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샌드위치 주식회사를 차리다 - 스무 살 새내기들의 좌충우돌 주식회사 경영
가메카와 마사토 지음, 김정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책의 내용이 너무 쉬운 듯 하여 살짝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얕보고 덤볐다가 생각지 못하게 큰 코 다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설명이 난해한 것은 전혀 아니다. 내 개인적으로, 예를 들자면, 주식이나, 주주, 주가 등의 일상적인 경영 용어들에 대한 나의 지식이 불확실 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학 골프 동아리 멤버들이 동아리 운영자금을 벌기 위해, 축제 기간 동안 샌드위치를 파는 것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 Plan-Do-Check-Action의 일련의 과정을 경영의 축소판 삼아, 폭 넓은 경영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고, 게다가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책의 맨 앞부분에는 등장 인물들이 한 눈에 일목요연 잘 정리된 예쁜 소개장이 준비되어 있으며, 책의 중간 중간에도 지루할 틈 없이, 세련되고 멋스러운 삽화들이 잘 배치 되어 있다. 그래서 인지, 나는 경영 입문서를 읽는다는 다소 무겁고 딱딱한 기분 보다는, 한 편의 만화책을 읽는 듯, 한 결 가볍고 산뜻한 기분으로 자연스럽고 무리 없이 책을 술술 읽어 낼 수 있었다. 부지불식간에 저절로, 경영의 기본 개념들이 체계적으로 확실한 개념으로 자리 잡혀 가는 것에 뿌듯한 기분이 드는 책 이다.

얼핏 보면 마냥 쉽고 마냥 재미 있기만 한 가벼운 느낌의 책처럼 오해될 수 있지만, 경영의 핵심과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주고자 하는 저자의 치밀함이 느껴지는 책이어서, 한 장, 한 장 읽어 나갈수록 점차 신뢰가 쌓여가는 책 이었다. 게다가 일본 저자의 번역서 임에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잘 번역된 점도 인상적이다.

특히 내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취업 준비생 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유 없는 비용을 용납하지 않는 경영학이, 오늘날 기업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무한 경쟁의 가속도가 붙은 요즘, 대부분의 기업들이 군살 빼기와 함께 기업에서 필요하지 않은 인재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해고 조치를 취하는데, 작가의 말처럼, 이 같은 상황에서 “운이 없었다”라는 말로 간단하게 위로하고 맏아들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특히나, 기업환경의 미래를 예측하고, 장래의 사회 구조를 감안해서, 자신이 나아갈 분야와 직업을 최대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이 책이 경영과 기업의 기본적인 생리를 잘 담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또한 저자의 주장대로 인생설계 자체가 기업의 경영전략 그 자체와 동일하기 때문에, 자신이 장차 몸담을 기업과 경영의 원리를 모른 상태에서 마주대하는 현실은 기대와 달리 냉혹하다고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로부터 불어 닥치는 예상 밖의 변화들로 인해 자칫하면, 자신의 인생이 흔들리는 위험을 맞을 수도 있으므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때부터 이와 같은 경영 서적을 많이 읽어두고 세상을 넓게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기업은 대체로 개인 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은 이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더 발 빠른 감각과 지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의 “핀 공장”을 통한 분업의 원리와 분업이 주는 이익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었다. 핀 공장의 예를 들자면, 분업을 통해 무려 2,400배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는데, 이를 좀 더 크게 글로벌 산업과 무역 무대로 확장시킨다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논리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끌북스 2009-03-20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책으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부와 성공을 말하다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
랄프 슈필러.게오르그 바이스하우프트 외 지음, 한주연 옮김 / 지상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독일의 유력 경제전문지인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에 게재된 세계경제의 실력자들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들을 이 신문의 편집자인 랄프 슈필러와 게오르그 바이스하우프트가 선별하여 엮어낸 책으로, 영어 원제는 Leaders at the Top 이다. 한국어 제목은 "부와 성공을 말하다: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인데, 실상 내용을 읽어 보면 한국어 제목 보다는, 영어 제목인 Leaders at the Top과 훨씬 잘 걸맞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세계 각국 굴지의 기업들의 서른 아홉명의 리더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단순히 그들이 이룬 부와 성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험과 위기의 순간들은 물론이요,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도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부와 성공은 둘 중 어느 하나만 가지게 되어도 큰 축복이요, 영광일 것 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서른 아홉명의 주인공들은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머쥠으로써, 자연스럽게 거대한 부의 축적도 함께 이루어낸 사람들이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지멘스, 포르쉐, 나이키, 위키피디아, 루프트 한자, 폭스바겐, 피프스 에비뉴, 보쉬, 골드만 삭스, 스와치, 버크셔 헤더위이(워렌버핏), MS(마이크로 소프트), SAP, 폭스 바겐 등등, 다국적의 명품 브랜드 기업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각 기업의 대표적 리더를 통해 두루 배우고 공부할 수 있다는게 설레고 즐거웠다. 워낙에 많은 인물들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겨져 있고, 책의 출처 역시 경제 전문지의 기사이다보니, 각각의 내용들은 단편적이고 간략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최대한 중요한 핵심들을 잘 집약해 놓은 바이블 같은 느낌이어서, 언제라고 궁굼해 지고 필요할 때 마다 손 쉽게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 개인적으로는 주로 미국의 기업과 CEO들의 이름에만 익숙해 있던터라,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의 경제 선진 국가는 고사하고,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인도, 수단, 터키 등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거의 지식이 전무했다. 미국 기업 외에는 간신히 독일 명차 회사의 이름 몇 개를 알고 있는 수준이었고, 이 책을 통해 미국 회사로만 막연하게 단정지었던 SAP가 독일 회사라는 걸 난생 처음 알게 되었을 정도다. 한 마디로 많은 공부가 되어준 책이다.

