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한 번이라는 감수성, 인생은 마치 릴테이프가 한 바퀴 도는 것처럼 한 번이구나. 다시 오지 않는구나 그래서 덧없이 사라지는 것보다 조금 더 긴 거, 조금만 더 긴게 뭘까? 조금만 더 오래 가게 살려두고 싶은 게 뭘까? 고민했지요.

정: 그 릴테이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뭔지 아세요?
이: 뭐예요?
정: "피디님, 다시 할 수 있어요?"
이: 아, ‘다시‘ 군요.
정: 네. "다시 해요", "다시 할게요" 이런 말들이에요.
이: ‘다시‘라는 말은 아름다움의 역사에 가장 먼저 포함시킬 만한 단어라고 쓰셨지요. [...]
정: 저는 ‘다시‘라는 단어가 그렇게 부드러워요. 다시 하고 싶어 하는 마음.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 실수를 만회하고 다시 용서받고 다시 힘을 얻고 다시 깨졌던 관계는 복원되고, 어쨌든 ‘다시‘라고 말하는 사람의 마음 안에 이미 있는, 새로 출발하는 능력요.

제 슬픔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저것을 누군가는 못 누렸다는 사실이에요. 그건 저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기준이 됐어요. 이제는 제가 지금 누리는 것이 결코 하찮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삶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좋은 책은 유혹이자 권유이고 초대예 요. ‘우리, 이렇게 살자! 우리 저리로 가자!‘

🖍‘얼굴의 윤리학‘에 대해서 이야기하셨지요. "얼굴은 하나의 명령"이라고요. 얼굴이 하는 말, "나를 사랑하라, 나를 죽이지 마라, 형제여, 자매여…" 모든 얼굴이 그렇게 말한다고요. 그러므로 얼굴 있는 것을 먹는 꺼림칙함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고 쓰셨어요. 우리가 먹는 음식도 한때 얼굴이 있었던 존재라는걸 환기하게 돼요.

🖍누군가가 내게 보내는 호감은 나를 다 모르기 때문이고 좋아하는 부분만 보기 때문이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사람들에 대해 좀 의연해지더라고요. 그게 더 행복한 것 같고요.

🖍고양이가 있었던 시간 때문에 무언가가 기억 날 때가 많거든요. 혼자서 살았을 땐 주 변 상황이 기억에 남지 않았어요. 고양이가 오면서 삶에도 디테일이 생긴 거죠. 고양이와의 디테일, 사람과의 디테일 이 생기니까 삶이 좀 나아졌어요. 내가 뭘 하지 않아도 벌 어지는 일들이 생겨난 거예요. 그 전에는 내가 움직여야만 무슨 일이 벌어지곤 했거든요. 그게 너무 지긋지긋했어요.

🖍엄마는 내가 제일 처음 떠나 온 주소입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유진목 ‘반송‘ 중에서

열등감을 심하게 지닌 적이 한때 있었어요. 그런데 그 열등감을 계속 가진 채로는 내가 양지의 삶을 살 수 없겠더라고요.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정신적으로 양질의 삶을 살 수 없겠다는 느낌이요.
그래서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남의 좋은 것을 저도 좋아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걸 좋아하기로 마음을 연습했어요.
그랬더니 되게 좋더라고요. 제 옆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생겨나더라고요.

한 집에 있기 좋은 사람이 되는 것. 남의 좋음을 나도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 혼자서도 잘 있는 사람이 되는것. 스스로의 보호자가 되는 것. 그러다 혼자가 아닌 사람이 되는 것.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망설임 없이 부르는 것.
노브라로 무대에 서는 것. 미래의 내 눈으로 지금의 나를보는 것, 닮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 밥을 먹는 것.
사랑 속에서 아무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는 낮과 밤을 보내는 것, 기쁨과 슬픔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셔터를 내리는 것. 떠나는 것, 불행한 시간에 굴복하지 않는것. 때로는 삶에 대해 입을 다물며 그저 계속 살아가는 것.
울다가 웃는 것.

🖍저한테는 몸이 되게 중요했어요. 제가 이십 대 때 가장 듣고 싶었던 칭찬은 ‘네가 세상을 바꾸는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다‘ 이런 말 아니고 그냥, ‘나는 네 왼쪽 어깨가 좋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어요. 구체적인 물질로서의 신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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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혜야,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네가 필요로 하는 삶을내가 줄 수는 없는 것 같아. 누구를 키우고 싶지도 않고, 그러면서희망을 갖고 싶지도, 이 세상에 내 유전자를 남기고 싶지도 않아.
아이를 키우기엔…… 여긴 너무 잘못되어 있는 세상이라고 나는생각해. 그리고………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가족이라는 게, 너무버거워. 남자, 가부장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가족이라는 제도자체가 나한테는 너무 힘들어..

