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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명상록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지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평점 :
이 책은 로마 제국의 황제였던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을 풀어낸 책이다. 풀어냈다는 건 <명상록>의 일부 문장을 옮겨 현대적 관점에서 새롭게 다루었다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일본의 기시미 이치로라는 철학자이다. 국내에서는 매우 유명한 책인 미움받을 용기를 쓴 저자이다. 저자가 미움받을 용기에서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면 이번 책에서는 명상록을 독자로 하여금 읽기 쉽게 재해석했다.
저자는 명상록을 쓴 아우렐리우스의 삶, 당시의 시대 상황을 1장에서 설명한다. 이후에는 명상록의 다양한 문장들을 자신의 시각에서 해석한다. 명상록은 전쟁터에서 아우렐리우스가 기록한 메모들을 모은 것인데 특이한 점은 아우렐리우스 자신을 '너'라고 칭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네가 지금 처한 상황만큼 철학하기에 적합한 상황은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명백한가"와 같은 문장과 같이 스스로를 '너'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에게 하는 충고로 들리게끔 하며,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려는 아우렐리우스의 결연한 마음가짐이 느껴지기도 한다. 4장의 내용 또한 인상적인데, "무릇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찬사를 자신의 본질적 성분으로 갖지 않고 그것 자체로 완결한다. 고로 찬사에 의해 더 나아지지도, 더 나빠지지도 않는다."라는 문장은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떠오르게 한다. 노벨상이라는, 어찌 보면 외부로부터 문학가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강 작가는 동요하지 않고 소설로서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뜻에 따라 우직하게 나아가는 삶의 태도, 명상록에서 말하는 그 뜻이 한강 작가의 최근 행보와 함께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이전에도, 요즘에도 서점에서 많이 팔리는 책에는 자기계발서류가 많다. 요즘 나오는 자기계발서들은 저자의 개인적인 일상에서 오는 생각을 담은 것들이나 고전 철학서 내용의 극히 일부를 마치 자신의 생각처럼 쓴 것들이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백 년,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온 고전을 두고 굳이 그런 책들을 중점에 두고 읽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 또한 고전은 몇 마디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한다. 직접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전은 바로 읽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럴 경우 이런 책을 통해 저자가 책을 쓰던 당시의 배경, 시대 상황 등을 알게 된다면 고전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명상록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해 보기를 권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