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과 음악 말들의 흐름 10
이제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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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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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된 것, 금지된 것, 불가능한 것을 바라고 구하는 마음은 발설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어법의 난점은 문형보다 더 본질적으로 그것의 내용이 표현과 발화에 저항한다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언어 자체가 금지의 도구이자 결과라는 전제를 받아들이면, 위반하는 마음은 직설을 방해하는 복잡한 구조와 규칙의 장막을 필연적으로 우회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말이 되기 전에 지치고 허물어져 몸에 병적 증상으로 달라붙기도 한다거나. 우리는 말하다가, 말끝을 흐리다가, 더듬거리다가, 웅얼거리다가, 함묵한다.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잊는다.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이 없다고 고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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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랩과 우버에 투자했다 - 벤처투자자가 선택한 빅테크 슈퍼앱
김기영 지음 / 탈잉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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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르고 읽었던 과거의 저를 칭찬하며. 유익한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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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년 전 이 길을 함께 걸었던 여인의 이름이 입술 끝에 머물러있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기억하는 나무들이 추억 위로 따뜻한 색감의 얼룩을 퍼붓고 있다. 감춰져 있던 슬픔이 터져 나오듯, 커브길을 돌자 학교가 불쑥 튀어나온다. 암소들 사이에서 묘지 하나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비 온 뒤의 흙 내음이 다가오는 끝없는 시간을 걱정 없이 살라고 설득한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천국에 들어서지 못하는 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오직 그 이유 때문이다.

꽃들은 나를 취하게 했다. 세상의 그 어떤 철학도 데이지 한 송이, 가시나무 한그루, 머리를 민 수도승같은 모습으로 태양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며 웃고 웃고 또 웃는 조약돌 하나와 견줄 수 없다.

나는 하늘의 푸르름을 바라본다. 문은 없다. 아니면 오래전부터 문은 이미 열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끔이 푸르름 안에서 꽃의 웃음과 같은 웃음소리를 듣는다. 곧장 나누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그 푸르름을, 당신을 위해 여기 이 책 속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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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아무에게도 상관이 없을 이런 사소한 것을 목격하고 느끼고 생각할 때, 쓰고 싶다.

그것은 아마도, 젊어서는 고통이 나의 쓰기의 동력이었다면 이제는 그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동력이 되어

그것은 아마도, 젊어서는 고통이 나의 쓰기의 동력이었다면 이제는 그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동력이 되어버린 탓은 아니었을지. 두려움이 피어나지 않는 날들이 늘어감에 하루하루 안도하면서, 그것이 행복이 되어버린 삶을 살면서.

혼자 메모장에 삐죽이 적어놓은 글들이 훨씬 더 좋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글, 보여줘선 안 될 글, 나조차도 두려워 들춰보기 어려운 그 글들이 더 좋다. 훨씬 더 좋은 글을 두고 결국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쓰는 이 글을 내놓자니 이 또한 모순이고 타협이다. 역시, 돈을 미리 받지 말았어야 했다.

"야, 그렇게 쓰면 안 되는 거야?"
"뭐가?"
"아니, 네가 방금 말한 거 쓰라고 하니까 설명적이라서 안된다고 하고, 그럼 저번에 했던 이야기 쓰라고 하니까 너무자기연민이 심하다고 하고. 뭐 다 안 된다고 하길래. 설명적으로 쓰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솔직하게 쓰다보면 자기연민 드러날 수도 있는 거 아냐?"

"창작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고 하잖아요. (처음 듣는 말이었다.) 물이 끓어서 기체가 되는 것처럼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은 창작물은 아무도 모르는 거 같아요. 중요한 건 계속 끓고있다는 거죠. 물론 마감일을 정하고 관리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있으면 편집자도 있는 것처럼요."

소설을 쓰는 데 오래 걸렸다. 소설이란 아무나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소설을 많이 읽고, 글을 잘 쓰고, 읽을 만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소설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소설을 사랑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었다. 소설을 나만 사랑하나?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인생‘에 대한 ‘태도‘라든가 ‘자세‘, 그것도 아니라면 ‘시선‘이 있어야 했다. 나는그것이 있나? 내게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기다렸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말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때까지.

쓰는 일은 결국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강건하고 온유하고, 흔들리되 부러지지는 않는 부드러운 마음. 어느 것에도 지지 않는 신축성 있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 나는 오늘을 산다. 그리고 나를 돌보고 달래는 데 성공해서 지금 이렇게 앉아있다.
쓰는 사람이 될 시간이다.

그리고 좋은 영화 작가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흠, 치부까지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해져야 한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용기를 내어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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