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간의 이해
미상 지음 / 비앤티아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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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마치 대학의 교양 강의를 연상케 하는 책이다. 책을 받아보고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표지에 쓰여있는 '작가 미상'이라는 문구였다. 예전 어릴 때 부르던 동요나 고전시가에 나올법한 미상이라는 말이 요즘 책에 쓰여있다니. 굉장히 신선했다. 미상이 필명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책날개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저자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문에서 저자는 인간에게 '본능에서 오는 감정'과 '이성을 통한 그 감정의 조절'에 대해 이해하고, 본능에서 생기는 모든 것들을 적절히 다스리고 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과정 속에서 인간이 성장하고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책은 이를 인식하고 실천하기 위한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를 통해 인간이 어떠한 본능을 가진 생물인지를, 2부에서 이러한 본능을 이성을 통해 제어하는 법을 설명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인간의 본능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해 사회 현상으로 이어지는 경우, 예컨대 학교 폭력, 갑질, 외모지상주의와 같은 문제들을 다룬다. 목차를 보면 수많은 소제목이 있는데, 소제목당 3~4장의 분량이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간은 없다. 인생을 2회차, 3회차... N 회차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기에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또 반성하고 후회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인간을 생존 기계로 본다면 그 역할을 해내는데 기여한 '본능'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저자는 본능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본능이 이성과 어우러져야 함을 강조한다. 순종을 벗어나 섞이고 섞인 믹스견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 듯이 본능과 이성을 적절히 조합해 가며 살아가는 인간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적절한 선이 무엇이냐는 것인데 이는 매뉴얼처럼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선의의 행동을 했는데 상대는 이를 알아주지 않아 섭섭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인간은 누군가에게 대가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남들이 보기에도 분명한 선행도 그 너머에는 자기 만족으로서의 동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베푼 것을 크게 생각하는 마음, 내가 베푼 것보다 더 큰 것을 바라는 것은 인간의 지극히 당연한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이성적 사고의 역할은 상대에 대한 기대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너무 높은 기대치는 바람직하지 못한 분노와 자책을, 너무 낮은 기대치는 문제가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문제 의식의 부재라는 문제를 겪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데 있어 적정 수준의 기대치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 적정 수준이랄 게 따로 정해져 있는가? 그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사람들이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가며 나름대로의 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책에 인간의 이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삶의 지침을 주려고 하기 보다는 먼저 인간을 본능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때 이성의 적절한 역할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가졌던 못난 마음과 행동들을 곰곰이 돌아보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하고 넘어가는 것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지점을 생각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미상'의 저자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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