽게 이해되고 문제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유형이기도 해서, 나에게 고전시가는 일종의 애증의 존재다.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고대 가요, 향가, 고려 가요」는 제목 그대로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고전시가, 그 중에서도 고대가요와 향가, 고려 가요를 골라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사실 고려 가요까지만 있는 것 치고 책 두께가 꽤 있는 편이라 조금 신기했는데, 책을 펼쳐보자마자 그 이유를 납득했다. 모든 시들이 매 구절마다 알록달록한 삽화와 함께 풀어 해설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뭐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작화도 쓸데없이 고퀄리티고 설명도 자세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수험생 시절을 지나 이젠 국어 과외 선생으로서 수험생들을 가르치는 입장까지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고전 시가에 대해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알고 보면 정말 별거 아닌데 지레 겁먹게 된다'는 것이다. 학생 시절 나 또한 그랬고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도 대부분 그랬다. 이게 과연 국어가 맞나 싶은 언어로 쓰여 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주제나 세부 사항 파악은 커녕 내용에 대한 감조차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국어 영역에서 고전시가보다 쉬운 것도 또 없다. 문제는 익숙해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익숙해지려면 자주 접하고 많이 읽으며 이해해보는 연습이 필요한데, 이미 '어렵다'고 인식된 것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이 책이 좋은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할 정도로 구구절절 풀어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아무리 고전시가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최소한 어렵다는 생각은 안 들게 해줄 것 같다. 비슷한 내용, 반복되는 주제의식을 쉬운 해설과 함께 눈에 좀 익히고 나면 자신감을 조금 얻게 될지도... 안 그래도 고전시가가 국어에서 제일 어렵다는 과외수니한테 추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