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영국 동화 - 곰 세 마리부터 아기 돼지 삼 형제까지 흥미진진한 영국 동화 50편 드디어 시리즈 3
조셉 제이콥스 지음, 아서 래컴 외 그림,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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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던 동화를 원작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잭과 콩나무>, <피리 부는 사나이>, <아기 돼지 삼 형제>뿐만 아니라 조금은 변주된 듯한 이야기의 <엄지 공주>, <신데렐라>까지,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느낌의 동화로 꽉 채워진 책이다.

흔히 알고 있는 동화들은 큰 줄거리로 보면 낯익은 이야기였지만, 상세한 내용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잔인하고, 끔찍한 묘사가 많다. 동화가 이렇게 잔혹하고 폭력적이었던가, 새삼 놀라게 된다. 원작은 대체로 잔인한 묘사가 많았다고 듣긴 했지만, 어른이 되어 읽는 원작 동화는 너무 천진난만하게 잔인하다고 해야 할까? 확실히 어릴 때 접한 동화는 아름답게 각색된 내용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앞부분에 담긴 동화보다 5장 <운명>에 담긴 동화들이 새로워서 흥미로웠다. 특히 <딕 휘팅턴과 고양이>가 영국 전래동화 느낌이 물씬 났고, 내용과 결말도 만족스러웠다. <물고기와 반지>는 결말이 너무 동화적이라 오히려 만족스럽지 못했달까. 인과응보가 확실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잠시 동심에 젖어 원작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내용이었으나, 잔혹한 면도 있어서 어린 조카와 내용을 공유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야기를 통해 추억에 잠기고 싶은 어른이라면, 한 번 이 책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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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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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카두케우스 이야기'와 무너진 세상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 담긴 소설집이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에는 전염병이 닥친 세상과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담긴 단편이 들어있어 지난 시간의 감각을 떠올리게 됐다.

카두케우스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재회>였다. 자신에게 중요했던 우주비행사 시험을 조난당한 소형 여객선을 구하느라 망친 수미의 이야기는 한순간의 선택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수미는 삶을 도둑맞은 결정이었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한 사람은 새 삶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선택의 순간,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형진을 만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수미는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이 남는 작품이었다.

전염병이 도래한 세계를 다룬 이야기들은 어딘가 친숙했는데 디스토피아 세계관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수진>이었다. 내 본체는 잉여 인간이 되어, 취미 생활을 하고 또 다른 분신인 내가 돈을 벌어왔으면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네 번째, 다섯 번째 수진의 이야기를 보며,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난 책 읽고 두 번째 나는 열심히 돈 벌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허황된 꿈을 잠시 그려보게 되었달까.

우주에 놓인 인간이든 팬데믹에 놓인 인간이든, 재난의 상황에 놓인 각각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갈등을 헤쳐가는 이야기였다. 그 끝이 꼭 희망이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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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입니다 - 수동적으로 공격하는, 보이지 않는 악인들에 대하여
데비 미르자 지음, 김미덕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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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나르시시스트는 알지만,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라는 개념은 처음 접해봐서 궁금했다.

책에는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특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다. 안타까운 점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타깃이 되는 피해자들이 자기 성찰을 하는 사람이고(P.69), 다정하고, 예민하며, 배려심 있고, 믿음직한 사람들(P.72)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뛰어난 공감 능력 때문에 나르시시스트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의 후반부에는 타깃이 되어 온 피해자를 위해 치유와 회복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어 자신을 의심해 온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만약 자신의 주변에 본인을 실패자처럼 느끼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도 같은 상황을 겪어 봤기에 누구보다 피해 당사자를 잘 이해하며, 응원의 말로 용기를 북돋아 주기 때문이다.


