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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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아로니아공화국 #다산북스서평단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과거에는 '자기개발', 요즈음은 '인문학 열풍'을 필두로 한 그렇고 그런 논픽션 책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겠지만... 무엇보다 서사가 있는 글이 훨씬 집중이 잘 되기 때문이다. 옛날엔 두꺼운 비문학 도서도 금방 잘 읽어냈던 것 같은데, 왠지 수능 보고 나니 더 멍청해져서 그게 잘 안 된다.

아무튼 그래서 다산북스 서평단에도 문학/인문 부문으로 신청을 했고, 6월 도서 중 유일한 소설이었던 「나의 아로니아 공화국」을 신청해 읽게 되었다. 구구절절 내 소설 선호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바로 이 책을 신청한 게 단지 '소설'이기 때문이라는 걸 말하려는 밑밥이다. 정말이지 이 책은 제목만 보고는 무슨 내용일지 감이 안 왔다. 책을 받아들고 '아로니아...? 그 눈에 좋다는 과일 얘기하는건가...?' 하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모든 서평이 그렇겠지만, 이 책은 특히 줄거리를 늘어놓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인터넷에 나오는 책 소개에도 써 있듯, 이 책은 "국가가 같잖아진 한 꼴통이 아예 국가를 만들어 신나게 노는" 내용이다. 복잡한 스토리라인이나 충격적인 반전 결말같은 것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의 매력은 그보다는 모두가 한번쯤 겪어봤을, 혹은 한번쯤 상상해봤을 그런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썰 풀듯 늘어놓는 작가의 입담에 있다. (특히 주인공의 과거가 관악구 신림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관악구민으로서 반갑기도 했다.)

헬조선 담론이 널리 퍼진 오늘날 한국이 싫어서 탈출한다 (= 탈조선) 는 서사 정도는 흔하디 흔한데, 아예 나라를 만들어버리는 이야기는 본 적이 없어서 꽤나 신선했다. 또 서술 방식이나 스토리 구조가 영화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왠지 읽는 내내 책의 내용이 쉽게 영화 장면으로 상상되곤 했는데, 다 읽고 나서 작가 소개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영화 시나리오 집필하시던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 보는 기분으로 확실히 가볍게, 금방 읽어내려가기 좋은 소설이다.

깊이있는 사유나 유려한 문장력을 기대한다면 약간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은 대신 발랄하고 경쾌한 재미를 가지고 있다. 조금은 비현실적일지도 모르는 스토리 전개를 따라가며 책장을 덮고 나면, 국가란 정말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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