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수상록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0
미셸 드 몽테뉴 지음,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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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테뉴가 쓴 수상록은 원체 유명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몽테뉴'라는 사람과 '수상록'이라는 작품은 서로 연결이 되어있었지만 그 의미나 의의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습니다. 책 표지에 써져있는 'LES ESSAIS'라는 문구를 보고, '이 책이 에세이essay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는 그 책이지'라는 생각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책이 도착할 때까지도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다가, 책 표지를 보고 '아 그랬었지' 한 후에 책을 읽으면서 계속 '이래서 이 책이 에세이 장르의 시작이구나'했습니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LES ESSAIS [수상록]'은 앞뒤 표지와 내지 등을 제외하고 242쪽입니다. 몽테뉴가 쓴 수상록의 완역판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책 구성은 간단하고 7쪽부터 1권, 145쪽부터 2권, 219쪽부터 3권이라고 되어있고, 책 말미에 옮긴이의 글과 몽테뉴 연보가 짧게 있습니다. 각 권에서 주제별로 선정해서 몇몇 장이 번역되어있습니다. 1권의 경우에는 '제1장 사람은 다양한 방식으로 같은 결과에 도달한다'부터 '제57장 나이에 대하여'까지 12개 장이 발췌되었고, 2권에서는 7개 장이 3권에서는 하나의 글만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에세이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습니다. 책 전체로 보면 전체 내용이 하나의 흐름에 있지는 않다는 뜻이고, 하나의 글로 보면 글 속에 서론-본론-결론이 명확하게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LES ESSAIS [수상록]'를 읽다보니 완역이 아닌 발췌본인게 문제되지는 않았습니다.


 글 하나만 놓고 보자면 짧은 글인 경우에는 쉽게 읽혔지만, 좀 긴 장인 경우에는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읽기 쉽게 풀어쓴'이라는 부제답게 번역 자체가 쉽게 잘 읽히도록 되어있었음에도 긴 글이 잘 읽히지 않은데는, 단지 글이 길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몽테뉴가 글을 쓸 때 무언가 주장을 하려하거나 설명을 하기 위해서 쓰지 않았기 때문에 글 하나의 구성이 완벽하게 짜여있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글이 길어지다보면 몽테뉴가 자기 시대 혹은 자신이 아는 그 이전 시대 유럽권 인물에 대한 이야기나 일화를 들어서 글을 풀어가는데, 간단하게 역자가 설명을 달아주었음에도 아예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다보니 선뜻 그 내용이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몽테뉴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보다 왜 이 글을 썼을까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옮긴이의 글에 묘사된 몽테뉴를 보면서 그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천여 권의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에서 틀어박혀 집필했고 글 속에는 수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하지만 <수상록>은 어려운 말로 쓰인 현학적인 책이 아니다. ... 아마도 은거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겼고 그의 정신은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누빈 듯하다. 끝없이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 속에서 그는 결국 '나 자신'에 대해서 탐색하기로 한다. 그래서 독자에게 고백한 것처럼 어떠한 이익도 바라지 않고 자기 생각을 여과 없이 써 내려갔다. ... 글 속에서 방대한 주제를 다루면서 몽테뉴가 내린 결론은 '나는 무엇을 아는가(Que saisje?)'였다. 238-9쪽


 35살에 서재에 틀어박혔다는 몽테뉴이지만, 서재에 있는 수많은 책을 통해서 세계 곳곳(비록 그 세계가 몽테뉴가 상상할 수 있는 서구를 많이 벗어나지는 않았겠지만)에서 시대를 초월한 저자들을 만났을터입니다. 그런 몽테뉴가 자신의 모든것을 드러내는 글이 쓰고 싶어서 쓴 결과물이 바로 수상록이라고 생각하니, 기회가 된다면 완역본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라도 배웠다면 원어로 읽어보겠다는 꿈도 꿨을지 모릅니다. 그 전에 몽테뉴가 풀어놓은 몽테뉴를 맛보기에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LES ESSAIS [수상록]'은 아주 훌륭하고 손쉬운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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