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군주론 ㅣ 문예 인문클래식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2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 공화국 외교관, 역사관이자 정치이론가였던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쓴 책이다.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이 축출된 후 공화국이 들어서자 제2 서기장에 오르며 다양한 외교 현장을 살피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이 훗날 군주론을 쓰는 토대가 된다. 그러나 망명한 메디치 가문이 다시 복귀하자 반란 음모에 연루되어 감옥에 갔고, 이후에 사면되어 사실상 유배된 상태에서 여러 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군주론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한 고전 인문학자가 이탈리아 원전을 완역한 것이다. 친절한 각주와 깔끔한 편집으로 가독성이 매우 좋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8장과 9장이었다. 여기서는 '사악하고 역겨운 수단이나 방식으로 군주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와 '보통 시민이 다른 시민들의 호의를 얻어 자기 나라의 군주가 되는 경우' 두 가지를 다룬다. 그중에서도 눈길이 갔던 부분은 후자인데, 시민 군주국이라는, 공화정 구조 위에서 군주국의 형태를 띠는 국가에서 보통 시민이 군주가 되었을 경우를 다룬다. 마키아벨리는 민중과 귀족, 두 가지의 이질적 존재의 속성을 군주가 잘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귀족은 수가 적지만 언제나 반역을 꿈꿀 수 있는 존재이기에 군주의 권한인 작위를 통해 다스려야 하며, 민중은 그 수가 많기에 맞서기보다는 환심을 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귀족들의 지지로 군주가 된 경우에는 박해할 줄 알았던 군주가 민중에 호의를 베풀면 민중들의 지지로 군주가 된 경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쁜 짓을 할 줄 알았던 사람이 잘해주면 오히려 더 감동을 받는, 아이러니함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번영하는 시기에는 민중들이 충성을 맹세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지면 언제든 돌아서는 것이 민중들이니 어떠한 상황에서든 군주인 자신을 끝까지 필요로 하게 만들도록 늘 생각해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마키아벨리는 민중의 속성을 설명하며 군주, 리더로서 살아남는 법을 다루고 있다.

 군주론은 추상적인 정치 이론이 아닌 현실에 적용 가능한 정치 행위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도 널리 읽히는 고전으로 남았다. 다만 그 당시의 사회환경과 지금은 많이 다르기에 모든 것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군주, 리더와 그들을 따르는 민중 간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마키아벨리가 바라보는 민중의 속성 등을 중점에 두고 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