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와 나
이종산 지음 / 래빗홀 / 2025년 3월
평점 :
< 고양이와 나 >
#이종산 지음
#래빗홀
▪️
✔ ‘여러 달이 지나고, 한 해가 끝나 새로운 해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우리 앞에 고양이가 나타난 것은.’ _ p.14 (고양이와 나 中)
- 어느 날 고양이의 외양을 하고 있었지만, 신과 가까운 존재처럼 보였던 거대한 고양이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앞으로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사시겠습니까?
보신각으로 취재를 나섰던 기자도, 뉴스를 진행하던 아나운서도 ‘예’라고 답한 사람들은 모두 고양이로 변했다.
소설 <고양이와 나>는 6편의 연작 소설이다.
소설에는 사랑하는 연인이, 친구가, 가족이 고양이가 된 사람들의 관계, 존중이 담겨있다.
▪️
✔ ‘동물이든 사람이든, 그는 그였다. 그는 여전히 내게 고유한 존재였다. 그는 고양이로 변한 그였다.’ _ p.57 (고양이와 나 中)
- 책에는 퀴어 커플, 고양이가 된 서점 주인과 얼떨결에 그 서점을 운영하게 된 주인의 친구, 이름 없는 출판사의 대표 등이 등장한다.
이들 중 누구도 고양이가 된 사람의 곁을 떠나는 사람은 없다. 당황스러울지언정 법적으로 고양이가 된 연인의 보호자가 되어주고, 흔쾌히 고양이가 된 친구 곁을 지키며 서점을 운영한다.
동물로 변했다지만 본질은 내가 알던 사람과 변하지 않았다는 믿음으로 그들을 받아들인다.
▪️
✔ ‘그가 사람이었을 때는 언제 그런 날이 올지 요원하기만 했다. 우리는 함께 살면서부터 항상 우리가 서로의 공식적인 보호자가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가 꿈꾸던 일이 반은 이루어졌다.’ _ p.64~65 (고양이와 나 中)
✔ ‘고양이가 된 지금 나는 그저 순수한 사랑을 느낀다. 의무적인 행위가 빠진 사랑은 편안하다. (...) 사랑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있다. 나는 조용히 나 혼자서 그것을 느낀다. 평화롭다.’
_ p.189 (고양이가 된 나의 입장 中)
- 퀴어 커플은 한 명이 고양이가 되어서야 공식적인 보호자가 되었고, 인간의 규범을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은 고양이가 되어서야 평온을 찾았다. 그리고 깊은 우정 또한 사랑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소설에서는 우정, 사랑, 관계의 본질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
✔ “이야기를 사랑하시는군요.”
출판사 대표가 말했다.
“인간을 사랑하는 것 같은데요.”
책방 사장님이 말했다.
“세상을 사랑하죠.”
내가 말했다. _ p.224 (고양이 공원 中)
✔ ‘이 원고는 어쩌면 지금까지 제가 썼던 모든 책들이 그랬듯이 세상을 짝사랑하는 저의 마음이 담긴 글입니다.’ _ p.247 (작가의 말 ‘이름 없는 출판사에 드리는 글’ 中)
- 이 소설의 단편에 등장한 화자가 작가이고, ‘이름 없는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이 <고양이와 나>라는 소설. 그리고 작가가 이 출판사 대표에게 보내는 ‘작가의 말’.
이런 ‘작가의 말’의 형식이 적잖이 새롭게 다가오며, 마무리까지 아주 산뜻하다.
몽글몽글하고 왠지 모르게 애틋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카프카의 ‘변신’처럼 친구에게 한 번쯤 질문해 보기도 좋은 소설이지 않은가?
“남은 인생 고양이로 살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
✔ ‘그냥 내가 그를 너무 사랑해서. 사람이었던 그도 너무 사랑하고, 고양이가 된 그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건데. 사람이었던 그가 그립고, 고양이가 된 그가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 여러 마음이 너무 복잡하게 뒤섞여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 순간이 있는 건데.’ _ p.217 (고양이 공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