주제별 총 네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책의 첫 파트에는 내가 난생 처음 들어본 생소한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많이 소개 되어 있었다. 미국 외의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회사, 그리고 그 회사를 이끄는 리더들을 만나게 되어 새롭고 신선했다. 특히, 이 책에는 독일 저자들의 영향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독일 기업의 리더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개 되어있는데, 새삼 독일 이라는 나라가 탄탄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우수한 브랜드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 한 편 부러운 점으로 남았다. 독일 기업들 중에는 한국의 삼익 악기와 2003년 서로 지분을 매입한 베히슈타인 이라는 기업도 소개 되어 있는데, 이 회사에는 비서와 전화 받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위계질서가 엄격하지 않고, 직원 모두가 평등한 회사라 하여 본받을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들 조차 자문을 구하는 버크셔 헤더웨이의 워렌버핏이 '기밀 자필 유언장'을 써 놓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또한 아웃 소싱 전혀 없이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한스리겔도 작잖은 교훈을 주었다. 한편 터키인으로서 유학간 독일에서 강제 추방을 면하기 위해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선물용품 가게를 열게된 것이 계기가 되어, 거대 기업을 일으킨 케말 사힌의 이야기도 가슴에 남는다. 본사를 대도시로 옮기지 않고, 소도시에 기반을 두고, 웹 대기업을 다스리는 유나이티드 인터넷의 랄프 돔머무트가 '편안하게 사는 것과 일의 조화'를 중시하는 점도 배우고 싶은 점 중 하나였다. 책 속에는 이 처럼 배우고 싶고, 본받고 싶은 세계 각국 기업 리더들의 성공 스토리는 물론이요, 각 인물들의 성격이나 됨됨이를 비롯, 각 인물들의 실패담 까지 함께 다루어져 있다. 폭스바겐이 고객이 아닌, '페르 디난트 피에히'라는 한 개인의 취향에만 맞춘차를 오랜 동안 생산하여 엄청난 적자를 낸 점도 그렇고, 스와치 그룹이 한 때 스와치모바일이라는 자동차를 만들었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업을 접었던 이야기도 그렇다. 

