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어의 스스로 판단하라 Bridge Book 시리즈 1
쇠얀 키에르케고어 지음, 이창우 옮김 / 샘솟는기쁨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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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전서 4장 7절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 


마태복음 6장 24절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학교다닐 때 도덕 혹은 윤리 교과서에서 처음 이름을 들었을 키에르케고어(처음 들었을 때는 키에르케고르였습니다)는 실존주의(기독교와 거리가 멀어보이는)를 열었다는 인식과 어울리지 않게 대부분의 글이 기독교적인 글이거나 혹은 기독교를 변호하는 글입니다. <스스로 판단하라>는 대놓고 키에르케고어가 앞선 두 성경구절에 대해서 변증한 내용입니다. 성경 구절에 대한 글이라하면 교회에서 들을 수 있는 설교를 떠올리기 쉽지만, 모르긴해도 <스스로 판단하라>에 있는 내용을 설교 그러니까 말글로 들으면 머리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듯합니다.


 책 뒷장에도 '키에르케고어는 모범 답안처럼 쓰지 않았다'는 문구가 있고, 역자 해제도 아예 '키에르케고어의 글은 일반적으로 난해하고 복잡하다'는 언급으로 시작합니다. 역자는 그 이유를 '끊임없이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리라고 짐작하면서 키에르케고어가 객관적인 지식이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스스로 판단하라>는 키에르케고어 책답게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책을 펼치면 '확신을 가지고 홀로 읽으라'는 제목의 '책머리에'가 나오고 그 뒤에 '이 책의 출간이 미루어진 이유'라는 제목의 '프롤로그'가 나옵니다. 어려운 책이라 짐작했기애 엘부러 더 순서대로 '확신을 가지고 홀로 읽으라'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머리에'까지는 읽을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출간이 미루어진 이유'라는 너무도 명확해보이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다 읽었는데, 도대체 왜 책의 출간이 미루어졌다는건지 뮌스터 주교와 관계있다는거 말고는 머리속에 남지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프롤로그를 끝내고 책의 전반부인 베드로전서 4장 7절에 대한 변증을 읽다가 결국 책 뒤에 부록으로 달려있는 '역자의 해제'를 먼저 읽었습니다. 해제를 읽은 후에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서 읽을 때는 해제를 읽은덕인지 두 번째 읽어서인지 어찌어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개역개정판에 '정신을 차리고'라고 번역되어있는 베드로전서 4장 7절은 원문인 헬라어 단어의 본뜻이 '술 깨다'라고 합니다. <스스로 판단하라>는 베드로전서 4장 7절의 '그러므로 술 깨라'는 구절에 대한 변증을 책 전반부에,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할'것이라 말하고 있는 마태복음 6장 24절에 대한 변증을 후반부에 싣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구절에 대한 변증이기에 아무쪽이나 먼저 읽어도 상관없을듯하지만 '진정 깨어있음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전반부와 애초에 불가능함을 따르라고 말하고 있는 후반부가 흐름이 있기에 이왕이면 본문은 순서대로 읽는편이 좋겠습니다. 원래 글을 어렵게 썼다하니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고, 혹시 도저히 책장이 넘어가지 않으면 저처럼 부록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는 책 제목에서부터 <스스로 판단하라>고 말하는데 해제부터 읽어도 될까 싶다가도, 어짜피 번역본을 읽는 자체가 역자의 도움을 받는걸테니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혼자 끙끙대다가 책을 읽지 못해서 스스로 판단할 기회도 얻지 못하는것보다, 처음에 다른 이의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 읽어내고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갖기를 저자도 바랐을테고 책읽기의 지평을 넓히는 길일터입니다. 서평을 위해 급하게 읽었는데, 여유있는 시간을 만들어서 다시 한 번 <스스로 판단하라>를 읽으면서 키에르케고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판단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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