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O
매슈 블레이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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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O


■ <간단 줄거리>


25세, 정치인의 딸이자 잡지 <엘리멘터리>의 창간자인 25세의 '안나 오길비'는 친구 두 명과 함께 농장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친구들은 잔인하게 살해되고 그녀는 깊은 잠에 빠진 채 발견된다.


안나는 그 후, 4년 동안 깨어나지 않고,
법무부와 수면 전문가들이 그녀를 깨우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과연 그날 오두막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긴장감이 끝까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안나가 깊은 잠에 빠진 상태라는 설정이
너무 신선하고 묘하게 다가왔다.

그 상태가 단순한 신체적 무반응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멈춘 시간’이라는 느낌을 줘서
읽는 내내 마음 한켠이 무겁고 답답한 긴장감에 휩싸이게 했다.



책은 500페이지라는 분량이 무색할 정도로 전개가 빠르다.
시작부터 ‘왜’, ‘어떻게’, ‘언제 안나가 깨어날까?’라는
질문을 안고 책을 읽게 된다.







‘체념 증후군’이란
극심한 트라우마 후,
정신이 완전히 차단된 채
깨어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이 ‘체념 증후군’이라는 조금은 낯선 소재가
이야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사건 자체보다
그 뒤에 감춰진 무언가를 천천히 꺼내 보여준다.

일기, 메모 등 여러 조각으로 흩어진 단서들이
퍼즐 조각처럼 하나씩 맞춰지며
주인공의 기억 속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독자가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는 재미가 컸다.







이 책의 인상적인 요소는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긴장감

*몽환적 분위기

*사례기록, 일기 등의 다양한 형식

*트라우마에 기반한 정서적인 설득력이다.







인물들의 기억 속 진실을 밝혀내는 반전들이 인상적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남기며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 단서들을 스스로 조립하며 읽는 스타일 좋아하는 분

📚 하루하루 기억을 더듬는 느낌의 이야기 선호하는 분

📚 과하지 않은 긴장과, 묘한 정서를 함께 느끼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이 소설이 영상화된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기대도 크다.
책에서 느꼈던 것들이 어떤 식으로 구현이 될지 궁금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미스터리, 심리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도 기대해 보면 좋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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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향수 - 걸작의 캔버스에 아로새긴 향기들
노인호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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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화와 향수


📍 향으로 만나는 명화 한 점, 감정 한 조각 📍


💡

- 향기와 그림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두 개의 조합이다.
왜 지금껏 이런 조합의 책을 만나지 못했던 걸까.
너무 신선하다! 라고 감탄하며 책을 읽었다.


읽고 난 후, 든 생각은,
눈과 코를 동시에 여는 책,
<명화와 향수>는 바로 그런 책이었다.



💡

- 목차는 향의 종류별로 나뉘어 있다.


1️⃣ANIMALIC (애니멀릭)

2️⃣FLORAL (플로럴)

3️⃣WOODY (우디)

4️⃣GREEN/AROMATIC (그린/아로마틱)

5️⃣CITRUS/FRUITY (시트러스/프루티)

6️⃣MALT (몰트)


- 각 향조에 어울리는 화가와 그림이 소개되고,
마지막에는 어울리는 향수가 조심스레 큐레이션 되어있다.


미술을 잘 몰라도 편하게 읽을 수 있고,
향수를 잘 몰라도 상상할 수 있는 책이다.


💡

- 저자인 ‘노인호’ 작가는 뉴욕 현대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그림과 향을 연결해 투어를 진행했던 전문가다.


투어 참가자들에게 어울리는 향수의 시향지를 나눠줬고,
입소문이 나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 담긴 감각과 설명들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직접 눈앞에서 들려주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

- 읽으면서 특히나 좋았던 점은 조선 화가들이 소개된 부분이다,

평소 접했던 미술 서적들은 대부분 서양 미술 중심인 점을 생각하면,
조선의 화가를 깊이 다룬 책은 흔치 않다.
그래서 조희룡과 남계우의 이야기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

▪️조희룡 / 매화향

- 조희룡의 매화 그림은
꽃잎이 부서질 듯 피어나는, 힘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남계우 / 모란. 치자향

- 남계우의 <호접도>는 색채와 세밀한 묘사가 황홀했다.
한 번이라도 실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 램브란트 / 우디향

- 내가 정말 좋아하는 램브란트와 우디향의 조합도 반가웠다.
진중한 색감과 분위기, 무게감 있는 향과 너무 잘 어울린다.


