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술사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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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안주"에 이어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들려주는 괴담 이야기 시리즈 3편이다.

 

미시마야의 조카딸 오치카는 계속해서 괴담을 지닌 화자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흑백의 방에서, 화자는 말하고 버리고, 청자는 듣고 버릴 뿐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화자는 꺼내놓기 쉽지 않았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청자는 세상의 어둠을 접하고 그 의미를 가슴에 새긴다.  이로써, 지독한 비극을 겪은 이들이 이야기에서 실을 자아내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꿰매어 수선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란다.

 

실제로 '가랑눈 날리는 날의 괴담 모임' 편에서 오치카가 초대받아 간 괴담 모임의 주최자는, 괴담을 듣는 것은 한해의 마음 대청소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괴담이 단순한 재미 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우리의 삶을 다지고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 역시 작가의 대단한 역량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사랑하는 남녀를 반드시 헤어지게 만든다는 연못, 사람을 미로에 가두는 저택, 숨은 악행을 꿰뚫어 보는 아이, 식인괴물과 목숨걸고 이를 퇴치하는 여인들, 절기에 따라 망자로 변하는 남자의 이야기 등, 여섯 편의 연작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청자로서의 오치카가 계속해서 다양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며 나이드는 모습을 그려나갈 거라니, 오치카와 함께 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좀 더 즐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잔뜩 부풀어지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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