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업 - 융합적 회수전략의 8가지 법칙
구정웅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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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박영선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임명되었다. 청문회 이슈로 가득 찬 뉴스면에서 나는 흥미로운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중기부 소속 공무원 노조가 박영선 임명을 촉구한다는 내용. 공무원 노조가 나서서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게 꽤 드물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이어지는 분석에는 박영선 의원이 다선출신의 힘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 그들의 지지를 받게 된 이유로 꼽고 있었다. 그렇다. 중기부는 그간 파워가 별로 없는 조직이었고, 이에 힘 있는 정치인 수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처럼 권력을 잡은 이들은 말로는 중소기업과 벤처의 부흥을 외치지만 실상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시가총액 상위 리스트만 봐도 대기업 재벌 그룹에 소속되어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고 벤처로 출발한 회사는 게임, IT 업종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뿌리가 깊은 기업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정도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기업 생태계의 변화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업 생태계가 바뀌려면 청년, 시니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창업한 비즈니스 모델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건전한 시장 체계의 확립도 필요하다. 이 책은 이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창업을 두 가지로 나눠서 말하고 있는데,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하는 창업이고, 나머지 하나는 기존의 비즈니스와 모델을 합당한 가격에 인수해서 사업을 하는 창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창업자들의 적극적인 엑시트가 가능하도록 M&A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엑시트업이라는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스타트업의 전 과정을 다루고 있고, 과정마다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시각뿐만 아니라 이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입장을 다루는 내용도 많이 있다. 특히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투자자로서의 시각을 다루는 부분에 눈길이 갔는데, 숫자와 디테일 그리고 회사의 목표 달성 팔로우업 등 배우고 응용할 점이 많았다.

 스타트업과 관련한 책은 장병규 의장의 저서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은데 다소 잘 안 읽혔던 것 같다. 내용적인 면에서 어렵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책 내용의 편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 전달 위주의 딱딱한 내용을 다루고 있을수록 이미지를 많이 넣고 한눈에 들어오는 깔끔한 편집이 중요한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여럿 보였다. 창업에 관심이 있거나, 벤처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느꼈던 다소의 지루함의 정도보다 더 큰 실질적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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