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 제56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요코제키 다이 지음, 이수미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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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도가와 란포상에 8번이나 도전한 끝에 수상작으로 당선된 작품이란다.  출판사 서평처럼, 치밀한 구성력과 단정한 문장(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덕분에, 흡인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미용사로 자신의 미용실을 차려 일하고 있는 마키코에게 어느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들 마사키가 슈퍼에서 물건을 훔쳤다는 점장, 히데유키의 전화였다.  그는 마키코의 어린 시절 친구인 나오토의 배다른 형으로 망나니 같은 인물이라 집안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 사건을 덮는 대가로 돈과 마키코의 몸을 요구하고, 명문 사립 중학교 진학을 앞둔 아들을 위해 마키코는 돈으로 해결을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혼한 전남편 게스케와 함께 늦은 밤 그를 찾아가는데, 거기서 총에 맞아 죽은 히데유키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맡게 된 경찰 준이치는, 현경에서 나온 나루라는 형사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이로써, 어릴 적 절친이었던 마키코, 게스케, 나오토, 준이치 이 네 명의 친구들은 다시금 재회하게 된다.  사실 이들은 어릴 적 비밀스러운 추억을 공유한 사이이며, 순경이었던 게스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무서운 기억도 갖고 있다.

 

한편, 히데유키를 죽인 흉기가 23년 전 분실된 경찰의 총임이 밝혀지면서, 당시 사건에 연루되었던 네 친구는 서로를 의심하는 사이가 되고, 유능한 경찰인 나루 형사에 의해 사건은 점차 베일을 벗는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이 네 사람이 간직했던 비밀은 무엇이고, 23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히데유키의 죽음이라는 사건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두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가 속도감있게 밝혀지는데...

 

종반에 이르러 살짝 힘이 빠지는 느낌이 없지 않으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초중반의 흡인력은 꽤 높다.  친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이 각자의 비밀을 공유한 채 헤어졌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다소 어색하면서도 반가운 상황에서 생기는 미묘한 심리를 잘 묘사한 점도 뛰어나다.  이들과 살짝 비켜나 있는 듯한, 그러나 사건의 해결을 오롯이 떠맡은 나루 형사는 새로운 명탐정의 탄생이라고 느껴지며, 그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도 살짝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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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붉은 악몽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포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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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책과 무기력에 빠져 있는 린타로가 우연히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아이돌 스타인 유리나가 자신을 위협하는 남자와 몸싸움 끝에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 피 묻은 자신을 발견한 것.  남자를 사라지고 없고, 겁에 질려 린타로에게 도움을 청하나, 곧 인근 공원에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유리나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음을 확신하게 된다.  자신의 친엄마가 갓난아기인 쌍둥이오빠와 아빠를 죽이고 자살한 과거 때문에, 늘 자신을 살인자의 딸로 여기고 자신에게도 살인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그녀는 극심한 두려움에 떨게 된다.

이런 유리나로부터 요리코를 떠올리게 된 린타로는 마지못해 사건의 해결에 나서게 되고, 유리나에게 벌어진 사건 및 그녀의 엄마가 저질렀다는 과거의 사건에도 진실의 메스를 들이대는 린타로.  그러나 사건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오히며 이 모녀가 살인자임을 증명하는 증거만이 명백한 가운데, 린타로는 주변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유리나의 결백을 밝혀내고자 고군분투한다. 

 

사실 사건해결의 추리과정에 비해 결말이 좀 시시한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요리코를 위하여'의 묵직한 비극의 잔영에 시달리는 린타로의 고뇌를 깊게 다루는 점에서 가볍지 않은 작품이다.  결국 자신은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린타로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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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술사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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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안주"에 이어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들려주는 괴담 이야기 시리즈 3편이다.

 

미시마야의 조카딸 오치카는 계속해서 괴담을 지닌 화자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흑백의 방에서, 화자는 말하고 버리고, 청자는 듣고 버릴 뿐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화자는 꺼내놓기 쉽지 않았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청자는 세상의 어둠을 접하고 그 의미를 가슴에 새긴다.  이로써, 지독한 비극을 겪은 이들이 이야기에서 실을 자아내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꿰매어 수선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란다.

 

실제로 '가랑눈 날리는 날의 괴담 모임' 편에서 오치카가 초대받아 간 괴담 모임의 주최자는, 괴담을 듣는 것은 한해의 마음 대청소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괴담이 단순한 재미 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우리의 삶을 다지고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 역시 작가의 대단한 역량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사랑하는 남녀를 반드시 헤어지게 만든다는 연못, 사람을 미로에 가두는 저택, 숨은 악행을 꿰뚫어 보는 아이, 식인괴물과 목숨걸고 이를 퇴치하는 여인들, 절기에 따라 망자로 변하는 남자의 이야기 등, 여섯 편의 연작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청자로서의 오치카가 계속해서 다양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며 나이드는 모습을 그려나갈 거라니, 오치카와 함께 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좀 더 즐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잔뜩 부풀어지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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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섬 밀리언셀러 클럽 119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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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자들과 단 한 명의 여자의 이야기이다.

 

무인도에서 오직 한명뿐인 여왕벌로 살아가던 기요코가 점차 변하는 섬 안의 환경에 따라 좌절을 경험하게 되고, 남자들 역시 점점 문명과는 멀어지는 상황에서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본성을 표출해가며 다툼과 광란를 겪으며 자멸해 가게 된다.  섬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는 자와 아예 포기하고 섬에 잔류하려는 자들로 나뉘고, 서로를 향한 적대와 맹목적 추종, 군중심리 등 인간의 밑바닥을 내보일 수 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사건은 이어져 간다.

 

그러나... 긴가민가 하면서도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이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한 이 작품은, 점차 정말 이걸 나쓰오가 쓴 건지 의심케 할 만큼 내게는 망작이었다.  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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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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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게 됐다.  이번 작품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도모미가 가족 별장 근처서 자동차 사고를 일으켜 추락사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얼마 후, 도모미의 아빠 노부유키, 엄마 아오에, 오빠 도모유키, 사촌동생 유키에, 절친 게이코, 그리고 약혼자였던 다카유키, 노부유키의 비서 레이코, 유키에를 사모하는 기도, 이 8명이 별장에 모이게 된다.  다들 피하고 싶었던 도모에의 사고 얘기가 나오게 되고, 이것이 단순 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이라는 게이코의 주장에 사람들은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러나 도착 첫날 밤, 그저 가까운 지인들끼리 모여 별장에서 며칠 휴가를 보내려던 계획은, 은행을 털고 도주중인 강도, 진과 다구의 침입으로 인해 순식간에 급변하고, 이때부터 강도와 인질들 사이에 숨막히는 대치가 시작된다.

 

이 와중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것이 과거 도모미의 죽음과 연관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 속에, 사람들은 제각각 추리를 통해 사건의 진실과 범인 찾기에 나선다.  날선 토론과 두뇌 싸움 끝에 드디어 밝혀지는 진실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모두 뒤엎는 반전으로 밝혀진다.

 

지금껏 보아왔던, 밀폐된 공간, 제한된 인원이라는 전형적인 본격 추리의 무대 설정에, 총으로 위협하는 강도에게 잡힌 인질극이라는 긴박한 상황까지 더해져,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사실 중반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추리가 들어맞아, 역시 그랬군, 하는 결말을 맞이하긴 했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읽은 건 사실이다.  참신한 설정이 한 몫을 더했다.  가면을 쓴 자와 벗기려는 자와의 한판 승부, 그들의 가면 게임 덕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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