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갓생 - 뾰족한 공감으로 세대의 판을 뒤집은 GS25 갓생기획 이야기
GS리테일 갓생기획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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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책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낀 적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정말 재밌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GS리테일 내 프로젝트인 '갓생기획'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갓생'은 God과 生의 합성어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일상을 뜻한다. 갓생기획은 GS리테일의 MZ 세대 직원들을 모아 상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상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며 일을 진행한다고 한다. 유통업계의 핵심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는 MZ 세대의 취향에 맞춘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전인 것이다.

 책 초반 갓생기획의 탄생부터 흥미진진했다. 유통계의 대기업인 GS리테일에서 보고를 생략하는 조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MZ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GS리테일의 상부에서도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실무자들에게 내려온다. MZ 세대인 실무자들은 MZ 세대의 특성을 비롯해 '보고를 위한' 준비를 하다가 자신들이 보고, 가고, 먹는 것들, 즉 자신들의 취향을 보고하기로 마음 먹는다. 더 나아가 상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온전히 MZ세대 직원들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맡아 해보겠다는 기획을 내놓는다. 이 기획안은 책임자부터 시작해 임원까지 올라가 최종 승인이 났다고 한다. 제품 제작이 실제로 들어가는 단계에서만 보고를 받기로 하고 그 이전의 기획 단계에서는 어떤 보고나 승인도 필요 없어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갓생기획의 이야기에서 여러 가지 느낀 바가 많았다. 유행이 빠르게 돌고 또 지나가는 시대에서 유통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갓생기획의 사례가 하나의 좋은 답안을 내놓은 것 같았다. 실무자 위주의 슬림한 조직을 만들어 유행하는 것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관리자급 직원들의 컨펌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다. 이를 통해 MZ 세대의 취향과 유행에 뒤처지지 않게, 적시에 상품을 출시해 낸다. 말은 쉽지만 기존의 보고 체계에 대한 도전으로도 보일 수 있는 것을 대기업에서 승인해 주었다는 점도 실로 대단해 보였다. 상품 기획 과정도 흥미로웠다. 단체 채팅방을 하나 만들어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한다. 자신이 간 식당, 보는 유튜브 영상 등을 올리며 취향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획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단순한 수다가 아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하며 생산성을 끌어올린다고 한다. 이를 통해 상품의 기획이 이루어진 예도 나오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책을 읽으며 든 또 하나의 생각은 관리자급 직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제품의 기획부터 출시까지 대부분을 젊은 실무자층에서 잘 해낸다면 관리자급 직원들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는 물론 모든 산업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통업은 트렌드에 워낙 민감한 업종이기에 숙련자의 노련미보다는 젊은 감각이 더 중요한 것이다. 슬림한 조직일수록 관리자의 주 업무인 컨펌이 줄어들 텐데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이 무엇일지 조직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또한 갓생>은 GS리테일의 젊은 감각들이 모여 상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실제로 갓생기획표 상품을 본 적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전기가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그들의 끊임 없는 고민과 열정이 와닿았기 때문 아닐까. 아이디어에 목마른 사람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더욱 좋을 책이다.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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