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검은 밤 - 상
시바타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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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 여신의 영원"의 작가, 시바타 요시키의 작품.  작품 소개에서는, 리코 시리즈에 조연으로 등장하며 열광적인 인기를 얻은 형사 '아소 류타로'와 조폭(?) '야마우치 렌'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왜 난 그들이 생각이 안 나는 걸까...  리코에서 읽은 기억이 잘 안나긴 했지만, 일단 읽었다.

 

도쿄의 거대 조직폭력단의 2인자인 니라사키가 호텔 욕조에서 예리한 날붙이에 의해 목이 베인 채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수사하던 경감 아소 류타로는 10년 전에 피의자로 만났던 야마우치 렌을 조우하게 된다.  즉 렌은 니라사키의 동성 연인이었던 것.  이후 사건은 주변 인물들을 탐색하며 니라사키 주변에는 온통 의심스러운 사람들 뿐이다.  전방위로 수사를 펼치며 조금씩 천천히 드러나는 진실은 십여년 전 발렌타인데이, 그 성스러운 날에 일어났던 비극에서 이 모든 것이 잉태되었음을 드러낸다. 

 

경찰소설이자 추리소설, 그리고 뭣보다도 성애소설인 듯 한 작품이다.  그런 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 BL인지, 조폭 뿐만 아니라 경찰에까지 만연한 동성애는 일본의 현실일까.  동성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그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 등은 조금 불편하긴 했다, 그게 이성애든 동성애든, 꽤 농도짙은 성애소설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리고 책 소개를 다시 보다보니 나만 몰랐나보다, 원래 이 작가의 작품은 그런 쪽으로 유명하고 그에 열광하는 독자군단을 이끌고 있는 모양이다.  새삼 "리코, 여신의 영원"이 어땠더라 하는 궁금증이 들며 찾아보니 엄청난 혹평을 해놨다는...--;;

 

암튼 극상의 사랑, 궁극의 러브 스토리 운운하는 홍보 문구에 비해서는,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그리 와닿지는 않았다.  다들 너무 쓸쓸한 사랑을 하고 있구나, 너무나 집요하고 너무나 복잡하고 너무나 애증이 뒤섞인 그들의 사랑이 조금은 버거웠다.  오히려 너무 쉽게 몸을 섞으며 사랑 운운하는 것도 그게 원래 그들의 문화인가 싶기도 하고, 그게 현실인지 가상의 세계인지도 모르겠고...  암튼 추리+성애가 뒤섞인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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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미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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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을 참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다케우치 신고에 대해 재판관 가지마 이사오는 무죄 판결을 내린다.  이후 은퇴를 하고 대학에 나가 강의를 하던 이사오는 어느날 강의실에서 다케우치를 조우하게 되고,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그를 보며 억울하게 원죄를 뒤집어 쓸 뻔한 그를 가엽게 여기게 된다.  그러나 얼마 후 자신의 옆집으로 이사를 온 그를 다시 만나게 되자 적당한 거리감을 두며 외면해버린다.  그런 이사오와는 달리, 치매에 걸리고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의 간병에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이사오의 아내 히로에는 살갑게 다가오는 이웃인 다케우치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어느덧 그에게 의지를 하게 된다.  그러나 한집에 같이 사는 며느리 유키미는 다케우치가 자신의 가족들을 지켜보며 적정선을 넘어서 과도한 친절을 베푼다고 느끼며 불편해 하다가 그가 과거에 살인용의자로 몰렸다는 얘기를 듣고 불안한 의혹을 품게 된다. 


이 후 이야기는 치이는 집안일과 시댁의 횡포에 지쳐 다가오는 다케우치의 친절를 선의로만 대하는 히로에, 가정일에 나몰라하고 바깥으로만 도는 이사오, 무능하고 무책임한 아들 도시오, 다케우치를 의심하며 뭔가 조금씩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끼는 유키미, 그리고 그들의 어린 딸 마도카를 통해 허물어져가는 한 가정의 모습을 그리며, 그들 주변에 이웃한 다케우치의 정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다.  그는 과연 원죄에 희생당할 뻔한 선한 이웃인가, 아니면 선의를 가장하고 한 가정에 침투하여 붕괴시키는 광기어린 사이코인가.  범인과 범행방법에 대한 추리보다는, 인물과 사건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심리를 그린 심리스릴러의 자리에 놓일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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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불의 연회 : 연회의 시말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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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불의 연회 - 연회의 준비"에 이어 결말편.  하도 오래 전에(?) 읽은 준비 편이 기억이 안 나 시말 편을 읽기 전에 다시 준비 편을 읽기도 했다.  이리 저리 얽히고 설키고,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듯 하던 각각의 이야기가, 시말 편에서는 조금씩 합쳐지고 겹쳐지며 큰 그림을 이루게 된다.  진짜 이 방대하고 복잡한 서사를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세세한 디테일은 디테일대로 놓치지 않는 작가의 역량에 질리는 느낌까지 받았다.