▪️ 프란스 할스 / 보리향

- 보리향이라니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익살스러운 표정이 담긴 할스의 그림들과 보리향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보리향의 향수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는데,
꼭 한 번 시향해 보고 싶어졌다.


💡

- 예전에 ‘향수’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는 주로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는 예술이라 ‘냄새’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영화를 보면서 18세기 파리 생선 시장의 비린내와 썩은 내,
그리고 과일과 꽃의 향기가 실제로 나는 것처럼 느껴진 경험이 있다.


이처럼 예술은 분야를 넘나들며
우리의 감각과 감정을 풍부하게 해준다.

내가 영화 속에서 냄새를 상상하고 느낀 경험처럼,
이 책이 제안하는 명화와 향의 만남도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의 문을 열어준다.




📚 향수와 명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예술을 조금 더 다채롭게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명화와 향수>는 정말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느리고 섬세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한 번쯤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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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 디스톨로지 세트 박스 - 전4권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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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는 SF 장르를 잘 읽지 못한다.
용어나 설정이 너무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세계관이 익숙하지 않아서 읽다 보면 금방 흥미를 놓곤 했다.

하지만 닐 셔스터먼의 <언와인드> 시리즈는 달랐다.
단숨에 4권까지 모두 읽었고,
마지막 책을 덮었을 때는 ‘아, 이제 끝났구나’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

1️⃣언와인드 – 생존을 위한 도망과 저항의 시작

2️⃣언홀리 – 도덕과 신념 사이 갈등하는 인물들의 이야기

3️⃣언솔드 - 정체성과 존재에 관한 질문

4️⃣언디바이디드 – 각자의 상처와 희생 속에서 이루어낸 ‘연대’


- 이 시리즈는 청소년의 장기를 해체해 이식하는 ‘언와인드’라는 제도에서 출발한다.

무시무시한 설정이지만, 이야기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선택과 감정, 고통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굉장히 넓고 깊은 세계관. 한 번 빠져들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다.

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생명, 존엄성, 종교, 기술 등의 다양한 이야기와 질문들은
소설 속에서 자연스럽게 던져진다.


💡


- ‘언와인드’라는 제도가 무섭고도 슬프게 느껴지는 건,
그 시작점이 전혀 악의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 싶어서,
자신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
그런 인간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들이
결국 누군가에겐 끔찍한 희생을 의미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를 만드는가?’라는 질문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

-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애정하는 건 인물들이다.

코너, 리사, 레브, 캠 등
단순한 캐릭터가 없다.
각자의 상처와 신념, 고뇌가 있다.

특히 캠은 인간이면서도 인간이 아닌 것에 대한
더 깊은 외로움과 혼란을 안고 산다.

처음엔 ‘악역’으로 보였던 인물들에게도
어느 순간 정이 들어버렸다.


💡


- 마지막 이야기가 끝이 났을 땐, 허전함이 엄청 컸다.
함께 싸우고 지지고 볶던 친구들과 작별하는 기분이었다.
‘SF도 이렇게 감정적으로 읽힐 수 있구나,
나도 SF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었네.’하고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


💡

-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시리즈는
영어덜트 소설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묵직한 질문들을 던지지만,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다.


무엇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드는가?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말하면,
누군가의 존재는 사라져도 괜찮은 걸까?
어디까지 타인이 고통을 모른 척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불편한 지점도 분명 있을 수 있지만,
현재의 우리와도 맞닿아 있는 질문들이기에
마음에 여운이 오래 남을 수밖에 없는 소설이었다.


진짜 간만에 너무 재밌게 읽은 소설! 정말 강추합니다 :) 👍🏻👍🏻




📚 SF가 낯설지만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독자

📚 감정 중심의 성장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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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의 파수꾼
도직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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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밭의 파수꾼


📍 사랑이라는 이름의 의심 📍


💡

- <마늘밭의 파수꾼>은 스릴러와 로맨스가 겹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한적한 시골 마을, 조용히 숨을 고르러 간 공간에서
사랑과 신뢰, 그리고 오래 묻혀 있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인공인 ‘유민’은 창작에 대한 고민과 관계에 대한 회의감 속에서,
마늘밭에 묻힌 돈뭉치, 그리고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살인범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그녀가 사랑하던 연인 ‘이한’이 있었다.

