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솔로지 -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송준호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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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소개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책인지 감이 잘 안 잡혔다. 책의 저자는 의과대학교수인데 주제는 인류의 역사이다. 뭔가 매치가 잘 안되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의학자이다 보니 생물학적 관점에서 인류를 바라보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영향을 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처럼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년 세대에게 무언가 일깨워주는 책을 쓰고자 했다고 한다.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생물학적 굴레와 유전의 법칙을 뛰어넘어 지금의 세상을 구축했는지"를 알려주고자 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3장에 나오는 "이타성의 출현" 이었다.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기로는 이타적인 사람보다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더 번영하며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개체는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적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타적인 개체는 분명히 존재한다. 왜 그런 것일까. 저자는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의 말을 인용한다. "덕은 결국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타성조차도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계산인 것이다. 뒤이어 형제와 사촌의 예를 들어 포괄적합도의 개념을 설명하는데 이 부분 또한 굉장히 흥미로웠다. 형제나 사촌을 남겨도 나의 유전자는 일정 부분 보존되기에 혈연끼리의 이타성도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비혈연 관계에서의 이타성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이는 인류이기에 가질 수 있는 성질인 상호 호혜적 이타주의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 개체의 생존과 별 상관없어 보이는 이타성이라는 것도 결국 생존하기 위해 유전자가 계산해낸 것이라는 사실, 이를 여러 학자의 이론을 통해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갈수록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다. 인류가 만들어 온 것들이 인류를 향한 위협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후 변화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기술의 발전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과학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한다. 뛰어난 인재들도 험난한 자연 계열, 공학 계열보다는 출세에 맞는 의학도로서의 길을 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현실로 인해 당장의 개인적 안위만을 생각하게 된 미래 세대에게 인류의 역사를 통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이들이 책 속 나와있는 인류의 적응, 진화 과정을 보며 근시안적 사고를 지양하고 보다 넓은 시각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원하며 서평을 마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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