이 책은 어찌보면, 유수 기업들의 리더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각 기업의 핵심적 주요 역사 또한 알차게 담아내고 있어 여러모로 배울게 많은 책이다. 기업의 생명이 길어야 30년이라는 말이 있는데, 책 속에 소개 되어 있는 기업들이 과연 앞으로도 얼마나 새롭고 멋진 역사를 길게 이어나갈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신도 교회 이야기 - 21세기 한국교회의 비전
최승호 지음 / 대장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받았을 때, 우선 놀라웠던 것은 저렴한 책의 가격이었다. '요즘에도 6천원 짜리 책이 출간 되는구나!' 싶어 우선 책의 발간일을 먼저 찾아 보게 되었는데, 내가 가진 책은 1998년 초판 발행 된 이후, 약 10년의 세월이 흘러 2008년 9월에 발간된 개정판 2쇄본 이다. 비교적 신간에 속하는 책이, 겨우 6천원이라니 ! 게다가 내용 역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심해 볼 필요성이 있는, 기독교 조직의 구조적 문제가 심도있게 다루어지고 있어서 너무나도 알찬 느낌이었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이자, 대구 서진 중학교 수학 교사이자, 대구 평신도 교회를 개척 중 이신, 최승호 형제님께서 오랫동안 고심하고 또 고심하신 땀과 노력의 흔적들이 곳곳에 역력한 책이어서 더욱 감동이었다. 

 

십 년전에 발간된 이 책의 내용들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새롭고 신선하게 여겨지는 점도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만큼 변화가 더디다는 반증이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또한 그에 못지 않게 놀라운 것은, 작가의 지적 대로, 종교 개혁가의 후예라 불리는 현대인임에도, 여전히 책 속에 간간히 소개 되고있는 1520년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사상들의 파격성이었다. 이미 16세기에, 개인의 신앙과 성서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면죄부 판매의 부당함을 깨우친 종교 개혁의 후손임에도, 500년이 흐른 지금 까지 여전히 우리는 16세기와 똑 같은 개혁 사상을, 21세기인 지금 까지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 보아야 한다는 사실 역시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만큼 '역사적 전통성과 보수주의 그리고 인간의 습관적 타성이라는 것은 쉽게 깨부수기 어려운 것 일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우선 책의 겉모습에는, 거품이 전혀 없다. 책의 본질에 충실하여, 소박하면서도 깔끔하고 단아한 모습이다. 내용 역시, 겉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그리스도인이라면 언제라도 하나님께 예배 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외국에 출장을 가게 되면, 출장지에 교회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주일 예배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했지, 스스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임시 교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교회란 특정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격적 의미에서는 예배의 모임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특정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다는 점이 매우 새로웠다. '영적인 것이 사라질 때에 오히려 외형적인 형식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는 저자의 지적대로, 지금 교회의 모습에는 문제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신도들 영혼의 궁핍함을 채우지 못함을 개탄하고 슬퍼하는 목사는 많지 않은 반면, 신도들의 숫자가 줄거나, 재적인원이 적다거나, 헌금의 금액이 줄어들거나, 다른 교회 처럼 근사한 예배당을 갖지 못하는 것에 오히려 더 큰 걱정과 근심을 드러내는 목사들이 많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의 목사 양성 시스템, 즉 신학교의 체계에 대해 아무런 의구심 없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였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인 한 분 께서는 오래도록 목회 활동의 꿈을 가지고 계셨지만, 끝내 사람들의 편견에 부딫혀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계시다. 우선은 나이가 많고, 정식 신학교를 졸업하지 못하셨다는게 가장 큰 장벽이 되었다. 2천년 교회 역사 동안 신학교의 역사는 불과 2백년 밖에 안 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개인적으로 특히 이 책이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평신도로서 성경읽기과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겠다는 반성의 계기를 갖게된 점 이다. 예전에는 기독 서적을 탐독하고 성경을 연구하고, 종교역사와 철학을 배우는 것은 오로지 목회자나 신학교 학생에게나 해당되는 직업적 직무 내지는 과업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바로 세우고 사랑하며 도와야 하고, 목사라는 직분이 신분의 우위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희생과 섬김을 의미해야 하는 것 과 마찬가지로, 평신도 역시 사역자 만큼이나 성경을 깊이 공부 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평신도로서 많이 반성하고 깨우치게 되었다.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 (마 23: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은 지금의 느낌은,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의 느낌과는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책 읽기를 마친 지금, 뜻 밖에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나게 된게 큰 행복 처럼 여겨 진다. 마음이 깨끗해지고, 가슴이 훈훈하게 데워진 기분이 든다. 인간다운 온기가 살아 있는 책 이다. 특히나 결말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고, 작가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도 100% 공감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가 점점 망각해 가고 있는 인간 존엄과 그 참된 가치를, 넌지시, 그러나 분명하게 각인 시켜 주는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과 재치, 그리고 기발함에 놀랐다.  

