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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이유 워프 시리즈 1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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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창”의 숙명적 라이벌, “김초엽”의 가장 추천하는 작가 ’SF 작가들의 작가’ 그렉 이건의 한국판 특별 선집의 첫 책


SF를 좋아한다. 왜 하필 SF냐고 하면 할 말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적당한 과학(꼭 엄밀할 필요는 없다)과 풍부한 상상력이 만나면 첫 장을 넘겼다가 꼬박 밤을 새워 읽게 되는 일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그래서 이번 서평단 지정 도서가 SF 소설집이라고 했을 때 기뻤다. 국내 작가, 해외 작가를 가리지 않고 SF라면 다 재미있게 읽는 편이지만, 근래에는 다양한 해외 작가의 SF를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다. 게다가 책 홍보 문구가 무려 그 ‘테드 창’과 ‘김초엽’을 언급하고 있었다. 둘 다 아주 좋아하는 작가다. 이쯤되면 믿고 읽는다.


전반적으로 첨단 과학기술이 인간의 몸과 마음(그 둘이 구분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하려면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겠다)까지 파고드는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의 미래를 알지 못했던 인간이 자신의 선택의 결과로 변화(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하는 모습은 늘 흥미롭다. 특히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이 그 선택에 개입하면서 역설적으로 ‘인간적이라는 것’, 즉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첨예한 고민을 담아낸 것이 눈에 띄었다.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간만에 읽은 하드 SF 수작이다.


<동아시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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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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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돌봄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단순한 생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전혀 돌보지 않고 타인으로부터 돌봄을 받지도 않는 존재를 인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돌봄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필요조건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 속에서 돌봄이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은 경우는 많지 않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돌봄은 파편화되고 분절되었다. 자본의 논리 속에서 돌봄은 비생산적인 노동으로 취급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코로나19였다. 전세계적인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이었던 돌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유치원과 학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아이들의 돌봄에 공백이 생겼고, 요양병원이 집단 감염의 본거지가 되자 환자 돌봄 시설의 열악한 환경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렇게 돌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시기에 발맞추어 기획되었다.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폭발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돌봄에 대한 담론은 턱없이 부족했다. 돌봄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어느정도 상식이 되었으나, 구체적인 논의 없는 공허한 외침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책은 돌봄에 대해 각자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저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질병, 교육, 젠더, 장애, 의료, 이주 등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한국의 돌봄 담론이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돌봄 담론에 익숙한 사람은 물론이고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돌봄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는 2019년부터 질병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써오고 있다. 글을 쓸 때도 가장 어려운 것이 기존의 사회 문법으로 말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약자들이 그러하듯, 아픈 사람이나 질환자는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을 ‘언어의 부재’에서 가장 통렬히 느낀다. 자신의 상황을, 고통을 비명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할 때, 그러니까 자신이 가진 언어가 어떤 의미도 없는 비명밖에 없을 때, ‘나’는 기존 사회에 속할 수 없는 이질적 존재이자, 이상적인 인간성이 결여된 존재가 된다. 실제로 이렇듯 비가시화된 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부정하게 되고,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p. 34).”

“이럴 때 다시 세상과 소통하고, 주어진 환경에 주체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일깨워야 한다. 뇌졸중 환자의 경험에서 보았듯, 낯선 공간으로 분리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친숙한 세계에 다시금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정신의학이 해내지 못한 일이다. 오히려 평등한 존재들 간의 감성적 접근이 큰 도움이 된다. 당사자들 간에, 혹은 대안적인 시스템 속에서 서로의 안위를 묻고 위로를 제공하고, 필요할 때는 고통의 시간 속에 함께 있어주며 힘껏 돌봄을 받는다면 당사자는 예전에 거주했던 세계에 다시금 통합될 수 있다 (p. 48).”

“정신의학에서는 환자에게 진단을 내릴 때, 환자의 이야기를 모두 증상으로 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는 ‘나는 이러한 사람이다’라는 자기 이야기를 상실하게 된다. 자기 삶의 가치나 목표를 가지고 자기 정체성을 구성했던 과거로부터 갑작스럽게 단절되며, 공허하고 무의미한 의학적 객관 앞에 던져진다. 따라서 환자에게 대안적인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처한 어려움을 그의 삶 전체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열망하고 존경하는 가치들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삶의 목적들에 비추어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좋은 친구와의 관계와 비슷하다. 좋은 친구 사이에서 서로는 타자를 향해 자신을 개방하며 서로의 성장을 기대한다. 타자 속에서 자기를, 자기 속에서 타자를 발견하면서 자신의 부족함과 강점을 이해하고 좋은 삶을 위해 서로 변화해 간다. 당사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친구가 된다는 뜻이다. 위계 없이 평등한 관계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서 당사자를 환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겪었던 트라우마와 폭력의 경험을 나누면서 보다 나은 선을 실천해 가는 과정에 함께 동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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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 곽재식의 방구석 달탐사
곽재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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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5일, 대한민국 최초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호가 발사되었다. 다누리호는 ‘달 궤도 전이 방식’을 이용하여 달까지 가게 되는데, 이는 탐사선을 ‘라그랑주 포인트(Lagrangian Point)’ L1까지 보낸 이후 약간의 추력을 이용하여 달 궤도로 보내는 방법으로, 오래 걸리는 대신 연료소모량이 적은 장점이 있다. 12월 16일 달 궤도 진입을 시작하여 빠르면 31일에 달 상공 100km 위에서 극지방을 지나는 원 궤도에 안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왜 갑자기 나무위키 모드가 됐냐고? 사실 서평 쓰기 전에 궁금해서 나무위키 뒤적거려 봤는데 재밌어서 쓰라는 서평은 안 쓰고 다누리호 관련 문서를 다 읽었다. 라그랑주 포인트 문서까지 가서 넋 놓고 잃다가 정신 차리고 이거 쓰고 있다.