💡

- 이 소설은 ‘사랑하기 때문에 믿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어나는 의심’ 사이에서 출렁이는 감정을 따라간다.

특히 유민이 이한을 조금씩 의심해 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이한의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의 미세한 단절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또한 ‘무언가 수상하다’라는 불안을 함께 느끼게 된다.


사랑이 의심으로 바뀌는 순간의 온도차는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

- 읽는 내내 생각했다.
‘내가 유민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의심스러운 정황이 겹쳐질 때,
사랑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면,
과연 나는 끝까지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소설을 끌고 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

- 다만 일부 전개에서는 감정이 다소 급하게 흘러간다는 느낌도 있었다.
조금만 더 천천히, 인물의 내면을 따라갈 수 있었더라면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사랑이란 감정이 반드시 따뜻함만을 불러오는 건 아니다.’
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

- <마늘밭의 파수꾼>은 흔한 로맨스도, 단순한 범죄극도 아니다.
관계 안에 생긴 균열,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감성 중심의 심리 스릴러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외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우리는 사랑보다 진실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놓지 못하는 사랑이, 과연 사랑일까?’


이런 질문이 마음에 남는 소설이다.



📚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함께 즐기고 싶은 독자

📚 믿음과 의심 사이의 심리를 따라가고 싶은 독자

📚 감정이 중심이 되는 서늘한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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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 있는 사전 - 말끝마다 웃고 정드는 101가지 부산 사투리
양민호.최민경 지음 / 호밀밭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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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잘데기 있는 사전


📍 말끝마다 정겨움이 묻어나는 작은 지도 📍


⭐️


- 부산 사투리 101가지를 소개하는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그냥 지역어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말에 담긴 정서와 상황, 유머를 함께 풀어내며
읽는 내내 유쾌하고 따뜻한 정서를 전하는 문화 탐구서다.


형식은 각 단어마다 짧고 간결한 형식으로,
초심자도 흥미를 갖고 재밌고, 편히 읽을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


- 나는 1n 년을 경기도, 2n 년을 충청도 지역에서 살았다.
부산 사투리와는 솔직히 전혀 인연 없던 삶이었다.


하지만 경상도 남자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나의 언어생활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갑작스레 주변 사람 대부분이
경상도, 특히 부산 사람이 되었고—
그들의 말투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강하고 빠르며 직설적인 말투에
“내가 뭘 잘못했나?” 싶을 만큼
상대가 나를 싫어하거나 화내는 건 아닌지
괜한 오해를 하기도 했고,
몇 년간은 명절을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통화!
얼굴을 마주 보면 눈치라도 챌 수 있었지만,
전화는 정말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말이 빠르기도 하고 억양도 익숙하지 않아,
결국은 "네네~"만 반복하며
내용을 절반쯤 놓치는 대화가 다반사였다. 🤣

(우리 식구들이 말이 “많이” 빠른 것도 이유라면 이유)



⭐️


-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그런 나에게
정말 ‘쓰잘데기 있는’ 🤭 책이었다.


각 단어마다 단순한 뜻풀이를 넘어서
어떨 때 쓰이는지, 누가 어떤 상황에서 쓰는지,
어떤 뉘앙스를 담고 있는지를
재치 있고 생생하게 풀어낸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웃음이 나고,
어느새 그 말이 쓰이는 상황이 눈앞에 그려진다.


⭐️


- 책을 읽으며
부산 사람들의 유머와 정서를
처음으로 이해하게 됐다.


‘그저 ‘세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이 아니구나,
농담과 정을 빨리 주고받는 방식이었던 걸까?’
라며 이해도 해본다.


⭐️


- 이 책은 부산 출신이라면
추억이 담긴 앨범처럼 읽힐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부산과 연이 없던 사람에겐
한 도시의 문화 여행서가 된다.



📚 부산 사투리를 배우고 싶은 독자

📚 지역 언어의 뉘앙스와 정서를 알고 싶은 독자

📚 타지역 사람들과의 소통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마음 편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단어 하나에도 사람 사는 냄새가
묻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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