🖍민에게.
나중에 이 책을 다시 읽고 다른 것을 느끼게 되더라도,
약속해, 어떤 가정법도 사용하지 않기로,
그때 무언가를 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들로우리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해. 가정법은 감옥이야. 그걸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가 없어. 나는 현재를 살 거야. 과거의 형벌을, 잘못 내린 선택의 총합을 살지 않을 거야. 기억이라는 보석속에 갇혀서 빛나는 과거의 잔여물을 되새김질만 하지도 않을 거야. 오직 한 번뿐인 현재를 살 거야. 지금을.
민,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당신은 여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을 거야. 단지 하나의 물건으로, 대상으로 취급당하는 느낌을, 고깃덩어리처럼, 손바닥 위에 올려진 한낱 과일처럼, 아무때나 끌려나와 아무렇게나 대해지는 느낌을.
나는 답답해서 그녀의 어깨를 흔들며 대답했었다. 이게 내 사랑이야. 이게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랑의 방식이라고! 난 이게 필요하고, 이건 내가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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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달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진 것은 고대를 거슬러 올라가 인간이라는 종의 탄생 시기부터 되풀이되어온 일인 것이다. 달을 바라보며 마음에 한 로맨스가 들어서는 것은 인간의 어떤 행태에서 비롯한 것일까.

🖍쓰자. 쓰는 시간만이 사는 시간이다.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을 걸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외로웠지. 그리고 이 선택만이 내 삶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나의 가장 오래된 상처에 속하는 것은 그곳을 떠나왔다는 것이다. 고대인들도 그곳, 혹은 고향이라는 자의식이 있었을까? 그랬겠지…… 그들이 행하던 주술의 많은 형태는 집을 향하므로, 들고 다니던 저 지팡이라는 것은 고향에서 가져온 지팡이일 터. 그것은 언어라는 지팡이.

🖍글쎄, 뭐가 이렇게 사납게 나를 흔들어버린 것일까. 아마도 내가 두고 온 모든 것. 나는 마음이 다치기 쉬운 사람이니떠나온 것이 더 잘한 일이었는데도 마음은 아직 이렇게 아프다. 그래서 힘들다. 하지만 나가자. 나는 그곳에 두고 온 것들이 사실 실체가 없다는 걸 잘 안다.

🖍롤라라는 뮌헨 동물원에 살던 코끼리 아이가 죽었다. 심장수술을 목전에 앞두고 있었다. 그 죽은 코끼리를 사람들은 코끼리 우리에 돌려주었다. 코끼리들은 싸늘한 아이의 몸 앞으로 와서 곡을 했다.

나는 이 깊은 겨울에 왜 장장 1,40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을 읽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 그건 아마도 인간형이 변하지 않으면 문학이 새로 탄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야. 우리는 느낌의 공동체를 살아가면서 너무 우리 비슷한 것과 가까이했다는 생각, 들지 않니?

🖍일요일이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어떤 먼 사막에서 온 먼지는 우리 사이에 있었네.

🖍고래들은 먼 거리에서도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다고. 그러니 고래들은 편지를 보내지 않지.

🖍어떤 의미에서 글을 쓴다는 일은 정말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인지 모른다. 더구나 시를 쓰는 일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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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타인의 상처에 대한 깊은 수준의 공감을 했고, 상처의 조건과 가능성에 대한 직관을 지니고 있었다. 글쓰기에서는 빛날 수 있으나 삶에서는 쓸모없고 도리어 해가 되는 재능이었다.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나서, 정말로 글을 써야하는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쓸 줄 모르는 당신만 남아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 나날이 길었다.

🖍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때로 제대로 쓰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밖에 느낄수 없는 일, 그러나 그 시기를 쓰는 일로 극복할 수 있다는사실에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다. 글쓰기로 자기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다시 글을 써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어갈 수있다는 행복을 알기 전의 사람으로 당신은 돌아갈 수 없었다.

🖍당신은 희영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난 네가 글 쓰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희영은 웃으려다 실패한 표정으로 당신을 봤다.

🖍글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겠어. 정말 그런가…… 내가 여기서 언니들이랑 밥하고 청소하고 애들 보는 일보다 글 쓰는 게 더 숭고한 일인가,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누가 내게 물으면 난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것 같아.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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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먹는 것도 우리랑 똑같이 먹을 거예요?"
"네, 똑같이요."
"오케이, 그럼 셋 다 똑같이!"

결국 죽음은 죽은 자와 산 자들 사이에 명료한 선을 긋는 사건이에요,라고 다언은 진지하게 말했다. 죽은 자는저쪽, 나머지는 이쪽, 이런 식으로, 위대하는 초라하든, 한인간의 죽음은 죽은 그 사람과 나머지 전인류 사이에 무섭도록 단호한 선을 긋는다는 점에선 마찬가지라고,

믿고 싶은데…… 믿을 수가 없어요. 내가 죽었다 깨어 나도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있는데 어떻게 신을 믿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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