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서 - 250년 동안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침묵론의 대표 고전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3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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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침묵은 대개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되고는 한다. 부당한 것을 보고도 입 다무는 사람들, 자신들의 허물이 지적받을 때 솔직하게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침묵이라는 단어와 연상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침묵은 앞서 말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저자는 자신이 잘 모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과 글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행위를 일삼는 자들에게 침묵을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비판한다.

 사실 세상 살이, 처세를 다루는 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는 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앞서 말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은 책의 대부분에서 종교, 신으로 지칭된다. 18세기 후반, 사제였던 저자가 정치권력, 철학 등에 의해 교회의 권위가 위협을 받는 시대에 이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알면 책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저자는 종교의 권위에 도전하는 군주, 백성들의 무지를 비판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며, 알지 못하면 침묵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책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침묵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침묵의 태도를 지닐 것을 설파하면서도 정작 저자 본인은 종교의 권위를 위협하는 과학, 철학계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를 떠나 매사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자는 말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새겨들을만했다.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개그맨 이경규 씨가 한 말로 대중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바가 있다. 정보의 홍수가 일어나고 있는 듯한 요즘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과연 진리, 사실에 가까운 것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 못지않게 책임도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기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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