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 그들 - ‘그들’을 악마로 몰아 ‘우리’의 표를 쟁취하는 진짜 악마들
이안 브레머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평소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는 편인데 요즘 기사들을 보다 보면... 본문보다 아래에서 아름답게(?) 펼쳐질 댓글이 더 궁금해지는 경우가 많다. '남자 vs 여자', '여 vs 야', '진보 vs 보수',  '원주민 vs 난민', '청년세대 vs 기성세대', '부자 vs 서민' 등... 갈등을 다루는 기사들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쏟아져 나온다. 댓글에서는 갈등에 따라 네 편 내 편을 가르며 서로에게 끝없는 비난과 공격을 가한다. 뉴스에 달리는 댓글 중 많은 공감을 얻은 베스트 댓글 대부분은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양상을 보인다. 물론 건강한 갈등은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된다지만 이건 정말이지... 혐오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무분별한 혐오와 비난, 분노가 난무하는 현재의 사회 모습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분노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 같은 모습들이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분노에 가득 찬 미국 국민들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거는 트럼프를 그들의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유력한 기성 정치인 힐러리를 꺾고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자신들의 '위대한' 미국을 위해 장벽을 내걸고 무역 상대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성 정치에 분노한 국민들이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을 그들의 대표로 뽑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저자인 이안 브레머는 '국제화'에 주목했다. 지구촌이라는 단어처럼 세계의 나라들은 점점 서로 가까워지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국제화' 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수정자본주의로 일컬어지는 세계의 주류 경제정책이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를 막지 못하고 있다. 국가마다 국민들은 이에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불만은 분노가 되어 나와 출신이 다른 이민자, 난민, 무역 상대국으로 향하고 있다. 자국민의 분노를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이용하는 세력들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그들'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민자의 유입이 비교적 많지 않은 나라기 때문에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분노를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상의 변화들로부터 한국이 마냥 자유로울 수 없음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특성상 국제 정세와 위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당선 이변과 무역 장벽, 프랑스의 마크롱이 시도하고 있는 정책 등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진정한 의미와 원인을 알게 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지 않은가? 인간과 사회는 어려움을 맞이할 때마다 늘 돌파구를 찾아내며 진보해왔다. 혼란의 시대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과연 이루어질지 앞으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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