 

처음에는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이야기 인가?'하는 섣부른 판단도 했었다. 뜻 밖에도 한 남자의 자살 시도를 필두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어, 시작 부터 당혹 스러웠다. 주목 받지 못하는 외모 때문에, 늘상 사는데 실패했다고 느끼는 주인공은, 하다 못해 자살 시도 까지 늘상 실패 한다. 무려 육층 높이에서 뛰어 내렸는데도 하필이면 푹신한 방수포를 씌운 트럭 위에 떨어지는 바람에 멀쩡히 살아 난다. 그래서 주인공은 마침내 수천년 동안 자살에 실패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자살 성공율 100%를 자랑하며, 자살자들로 부터 사랑받는, 가파르고 험한 백구십 미터 짜리 팔롬바솔 절벽을 찾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 곳에서도 결국 자살에 실패 한다. 뛰어 내리기 전 4분 이상 지체하면 영영 뛰어 내리기 어렵다는데, 주인공은 벌써 그 제한 시간을 넘긴지 오래다. 이 와중에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부터 또 다른 흥미 진진한 이야기가 새롭게 이어진다. 작가의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위트에 나도 모르게 감탄과 웃음을 반복하게 되며, 묘한 이야기의 매력에 점점 더 깊게 빠져 들게 되었던 장면이다.

 

첨단 미디어의 등장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 외모지상주의가 부추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신의 내면을 가다듬기 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를 가꾸는데 더욱더 열을 올리고 인생을 허비하게 만든다. 알맹이는 사라지고, 껍데기만 화려한 거짓 삶에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기 쉽상인게 바로 요즘 세상이다. 외모지상주의의 가혹한 잣대는 심지어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진다. 예쁜아기는 그렇지 못한 아기 보다, 대중의 주목과 시선을 받기 쉽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어릴 때 부터 받고 자란다. 우리 모두 정도와 횟수의 차이는 있지만, 외모와 같이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통해 사람을 쉽사리 판단하고 부당하게 차별을 가한 경험이 적어도 한 두번은 있는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어쩌면 우리 모두 공범인 동시에, 또 한 편 우리 스스로가 이 시대의 희생양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외모에 민감한 사춘기 청소년 시절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때때로 스스로의 자아 정체성을 타인의 말이나 평가를 통해 왜곡하거나 변질시킴으로써, 자아정체성의 혼동을 겪는 과오를 범한적이 있었다. 주인공 타지오, 즉 아담도 이 같은 오류로 인해 괴로워하고, 결국에는 영혼의 영원한 자유 까지도, 유한하고 속절없는 한 낮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와 바꾸는 큰 실수를 범하게 된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주인공 타지오가 마침내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아닌, 마음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 주고, 사랑해 주는 한 여인과 화가를 만남으로써,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되찾게 된다는 점 이다.  

 

"젊은 시절 세상의 아름다움이 오직 내게 깃들기만을 원했다. 지금 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내 주변 곳곳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안다." 

 

책 속에서 작가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요즘의 인간 세상을 신랄하게 풍자 한다. 물질적 존재, 정신적 존재,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어적 존재, 이렇게 인간은 세 가지 존재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 가게 되는데, 이 중 유일하게 인간의 운명을 바꿔 줄 수 있는 것은 언어적 존재라는 착각 속에 우리는 시종일관 말로써 타인의 생각을 도발하고 반박하고 창조하고 조종하려 든다는 것 이다. 그래서 때로는 말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무대와 배경과 관객을 제공하고, 우리는 또 그것에 현혹되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가고, 오로지 타인에 둘러 쌓인 무대에서만 무의미한 빛을 발하고, 스스로의 자아 독립의 무대에서는 아무런 빛도 발하지 못하는 껍데기와 같은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 이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표현이 아닐 수 없었다.  

