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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 - 신뢰와 호감을 높이는 언어생활을 위한 우리말 나들이
MBC 아나운서국 엮음, 박연희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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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교육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제대로 알면 헷갈리지 않는 맞춤법을 2장은 잘못된 발음에서 이어진 틀린 표현을 다루고 있고, 3장은 바르게 쓰는 외래어 표기법을, 4장은 순화어를 다룬다. 손석희 전 아나운서의 말에 의하면 이 책에 나온 내용들로 아나운서 시험을 봤다면 분명히 떨어졌을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가 실생활에서 헷갈리는 맞춤법이 많다. 한국어가 쉬운 것 같아도 정확한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언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다음의 표기를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살펴보자.

1. 조금만 걸어도 금방 땀이 송골송골/송글송글 맺히는 날씨야.
2. 침대에서 그만 밍기적거리고/뭉그적거리고 이제 일어나.
3. 화분에 물을 얼마큼/얼만큼 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4. 나도 여기서는 한가닥/한가락 하는 사람이야.
5. 거짓말도 엥간히/엔간히 해야지. 너무하지 않니?
6. 그는 무엇이 못마땅한지 계속 구시렁/궁시렁거렸다.
7. 그게 무슨 쌩뚱맞은/생뚱맞은 소리야?
8. 생각건대/생각컨대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9. 잘못한 사람이 되려/되레 큰소리를 치면 어떡해?
10. 장마철이 다가오며 잇따른/잇딴 비 소식이 들려온다.

위의 문장들을 읽고 갸웃거리지 않고 한 번에 다 맞출 수 있다면 당신의 어휘력은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는 정확한 맞춤법뿐만 아니라 비슷한 표현과 적절한 문장 예시가 나와 있고, 올바른 발음이 표기되어 있어 굉장히 유익했다. 무엇보다 4장의 순화어를 다룬 내용을 보면서 일본어 투 표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국기를 게양하다.'라고 할 때 '게양하다'가 일본어 투 표현이라고 하니, 국기를 '달다 혹은 올리다'로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가장 놀랐던 것은 무지개의 외래어 표기가 '레인보우'가 아니라 '레인보'라는 것이었는데, 같은 맥락에서 SNOW도 '스노우'가 아니라 '스노'가 맞다는 것이다. 그동안 잘못 알고 있는 표기가 제법 있다는 게 새삼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순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곤색의 순우리말이 '반물색'이라는 것이었는데 어감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반물색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봐야겠다.

우리가 쉽게 헷갈리는 맞춤법을 정리해 둔 책이라 어른뿐만 아니라 학생에게도 유용한 책이 될 듯하다. 자신의 어휘력을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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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박완서 산문집 10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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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의 중국, 몽골, 바티칸, 에티오피아, 티베트, 네팔을 방문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 여행 산문집이다. 글을 쓰는 일 외에도 작가님의 대외 활동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니세프의 초청으로 몽골을 방문한 일이나, 에티오피아 난민촌을 방문한 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조문사절단으로 로마에 간 일 등이 그렇다. 작가로서의 활동만 알고 있던 나에게 작가님의 유니세프 활동기는 박완서라는 인물을 재발견하는 일과 같았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저자의 솔직한 면모를 볼 때면 내향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재밌기도 했는데 먼 여행을 떠나기 전 가기 싫은 마음을 내비치는 부분들이 그랬다. 유명 작가이기도 하고, 읽을 독자를 의식해서 좋은 쪽으로 포장해서 쓸 법도 한데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는 부분들이 놀라웠다.
인상 깊었던 것은 티베트를 방문한 일화가 아니었나 싶다. 한족을 보며 일제강점기를 자연스럽게 연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작가가 지나온 세월을 체감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불교문화에 관심이 없어서 티베트 이야기보다 앞에 배치된 1부의 이야기들이 더 좋았다. 일상의 소소한 여행기와 작품을 집필한 배경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더 시선을 끌지 않았나 싶다. 작가님의 문체가 그리운 분들에겐 반가운 에세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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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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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냉소적이고 과감한 문체로 회사 생활의 치졸함을 비꼬는 <영생불사연구소>, 조금은 서늘한 주제였던 <여행의 끝>, <아주 보통의 결혼>은 흥미로운 이야기였다면, 나머지 작품은 흥미 위주의 서사에서 그치지 않고 애도라는 주제를 담아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고장난 진단 설문용 로봇을 애도하는 자율주행 로봇이 등장하는 <너의 유토피아>, 5305호에 사는 노인을 위한 마음을 담은 엘리베이터의 이야기 <One More Kiss, Dear>,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Maria, Gratia Plena>는 상실에 대한 애도라는 공통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타인의 아픔을 공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타인의 행복만을 바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그녀를 만나다>는 저자 자신을 이야기 속에 투영한 것처럼 보였다. 다루고 있는 소재도 그렇지만, 작가의 말에도 쓰여 있다시피 그는 여전히 누군가를 위해서 투쟁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고 느껴졌는데 바로 마지막에 배치된 <씨앗>이라는 작품 때문이었다. 결말에 이른 문장에 담긴 메시지가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건 저자가 투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와 닿아 있는 듯했다. 작품 속 나무 인간들이 타인을 위한 씨앗을 계속 땅에 심는 것처럼, 우리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저자는 계속해서 누군가의 생존을 위한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 아닐까. 그 씨앗 중 하나는 살아남아서 새로운 시작을 열어주리라 믿는 것 아닐까 싶은, 그런 세상이 곧 도래하리라는 것을 기다리는 작가의 마음이 이 작품 속에 투영된 게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 그것이 바로 너와, 나의 유토피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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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 - 무례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한 연결에 대하여
김민섭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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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지난 연말에 비행기 사고 소식을 접하고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위로가 필요한 피해 가족들에게 악성 댓글이 달린다는 이야기를 보고 절망의 감정까지 느꼈던 것 같다. 그런 시기에 이 책을 만나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의 온도를 올릴 수 있어 고마웠다.


