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갖춘마디 사계절 1318 문고 150
채기성 지음 / 사계절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빠가 시설 관리원으로 일하는 상가에서 불이 났고, 사람들을 구조하다가 돌아가셨다. 사람들은 아빠를 의인이라고 부르지만, 소이는 아빠가 세상을 그렇게 떠났다는 사실이 원망스럽다. 이런 상처를 품고 있는 소이가 랩을 통해 상처를 세상 밖으로 꺼내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이가 유일하게 마음을 꺼낼 수 있는 순간은 랩 가사를 만들 때다. 그러나 한겹 둘러싸인 내면의 이야기는 좀처럼 쉽게 꺼내지지 않는다.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꺼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그런 소이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시은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이별은 마음을 놓아야 하는 순간이 있음을 알려준다고, 헤어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 덕분에 소이는 선생님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된다.

불안정하게 시작하는 못갖춘마디처럼 소이의 출발도 조금은 불안하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상처를 마주하고 세상 밖으로 꺼내는 소이의 성장은 불안정하지 않다. 마지막 마디에 남은 박자를 채우듯이, 소이도 마지막 마디를 채워가게 되니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꺼내 놓으면서 조금씩 치유의 길로 나아간다. 서로의 슬픔을 끌어안으며 타인에게 손을 내밀게 되는 이들의 연대가 눈부신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 들고 싶은 동네 - 늙고 혼자여도 괜찮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
유여원.추혜인 지음 / 반비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의료 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다. 작은 의원으로 시작해서 한 건물에 치과와 한의원을 확장 개원하기까지 많은 사람의 의지와 참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봄 문제가 공공의 일이 되어 서로 돌보고 돌봄 받는 것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면서 왜 정부 차원에서 하지 못하는가 되묻게 된다. 점점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가족에게 돌봄을 의탁할 수 없는 가구가 점차 늘어난다면 이것은 더 이상 개인 차원의 일이 아니지 않을까. 사회적 문제로 이 현상을 바라본다면 그 답은 이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관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케어B&B라는 도전이 그렇다. 상급 병원에서 수술이 끝나고 퇴원한 환자들이 당장 돌봄을 받기 어려워 돌봄 공백이 생겼을 때 잠시 머물면서 통합 사례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좋은 사례였다. 이런 지역사회 돌봄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홀로 나이 들지 모를 사람들도 더 안심하고 노년기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은 의료인과 환자와의 관계를 평등하게 바라보며, 병원 방문이 어려운 이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의료를 실천한다. 이러한 실천은 의료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고, 생활 밀착형 돌봄으로 이어진다. 간병으로 지친 가족들의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고, 쉴 공간이 되어준다. 서로서로 돌봄을 통해 돌봄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것이다.

돌봄이 가능한 지역 사회를 막연하게 상상만 했는데 현실에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제목 그대로 이곳은 ‘누구나 나이 들고 싶은 동네’이자, 마음 편하게 나이 들 수 있는 동네가 아닐까. 누구나 이러한 환경에서 나이 들고 싶지 않을까? 나다움을 지키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다 하다 앤솔러지 3
김남숙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동사 <하다>를 테마로 하는 세 번째 앤솔러지 소설집 <보다>를 읽었다. <보다>는 제목처럼 보는 것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흐린 윤곽으로 가득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선명하게 시작해서 그러데이션처럼 점차 흐려지는 빛깔이랄까.

언니의 교제 폭력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모토부에서>, 사라진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다룬 <별 세 개가 떨어지다>, 살아갈 이유를 찾고자 떠난 이의 이야기가 담긴 <왓카나이>, 이삿짐과 손님을 싣고 가는 여정이 담긴 <하얀 손님>, 새로 이사한 이후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의 <이사하는 사이>가 담겨 있다.

이들은 일상에서 무언가를 마주하게 된다. 교제 폭력 사건을 마주하는 소설을 쓰고, 혜임과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 종묘원에 갔다가 죽은 이의 발을 보게 된다. 여기까지는 제법 윤곽이 그려지는 일을 보았다면, <왓카나이>부터는 화자가 무엇을 보았는지 선명하게 담기지 않는다. 소설 속의 나는 그저 보고 싶은 것을 보게 될 뿐이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독자는 알 수 없다. 그저 짐작만 할 뿐. <하얀 손님>의 주인공은 조금 더 복잡하다. 습관화된 행동으로 유리병의 균열을 보지 못해서 상흔을 입게 되는 그는 오히려 상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쪽에 놓이는 듯하다. <이사하는 사이>의 산희는 자신과 닮은 이들을 만나는 기현상을 겪지만, 이 또한 현실인지, 산희의 착각인지 정확하지 않다.

나는 <별 세 개가 떨어지다>의 홀로 죽은 사람을 조용히 묻어준 할아버지의 마음이 무엇인지 가늠해 본다. 혼자 생을 끝내고 만 사람의 이후 시간을 조용하게 지켜주는 것, 그게 죽은 자의 넋을 기리는 할아버지만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죽은 이의 상처를 본 할아버지만의 혜안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집만큼은 뒤에 작품 해설이 있었으면 싶었다. 어쩌면 <보다>의 인물들이 보는 것이 저마다 다르듯이, 이 소설을 보는 독자도 저마다 다른 것을 보게 되지 않을까. 나는 김채원 작가의 <별 세 개가 떨어지다>를 가장 인상 깊게 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꾼 에세이
발터 벤야민 지음, 새뮤얼 타이탄 엮음, 김정아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단 그의 명성이 높은 이유를 알 것도 같은 게 그의 사유와 문학에 대한 비평이 날카롭다. 서술되고 있는 책들의 내용을 알고 읽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저자가 언급한 작품들을 대부분 읽지 않았고, 이름만 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언급되어서 모든 내용을 이해하면서 읽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여러 대목에서 그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특히 정보의 과잉으로 인해 진정한 이야기가 사라져 간다는 그의 통찰은 놀랍다. 사람들이 어떠한 사건을 정보화하게 되고, 사건 자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설명들이 독자가 자발적으로 사건을 이해할 자유를 빼앗아 간다는 주장이 그렇다. 정보화 사회로 거듭날수록 경험과 전통에서 구술되는 이야기는 줄어들고, 오로지 요약과 설명으로만 간소화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은 소멸해 간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다.

첫 번째 읽었을 때는 이 책이 쉽게 안 읽혔다. 얇지만, 쉬운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두 번째 읽으면서 조금씩 개념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그가 비평가로서 탁월한 사람이라는 것은 이 한 권의 짧은 글로도 충분히 드러난다. 다만, 나의 얕은 지식과 표현력으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게 답답할 뿐이다.

에세이에서 언급된 소설을 읽고, 추후에 다시 이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다. 그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언 매큐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서 기대 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