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 인내하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삶에 대하여
안철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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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 방문연구원의 자격으로 독일의 한 연구소에 머무르며 쓴 것이다. 달리기는 2016년부터 딸과 함께 하게 된 것을 계기로 그의 취미가 되어 마라톤까지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단순 달리기에 대한 책은 아니며 달리는 경험에 빗대어 그의 생각이나 철학을 말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안철수 전 대표는 한때 청춘 멘토라고 불렸을 정도로 청년층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던 사람이다. 남들이라면 현실에 안주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직업들을 과감히 내려놓고 또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이는 곧 좋은 평판과 이미지로 이어졌고, 새정치라는 구호를 내걸며 정치인의 삶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평가는 그가 이전에 쌓아왔던 커리어에 비해 의견이 많이 엇갈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그가 어떠한 생각 구조를 통해 행동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책에서 밑줄 치고 싶은 내용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해빙의 방식(having mode of existence)과 비잉의 방식(being mode of existence)에 대한 내용이었다. 독일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사람은 두 가지의 방식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는데, 그 두 가지가 앞서 말한 해빙과 비잉의 방식이다. 해빙은 말 그대로 무엇을 갖는 것인 소유를 중시하는 것, 비잉은 존재 자체를 말하며 경험의 중요성을 높이 사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비잉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왔으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의미를 두었다고 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과정 속에서의 배움을 뜻깊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사실 자기 계발서에서도 많이 나올법한 말이지만 숱한 도전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 이 말을 하니 마음에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간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며 소유하려는 욕심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바를 놓치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은퇴를 하지 않은, 잠시 링 밖으로 떠나있는 정치인의 책이기에 그의 문구 하나하나에 정치적 의미가 있지는 않을까 나름대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으며 이 책을 읽었다. 이 타이밍에 책을 낸 것에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느낀 것은 그가 하고 있는 도전을 중간에 멈출 기미는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토론회에서 그가 보인 실망스러운 모습과 책에서의 말 사이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없지 않지만, 그가 말하는 경험을 통한 성장이 정치인 안철수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 앞으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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