살다 보니 세상이 굉장히 무례하고 각박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능력과 성과주의의 늪에 빠진 현대 사회에서 이타심을 찾기란 더욱 어렵다. 다들 자기 몫을 챙기기에 바쁘고, 누군가를 돌아볼 여유가 부족하다. 하지만, 그것을 잘 눌러 담고 타인을 끌어안는 데서부터 자신의 싸움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P.36) 다정함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그리고 그가 행한 다정한 선의는 분명 타인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나는 저자의 말처럼 다정해야 살아남는 세상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저자가 환불금 만 팔천 원을 포기하고, 동명의 김민섭 씨에게 항공권을 양도하고 펼쳐진 마법 같은 일들처럼 말이다. 이 별것 아닌 선의는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시작점이 되었다. 항공권을 양도받은 동명의 김민섭 씨 이야기는 저자의 책 뒷부분에 등장하므로,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바란다.




나는 다정함이야말로 사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며 이 사회를 지탱시켜온 힘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아무 관계가 없는 완벽한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고 그를 돕기 위해 움직이기도 한다. 합리와 효율뿐 아니라 감정과 관계를 고려해, 사람은 다양한 선택에 이른다. - P25

학연, 지연, 혈연을 넘어, 숫자와 브랜드가 같은 사람들에게 한정적으로 더욱 다정과 친절을 보내는 요즘이다. 그러나 내가 마음을 보내야 할 대상은 어디에나 있다. 다감한 사람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인을 동정하고, 그것으로 다정한 사람이 되고자 할 때, 우리는 어느 시대에든 여전히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P92

우리 모두 저마다의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타인과 함께 잘 살아갈 것이냐 하는 문제는 결국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받은 마음을 다시 타인에게 돌려주는 일은 중요하다 - P188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기에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중에도 잠시 머뭇거릴 수 있다. 나만 잘되어도 괜찮은가, 저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혹시 나와 닮은 저들과 함께 잘되는 길도 있을까. 그렇게 우리는 이기적인 선택을 하지만 이타적인 결과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정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것만이 우리를 인간이게 한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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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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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89세 ‘보’의 시선으로 쓰인 책이다. 그의 아내는 3년 전 치매 진단을 받고 요양원에 입원해 있다. 보는 반려견 ‘식스텐’과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들 한스와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한 채 지내고 있지만, 좀처럼 그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다. 과연 그는 아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보는 자신을 환자처럼 대하는 한스가 마땅치 않다. 둘은 식스텐의 거취 문제를 두고 불화를 겪기도 한다. 둘의 관계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데, 그건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보의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자간의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보는 아들을 대하는 것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그런 보를 지켜보는 독자로서는 조금 답답했다. 물론, 보가 한스의 성장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자식에게 애정 어린 표현을 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 자신의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가 어렵게 건넨 한마디를 위해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오히려 소설 후반부에 이를수록 한스가 더 어른스럽게 느껴졌는데 그건 내가 자식의 입장이라 그랬을지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해도 닳지 않으니, 지금 당장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하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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