이야기는, 전편에 이어, 기바, 아츠코, 후유 등이 실종되고, 오리사쿠 아카네는 살해당하고 세키구치는 범인으로 의심받고 문초를 겪고 있고,  한류기도회, 성선도, 길의 가르침 수신회, 조잔보, 란 동자 등등 (너무 헷갈려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여러 단체와 인물들과 얽히게 되며 교고쿠도 일행은 우왕좌왕하게 되고, 결국 교고쿠도가 이 모든 걸 정리하고자 나서게 된다.  이 방대한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였는데, 시말 편 중간 정도부터는 어느정도 진상이 정리될 줄 알았는데, 거의 끝부분까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기만 했다.  중간 중간 작가 특유의 요괴 장광설은 살짝 스킵하기도 하면서 결말을 향해 부지런히 나간 결과, 마지막 부분에 지금까지의 복잡한 퍼즐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알게 해주는 모든 진상이 일시적으로 밝혀지는, 불친절한 전개였다...ㅜ  그리고 그 끝에는 이 연회를 주최한 천재가 있었으니, 가히 일본판 모리아티 교수라 할 만하고, 앞으로도 그와 교고쿠도의 대결은 계속될 것만 같은 예감이다.  아무튼 이 작가의 작품은 편안히 읽을 만한 건 결코 아니다, 거의 싸우다시피 달려들어 머리 써가며 읽고 되새기고 파악하고 해야 할 그런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작가의 능력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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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붉은 사랑 -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그대가 있었다
림태주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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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림태주 시인의 '어머니의 편지'를 읽고 너무나 깊은 울림을 받은 걸 계기로 읽게 된 그의 작품집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에 맞춰 작품을 나누고 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들과 함께 글을 실은 책이다.  때론 산문으로 때론 운율적인 시의 형태로 자연과 삶을 담은 그의 소박하면서도 촌철살인적인 글들을 보는게 즐거웠다.  서사 위주의 독서를 하는 나의 습관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장르이긴 했지만, 간만에 읽는 산문의 즐거움이었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어머니의 편지'였다.  물론 실제로 이 글을 림태주 시인의 어머니가 직접 쓰고 완성한 건 아니지만, 평소 당부하거나 지나가듯 내뱉은 말씀들을 유서 형식으로 시인이 엮었다는데, 여기엔 어머니의 삶의 지혜와 넉넉한 품,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닮은 시인의 품성과 작가적 글쓰기의 능력이 더해져 나온 명작일 것이다.  두고두고 읽으며 마음의 울림을 가질만한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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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본다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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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놓아줄게"의 작가의 두번째 작품. 


40대 여성 조 워커는 전남편 사이의 두 자녀인 아들, 딸과 남친과 함께 살며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일한다.  스물이 넘은 아들 저스틴은 어릴 적 저질렀던 절도 범죄 탓에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대신 이웃집에 사는 절친한 친구 멜리사가 운영하는 한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한다.  배우를 꿈꾸는 딸 케이티는 그녀보다 나이가 꽤 많은 극단 매니저에게 푹 빠져서 조를 걱정하게 만든다.  전남편의 불륜 때문에 상처입은 조는 아이들에게는 이혼의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신문 기자인 남친 사이먼과 함께 동거하나, 저스틴은 그에게 반감을 갖고 대한다.


어느날 퇴근길에서 신문에 자신의 얼굴과 연락처가 실린 광고를 보게 되고, 신문 광고란에 실린 또다른 여성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경악하며 불안해하며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순경 켈리 스위프트와 만나게 된다.


한편, 과거의 충동적인 행동 때문에 유능한 형사에서 순경으로 강등된 켈리.  그녀는 이 사건을 접하고 형사로서의 직감과 의욕에 사건을 수사하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이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의 나레이션이 간간이 나타난다.  그리고 밝혀진 진상은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복잡하게 얽혀있으면서도 저마다의 개체로 고립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도시의 삶 속에서, 낯선 이가 나를 알아보고 나를 지켜본다는 설정에 방점이 놓인 소설이다.  그 과정이 조금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분위기로 설명된다기 보다는, 그러한 공포를 주입시키려는 느낌이 든 게 좀 아쉬웠다.  전반적인 구성이나 서술, 장치, 반전까지도 영미권 스릴러 소설의 전형적인 클리쉐들로 이루어져서 참신함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작가의 전작이 그렇듯 기타 익숙한 장치와 구성으로 적당히 그려낸 듯한 익숙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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