 

인간은 점점 스스로의 가치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경시하고, 인위적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간다. 그래서 현재 자신의 모습에 끊임없이 불만을 품고,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 한다. 타인과의 끝 없는 비교를 통해 "우쭐해 하기"와 "움츠러들기"의 왕복 운동을 반복하면서 ... 이제 그 덧 없는 집단행동을 멈출때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센트 1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1, 2편 합하면 도합 천(1,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한 두께의 책 이다. 처음에는 책의 두께에 압도 되었었다. 하지만, 책의 두께가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되도록 오래도록 아끼면서 즐길 수 있는 행복 처럼 느껴지는 책 이다. 강하게 몰입되는 재밌는 책들은,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줄어들고 얇아지는 남은 책장의 두께에 절로 아쉬움이 느껴지는 법인데, 이 책도 그랬다.

 

'역사적으로 그리스도가 존재 한다면, 당연히 사탄도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이 책은 만들어 졌다고 한다. 어찌보면 지극히 단순한 의문이지만, 그 물음 만큼 해답은 간단 명료하지 않다. 그래서, 이 같은 어려운 물음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하나의 답을 던지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이 존경 스럽게 여겨 진다. 

 

작가는 1992년 에베레스트 산의 북면을 등정하는 미국 원정대의 이야기를 담은 <어센트>를 발표한 바 있었는데, 이번에는 산악 풍경을 완전히 거꾸로 뒤집어 엎어 놓고 지상이 아닌, 땅 속에서 가장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원정대 베어울프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 하면서, 저자는 무려 2년 동안 매일 새벽 서너시에 일어나 밤 일곱시까지 집필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지질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동굴 탐험을 자주 나섯던 작가의 어린시절 경험을 비롯해, 자신이 자주 꾸었던 악몽에서 지하세계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하는데, 책을 통해 작가가 그려낸 지하세계의 모습은 섬뜩하지만 묘하게 매혹적인 신세계였다.

 

마치 양파껍질을 벗겨나가듯, 지상에서 지하로, 그것도 가장 낮은 지점을 찾아 탐험의 여정을 떠난다는 발상이 매우 신선했다. 특히 남아메리카에서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 중국에 이르는 11,000 킬로미터에 달하는 지하 동굴이라는 새로운 루트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는 발상 또한 충격적이었다. '핸젤과 그레텔이 빵 부스러기를 뿌려가며' 자신들의 행적의 기록을 남기며 이동을 하지만, '결국 그 빵 부스러기는 새들이 먹어버렸다'는 섬뜩한 설정이 그대로 녹아 있는 위험 천만한 여정 역시 흥미로웠다. 어쩌면 작가가 책의 어느 한 부분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지적하고 있는 것 처럼, 우리 인류는 너무나 오래 도록 '지적 선입견''학구적 오만함'에 사로 잡혀, '시간의 탄생과 함께 엄연히 인류와 함께 공존해 온 지옥과 사탄의 세계를, 문명의 첨단 시대라 자칭하는 지금 까지도 발견해 내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점점 확신이 들 정도로, 책에서 보여지는 저자의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방대한 지적 장치들은 탄탄하고 정교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어쩌면 우리 인류는 너무나 오랫동안 눈에 보여지는 것, 그 이면의 '진실을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두 권의 책을 다 읽은 지금, 가장 가슴에 남는 이야기는, 책 속에도 인용 되어 있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선악의 저편] 속의 어느 한 부분이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도 우리를 들여다 본다."

아이크와 앨리로 압축되는 두 주인공의 여정은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고, 숨 막힐 정도로 시종일관 위태 위태 하다. 마치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눈 앞에 펼쳐지 듯, 이야기의 묘사가 세밀하다. 이야기 전개 역시 지루함 없이 매우 빠르다. 각 이야기의 전환 속도 역시 숨가뿔 정도로 역동적이다. 극한의 악과 맞서 싸우는 와중에도 아이크와 앨리 두 주인공은 스스로 악에 물들지 않고, 선과 사랑을 지켜낸다. 이 점이 특히 가슴에 남는다. 작가의 모티브를 다시 거꾸로 뒤집어 본다면, '악이 존재 한다면, 반드시 그것을 이길 선과 사랑도 존재 한다'는 역설이 결말로 남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