하여간, 곽재식 작가의 신간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는 이러한 다누리호 발사에 맞춰 기획되고 출간된, ‘달나라 여행 가이드’다. 이미 소련, 미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가 달 탐사를 진행한 바 있으니(심지어 달에 발자국까지 찍고 왔다), 달은 더 이상 미지의 세계가 아니다. 이제 와서 우리가 말 그대로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달에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SNS 등지에서 이미 ‘곽재식 속도(우리가 곽재식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로 유명한 곽재식 작가는 공학박사이자 교수로, SF부터 논픽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그것도 아주 빠르게) 써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책도 역시 그렇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가 출판사 측에서 받은 요청을 인용하면, ‘곽재식 작가님 아니면, 지금 이런 책을 써주실 분은 없는 것 같다.’ 작가는 달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잘 쓰까서 ‘도당체 달이 왜 중요한데?’를 알려주는 책을 써냈다.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달의 기원, 달과 공룡 멸종, 늑대인간, 달과 인간의 운명, 밀물과 썰물, 달의 왕국 신라, 조선의 달나라 여행, 소련의 달 탐사, 미국의 아폴로 등등 정말 달에 관한 이야기라면 과학, 역사, 문화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는 책이다.

“공룡 좋아하세요? 그게 그러니까 달을 보시면 공룡이 왜 다 싹 죽어버렸는지 알 수가 있는데…” 

“신라 좋아하세요? 신라가 달을 그렇게 좋아했다는데 한입만 해보실래요?” 

“소련 좋아하세요? 더러운 부르주아지들에 맞서 위대한 혁명 동지들의 붉은기 아래 단결하는 우리가 잃을 것은 사슬뿐이요, (후략)”

달 탐사고 뭐고 별 관심이 없었더라도, 이렇게 ‘달 뷔페’를 차려두면 그중에 맛있게 먹을 것이 최소한 한두개는 있다. 그리고 상대는 곽재식이다. 전혀 상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소재들이 그의 필력을 통해 제대로 버무려져서 아무런 위화감이 없다. 저항 없이 작가가 이끄는 대로 술술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달 전문가?! 달 전문가 되는 데 관심 없다고? 그치만 방구석에서 배 긁으면서 책만 재밌게 읽으면 되는 건데, 속는 셈 치고 한번 읽어 보시라.


<동아시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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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과학 허세 (리커버판, 양장)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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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상대로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교양 도서를 자주 읽지 않는 편이다. 내가 ‘일반 대중’보다 수준높은 독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책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논픽션을 고를 때는 그래서 교양서라고 해도 반쯤은 학술서에 가까운 책을 주로 선택한다. 그래서 동아시아 출판사 서포터즈에 선정된 후 <궤도의 과학 허세>를 첫 책으로 받았을 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막상 읽으면 나름 재미있게 읽을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 … 근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선입견을 갖고 책을 대한 게 후회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저자인 ‘궤도’는 구독자 55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과학 채널 ‘안될과학’의 진행자이다. 천문우주학을 전공하고 청와대 정책자문위원과 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는 약력을 보니 더욱 믿음이 갔다. 심지어 KBS 뉴스에서 누리호 발사 생중계 해설까지 하셨다고. (TMI지만 나는 전문가의 합당한 권위를 아주 존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작가소개만 읽고도 책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했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해 심도깊게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다분히 교육적인 목적의 내용 위주로 담기엔 꼭지마다 분량도 부족(10)”하다. 이 책은 “가볍게 지나가다 들르는 편의점에 진열된 뚱뚱한 바나나 우유 같은 과학책(16)”이다. “호기심이라는 빨대를 꽂아(16)” 과학을 한 모금씩 빨아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그리고 책은 그 목적에 훌륭히 부합한다.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알코올, 심해, 블랙홀, 시간여행, 죽음, 연애, 다이어트, 외계인, 인공지능, 귀신, 암호화폐, (…) 등등 누구나 흥미를 갖고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런 재미있는 주제들에 (55만 유튜버의 짬밥이 여실히 느껴지는) 말빨을 양념 삼아 과학을 잘 ‘쓰까서’ 제공한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과학과는 담 쌓고 살아온 사람이라도 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설명은 덤이다. 덕분에 300페이지 가량의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술술 잘 읽힌다. 나는 글을 빨리 읽는 편이지만 소설에 비해 비소설의 읽기 속도가 처참할 정도로 느린데, 거의 소설 수준으로 금방 읽었다. 머리에 힘? 하나도 안 줘도 읽힌다. 근데 재밌고 유익하다.


✔️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 [ ] 나는 과학이 좀 궁금하긴 한데 머리에 힘 주고 책 읽기는 싫다.
  • [ ] 과학책 좀 읽어보고 싶은데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두렵다.
  • [ ] 누워서 배 긁으면서 봐도 페이지 잘 넘어가는 과학책을 읽고 싶다.
  • [ ] 요즘 핫한 주제들에 대한 과학 TMI를 주워듣고 (어디 가서 아는 척 좀 해보고) 싶다.

<동아시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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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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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재와 스토리. 그걸 풀어나가는 방식은 약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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