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식투자생존기
김근형 지음 / 갈라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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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쟁이들, 특히 투자한지 얼마 안된 이들은 수익이 좀 난다 싶으면 주변에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곤 한다. 이럴 때 자랑 좀 하면 주변에서는 대부분 부러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게 질투나 시기로 이어지면 그렇게 또 한 명의 주식쟁이가 탄생...) 하지만 이 때 누군가는 이런 말을 꼭 할 것이다.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 사실 이 소리는 주식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수없이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는 중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굉장히 기분 나쁜 소리이지만 주식쟁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투자를 한다. 왜 그럴까? 나는 두 가지라고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돈과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 그리고 패가망신 운운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은 마음. 여기서 팩트 폭력을 날려보자면, 장기적으로 앞서 말한 '성공'을 하는 투자자는 개인투자자 무리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은 실패, 돈을 날린 채로 패가망신 운운하는 무리들에 끼게 된다. 실패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이탈, 즉 개미들이 나가 떨어지는 물갈이 시즌이 어느 정도 끝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개미들은 시장에 유입되어 개인이라는 이름으로 증시 유동성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왜 그럴까? 나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수 없이 많은 개미들이 파묻힌 그 무덤 속에서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거다. 왜? 나는 다르니까!

 이 책은 '나는 다르다'라고 생각한 어느 한 개인투자자의 자전적 에세이다. 슈퍼개미처럼 화려한 성공을 거두는 결말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패가망신하는 결말도 없다. 제목 그대로 시장에 생존해 있다는 결말로 끝이 난다. 책을 읽고 떠오른 키워드는 딱 세 가지였다. '위염', '천추의 한', '그땐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위염'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정말 지겹도록 돈을 날린다. 벌기도 하지만 버는 족족 또 날린다. 이때마다 그는 스트레스로 인해 속이 쓰리다. 솟구치는 위액으로 인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결국 대상포진에 걸리기까지 한다. 개인투자자의 스트레스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천추의 한'

네이버가 망가져간다는 생각을 하고 다음을 매수했지만 대상포진으로 인한 입원(사실은 과잉진료)을 하면서 2만 3000원대, -2%에 전량 손절매를 친다. 그가 퇴원하고 난 뒤 다음은 2만 7000원대가 되고 2년이 지나 14만원까지 폭등을 한다. 그가 내뱉는 말은 '이런 XX...'. 이 밖에도 기아차, 일신바이오 등 마치 트루먼쇼 마냥 그가 팔기만 하면 올라버리는 주식들이 속출한다.


'그땐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가 정신을 놓아버리는 순간은 자주 온다. 예전에 유행하던 해답의 책마냥 책을 딱 펼치면 그 부분에서 저자가 정신을 놓아버리고 있는 중일 확률이 매우 크다. 특히 압권은 현대중공업인데, 그가 산뒤로 계속해서 주가가 떨어지다 호재가 터지며 주가가 상승하자 행복회로를 가동하며 추가매수에 들어간다. (미수거래의 전적이 있는) 그는 주식담보대출까지 때려 박는다. 결과는? 책을 통해서...


 주식투자 분야 책에서는 흔히들 분산투자, 분할매수매도, 장기투자를 하라고 한다. 나는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알면서도 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당신들은 그러지 마세요' 라고 하는 듯했다. 그렇지 않다면 본인의 흑역사나 다름없는 이런 썰을 풀며 책까지 낼 리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 책이 예언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갖은 고생 끝에 저자는 살아남았으니 순한맛 예언서라 할 수 있겠다. 예언서가 될지 반면교사로 삼을 책이 될지는 독자들에 달렸다.


+후기

책 도중에 상따(상한가 따라잡기)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어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올 때마다 피식피식 웃었습니다ㅋㅋㅋ 제가 웃음코드가 다소 특이하긴 한데 정말 웃깁니다. 틈새 시간에 나눠서 읽으려고 했는데 한 번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저자로부터 책을 받아 읽었으며 솔직하게 썼습니다. 사서 읽든 빌려서 읽든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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