꼭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타깃이 된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저자가 건네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는 자존감이 떨어진 사람에게도 충분히 위안이 될 법한 글이었다. 그중 다음과 같은 문장을 공유한다. “당신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세상은 당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강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타인에게 원하는 배려와 도움을 자신에게 먼저 베풀어라.”(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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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필
요한 하리 지음, 이지연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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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신종 비만 치료제(저자의 경우는 오젬픽)를 처방받고 효과를 경험해 본 저자가 현대 인류에게 비만 치료제가 필요해진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가공식품의 문제는 당장의 개선이 어려워 보이므로, 약의 공급 방법을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만 치료제가 당뇨병, 고혈압처럼 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에게 처방되어야 하고, 심미적 목적을 위한 처방은 지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아직 부작용에 대한 장기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약물이 남용되는 것은 결코 옳은 해결책이 아니지 않을까. 물론 비만의 원인은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고, 개인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저자가 언급한 내용에 동의하는 바다. 예를 들면, 유전적 요인, 심리적 요인, 과식의 이유나, 의지력, 우리가 요요현상이라고 일컫는 부분에 대한 언급이 그렇다.


다만, 나는 저자의 친구 라라와 의견이 조금 비슷한 쪽인데, 저자가 외모에 대한 욕구가 없었다면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그건 저자의 경험에서도 볼 수 있고, 책 초반에도 ‘더 잘생겨 보이고 싶은 욕망’에 대해 저자가 언급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저자는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를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과, 가족력으로 인한 특정 질환에 대한 위험성 중 어떤 것에 비중을 둘지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라고 밝힌다. 현재로서는 이 약이 축복인지 재앙인지의 문제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을 뿐이다.



그 결과 만들어진 피자, 카레, 치즈케이크에는 신선한 피자나 카레, 치즈케이크의 희미한 기억만이 담겨 있을 뿐이다. 미리 가공되어 요리의 노동을 덜어주는 이들 재료는 절대로 신선할 수가 없다. 그리고 장기간 보관되는 동안 처음의 광택마저 사라진다. - P80

그러니 개인이 변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비만을 유발하는 환경은 바뀌지 않는다. 환경은 오히려 예전처럼 먹으라고 우리를 압박한다. 마이클 로는 우리가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는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와 씨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P177

의지력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러나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수많은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원인 중에 한 조각일 뿐이다. 체중 조절에 의지력이 무관하고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그러나 의지력이 전부라고 혹은 대부분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똑같이 틀린 얘기다. 크고 복잡한 그림 속에서 의지력은 가느다란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이는 마치 고약한 폭풍 속 우산 한 자루와 같다. 우산이 조금은 비를 막아줄 것이다. 어쩌면 우산 한 자루로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우산은 더 큰 힘 때문에 박살나고 만다. - P178

나는 이제 신종 비만 치료제를 투약하는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이런 질문을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과식이, 비만이 내게 해주었던 역할은 무엇인가? 거기서 내가 얻었던 긍정적인 것은 무엇인가? 무자비할 정도로 솔직하게 성찰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과식을 없애고 나면 바로 그 ‘문제‘들이 어떤식으로든 다시 전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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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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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노크라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아노크라시’란 완전한 독재도, 민주주의도 아닌 중간 상태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분열을 일으키는 걸까.


저자는 내전을 겪고 있는 여러 나라의 사례를 다루며, 내전이 일어나는 패턴을 분석한다. 나는 얼마 전에 <나의 작은 나라>라는 소설을 읽으며 르완다의 투치족과 후투족의 갈등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었다. 종족 간에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가 생각보다 많았고,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사례는 다소 충격이었다.


갈등은 정착민과 이민자, 혹은 특정 인종이나 종족 간에 발생하고, 언어적 문제로도, 종교적 문제로도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은 특정 집단의 파벌화로 더욱 심화된다. 심화된 갈등 상황에서 시민들의 위기감을 부추기고, 분노를 조장하는 종족 사업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점차 내전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파벌화를 가속하는 원인 중의 하나로 소셜미디어를 지목한다.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는 사회적 갈등을 고조시키고,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확증 편향이 심화된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양상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양극화 현상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불과 몇 개월 전에 계엄이 선포되는 사태를 겪지 않았나. 이런 상황의 우리에게 건네는 일종의 경고와도 같은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는 말한다. 소셜 미디어 확성기를 치워 버리고, 협박꾼, 음모론자, 봇, 트롤, 가짜 정보 전파 기계, 혐오 장사꾼, 민주주의 적들이 떠들어 대는 스피커 소리를 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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