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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 미 모어 마마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34
김준녕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평점 :
📙 텔 미 모어 마마
▪️ <사상 최대 규모의 모녀대전>
✔ “엄마를 죽였다.” (첫 문장)
-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이 한 문장이 먼저 뇌를 때린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임팩트 강한 첫 문장.
도파민이 확 솟구치며 단숨에 몰입하게 된다.
▪️ <책 소개>
✔ “나는 불쾌감을 느꼈다. 분명 이름표를 확인해 보면 ‘카드뮴 레드’ ‘알리자린 크림슨’ 등 각각 다른 색이었는데, 이상하게 내 눈에는 모두 빨간색으로만 보였다. 분명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꼭 엄마와 나 같았다.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똑같은.” (p.27)
✔ “사람들은 삶이 왜 이리 고통스러운지 궁금해했다.
그러나 나는 궁금하지 않았다.
이 고통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명확히 알았으니까.” (p.59)
- TPE-1120이라는 신체 구성 요소를 재생시켜 영생을 가능하게 하는 노화 방지제를 개발 중인 대기업, 삼일 그룹. 그리고 그 삼일 그룹의 회장이 바로 ‘엄마’다.
그런 엄마로부터 외부와 단절된 채 정신적 학대를 받으며 살아가는 ‘딸’의 이야기.
딸은 그런 엄마를 증오한다.
✔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놀라움과 이 행복이 이내 사라지리라는 절망감이었다.” (P.94)
- 딸은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마저 엄마로 인해 잃게 되면서 그 증오심은 폭발하게 된다.
이 부분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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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에는 다소 내 정신이 산만했던 탓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지만,
그냥 평범한 서스펜스 소설인가 싶었다.
하지만 딸이 집에서 탈출을 감행하면서부터 이야기는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고,
도파민은 샘솟고, 책은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가진 증오와 욕망, 복수심이 너무도 현실적이라,
비현실적인 설정임에도 공감이 가고 감정적으로 빨려들게 된다.
소설 속 폭력적인 장면들이 없지 않지만,
이미 딸이 어떤 학대를 겪어왔는지를 알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는
그 장면들이 불쾌하다기보다 통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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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이 걸린 이상 그들은 이가 부러지고, 입술이 터져 피를 흘리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때려달라 말했다. 눈을 크게 뜨고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감정을 느껴야 했다. 가슴을 부여잡았다. 엄마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p.286)
- 가장 소름 끼쳤던 부분은,
그렇게 엄마를 혐오하고 닮고 싶어 하지 않던 딸이,
결국 엄마와 닮아가는 장면들이었다.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엄마처럼 타인을 통제하고,
술을 마시고, 감정을 억누르고, 폭력에 익숙해진다.
엄마에게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서 점점 더 엄마를 닮아간다.
그 모습이 너무도 무섭고, 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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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이 중요한 소설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독창적이고 놀라운 반전을 지닌 작품이었다.
여성 서사인 점.
욕망에 일그러진 인물들, 복수심으로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주인공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상 밖의 전개 덕분에
가독성도 뛰어나고, 전형적인 서스펜스의 틀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몰입을 끊임없이 유지하는 힘이 굉장하다.
모성, 통제, 자아, 복수, 욕망, 인간의 본성과 닮아가는 운명까지…
생각할 거리도 많은 책이다.
📚 여성 서사의 소설을 찾는 사람.
반전이 있는 책을 찾는 사람.
박진감 넘치는 소설, 기승전결이 확실한 소설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