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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평점 :

< 수상한 퇴근길 >
#한태현 지음
#IC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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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세상에서 나도 미쳐야만 정상이 되는 세상!” _ p.39
- 고 대리는 출근하는 척 지하철에 오른다.
고 대리가 탄 지하철이 지연되는데, 이는 70대 노인이 지하철 선로에 투신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퇴직 사실을 순간 잊은 고 대리는 지각 걱정과 함께 이런 일의 원인이 된 노인을 원망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아차’ 싶었던 고 대리는 사람이 왜 죽었는지 걱정하지 않고, 애도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회사에 전화를 돌리는 직장인들을 둘러보며 씁쓸해한다.
나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이런 경험이 더러 있었다.
그때 상황을 지금 생각해 보면 나 또한 그랬다.
‘아, 망할. 지각하겠네. 얼른 전화 돌려야지. 다음 정거장에 내려서 그냥 택시 타고 갈까.’
이런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사람으로 가득 찬 지하철, 지각하면 혼날 거라는 걱정, 내 계획이 틀어졌다는 짜증.
직장인으로서 갖게 되는 필연적 스트레스가 괴로움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이들에 대해 함께 슬퍼할 만한 여유마저 앗아가 버렸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하니 참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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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고 대리에게 아이든 아내든 가족은 언제나 직장보다 뒷순위였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_ p.71
✔ 출발하자고 말을 하다가 고 대리는 자신이 딸의 피아노 학원 이름도, 위치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부끄러움과 이유 모를 비참함이 그의 마음속에 뚝뚝 떨어진다. _ p.242
- 퇴직 후 주변을 둘러보고 새삼 가족의 소중함과 본인이 그간 가정에 무심했음을 깨닫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니 그런데 말 좀 예쁘게 할 순 없는 거니??...
퇴직 후 바닥을 친 자신감과 불안, 자격지심으로 고 대리는 아내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더러 생긴다. ‘찌질하다, 찌질해...’라고 생각하며(ㅋㅋㅋ) 읽다가도, 뒤돌아 미안해하는 고 대리를 보면서 진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미안하다고 제발 말로 해라....
밉다가도 안쓰럽고, 안쓰럽다가도 미워지는 애증의 고 대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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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현듯 ‘가족의 행복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가족의 행복을 희생해야 한다.’는 답도 없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답이 없는 말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돌고 돌아, 결국 돈이다. _ p.387
- 애증의 고 대리이지만, 꿈과 현실, 경제적 평안함과 가족과의 행복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모습은 참 안타깝다. 이런 모습은 모든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꿈꿔온 모습대로 모든 것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꿈을 좇으라 말하고 싶지만, 요즘의 삶이 그것만으로 충분한 세상이 아니기에 착잡한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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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를 안쓰러워하는 부부가 정말 잘 사는 부부라고들 한다.
우리 남편도 신혼 때는 부엌에 서 있는 날 보면 안쓰러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지금도 유효한지는 모르겠다. ㅋㅋㅋ
일단 나부터도 반성을 조금 해보고, 남편에게도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그러면 내가 고 대리의 아내와 비교될 것 같아서 함부로 권하지도 못하겠다 ㅋㅋㅋ
고 대리, 너 아내한테 진짜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