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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다 ㅣ 하다 앤솔러지 2
김솔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동사 <하다>를 주제로 우리가 하는 다섯 가지 행동에 관해 담은 앤솔러지로, 두 번째 소설집 <묻다>를 읽게 됐다. 소설집에는 고도를 기다리는 이유를 묻는 <고도를 묻다>, 정서의 죽음 이후 정서가 하려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드래곤 세탁소>,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개와 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방과 후 교실>, 살아있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조건>까지 다양한 질문이 담겨 있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역시 박지영 작가의 <개와 꿀>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한 사람의 쓸모에 대해서, 정상성에 대해서, 정상으로 규정된 사람들의 시혜적 시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 매섭고 날카로운 글을 읽고,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바로 답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어쩌면 그 입장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여전히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은 ‘고요한 폭력적인 말(p.109)'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또한 내가 나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저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일 뿐인데. 이런 생각 끝에 나는 또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만다.
그나마 책을 읽고 부끄러운 게 뭔지 알게 되는 인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 또한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알게 되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테니까. 다음 앤솔러지에서는 어떤 장면을 보게 될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