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여황
박경범 지음 / 은범상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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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의 의도

인간은 원시시대를 거쳐 유사 이래 그들의 보다 효과적인 사회체제를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인간의 사회는 그 구조 자체가 안정되지 못한 것으로서, 지도자의 자리는 항상 다툼과 경쟁의 중심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와 비견되게 사회생활을 하는 생물로서 개미와 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의 사회는 인간 사회나 여타 집단생활을 하는 짐승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이들에게 있어서 집단사회의 중심은 힘에 의한 경쟁과 다툼의 승리자가 자리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바로 자식을 낳는 생명 창조의 힘이 지배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성지배의 사회를 말할 때 아마조네스의 이야기 등을 거론한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양만을 여자로 했을 뿐 그들의 전투적인 성향은 다른 남자 사회의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 진정한 여성의 이야기는 여성의 본래특성 그 자체가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여성 그 자체의 능력이 바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은 가장 발달된 사회라는 벌과 개미의 사회가 인간의 사회에 적용되었을 경우를 상상할 수 있다. 그것은 물리적 힘에 의한 통치가 아닌 모성에 의한 통치로서 다스려지는, 다툼과 경쟁이 없는 인간 이상사회의 한 전형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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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마지막 사랑
박경범 지음 / 은범상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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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실 로미오와 줄리엣

박경범 지음
백만문화사 2000년 기사자료 

소설가 박경범이 시집을 냈다. 소설에서도 순수문학, 판타지, 공상과학을 망라하며 폭넓은 활동을 보인 그가 시집까지 냈다면 이제 또 시에까지 영역을 넓히는 것이 아니냐고 묻게 된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 나온 시집 <채팅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학창시절로부터 최근까지 20여년동안 틈틈이 써온 시형식의 글을 모아둔 기록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35세때부터 작가생활을 해온 박씨의 소설가로서의 활동과는 무관하고, 박씨가 지금까지 만약 그대로 일반 직장 생활을 했다 하더라도 나오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책이라 할 수 있다.

수록된 작품의 대부분은 박씨가 과거에 누군가의 대상을 두고 쓴 것이다. 그러므로 프로시인이 인위적으로 지어낸 연시집과는 다르다. 남달리 다정다감한 한 청년의 진심에서 우러난 사랑의 서정시집인 것이다.

작가는 이미 출간된 자신의 소설들의 작품성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지만 이 시집에 대해서는 그렇게 시문학적인 의미는 두지 않는다. 상당수는 시작을 염두에 두고 쓰지 않았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사랑에 처음 눈뜬 20세 때부터 40여 세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에 관한 온갖 갈등과 방황의 체험을 통해 얻어진 철학을 집약한 기록으로서 작가자신의 말마따나 주제넘은 표현을 빌자면, "사랑과 인생에 대한 한 젊은이의 잠언집(箴言集)"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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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희망의 지옥방문기
프란체소.A. 파니스 지음, 김성진.박경범 옮김 / 은범상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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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 '사랑하는 당신, 지금 어디에 있나요? 보이진 않지만,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당신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그녀에게 냉큼 달려가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붙들었다. 그녀 주변에는 보호막이 쳐 있어 내가 뚫고 들어갈 수 없었다. 비통한 마음에 나는 바닥에 쓰러져 가지 말라 애원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푹 떨구고 힘센 누군가에게 안겨가듯이 내게서 멀어졌다. 일어나 따라가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거대한 쇠사슬로 단단히 묶인 것 같았다. 발버둥 치다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가 내 곁에 돌아와 있어 너무나 반가웠다. 지상에서 봤을 때와 다름없지만 슬픔에 잠긴 수척한 표정이었고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사방은 어두워도 아주 캄캄하지는 않았다. 꽃다발을 든 그녀는 모서리가 각지고 글자새김이 선명한 비석이 서있는 무덤 앞에서 몸을 굽히고 있었다. 그녀는 무덤에 꽃을 내려놓고 무릎 꿇으며 낙루(落淚)와 더불어 나지막이 흐느꼈다.
    '내 사랑 이제 돌아오지 못하나요. 닿지 못할 먼 곳으로 가버렸나요.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났나요.'
    그녀를 만질 수는 없지만 아주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었다. 나는 그녀의 옆에서 똑같이 무릎을 꿇고 무덤을 바라보았다.
    “아앗. 프란츠… 바로 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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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時의 사랑
박경범 지음 / 은범상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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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66년 대한민국이 그 정체성을 잃고 중국에 합병되려하는 이야기를 그린 미래가상소설 〈사라진 민족〉이 있다. 그리고 청년과 중년여성의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허시의 사랑〉이 표제작이다.

수록작품은 총12편으로서 사라진 민족, 虛時의 사랑, 외계인X, 神의 소리, 짧은 사랑 긴 이별 영원한 合一(의사 장기려의 순애보), 사랑과 容恕, 세상과 나, 적자생존, 사랑의 正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겨울 手記, 인생의 벽 等이 있다.

작자의 초기 작풍(作風)인 ‘환상과학’ 등 다양한 소재가 있다가 후반에 들어 일반적인 ‘자술(自述)’풍의 단편소설들로 마무리 되고 있다.

특히 80년대 이후 명맥이 끊어졌던 세로쓰기 조판을 채택한 것이 이채롭다. “그렇게 내면 누가 읽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에 작자는 “어차피 고급독자만이 소화할 내용들인데 우리 문화의 위기에 관하여 할 수 있는 한 깊은 메시지를 내어, 위축되어가는 이 땅의 지성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싶은 것이 작품활동의 목적”이라고 답한다.

허시의사랑 읽기

虛時의 사랑 山莊의 아침해도 中天으로 떠오르고 있다. 거실 깊이 들어오던 햇살도 이제 창문께 조금밖에는 비치지 않는다. 소설가 車惠靜은 오늘도, 가족과 떨어져 이 곳 먼 교외에 자리 잡은 자신의 집필실을 겸한 산장에서 아침을 맞았다. 조금은 늦은 기상시간 이후의 여유를 갖기 위해 그녀는 거실 한가운데의 탁자 앞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찻잔과 받침접시가 있고 그 모습은 그대로 상하 대칭으로 매끄러운 탁자 면에 반사되어 보였다. 그녀는 가만히 찻잔을 들었다. 방금 타놓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 탁자 위에 놓고는,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유리면에 반사된 빛이 그녀의 안면을 올려 비추니 좁고 고른 懸垂線과 같은 아래턱의 윤곽과 그 위에 도톰히 두드러진 입술의 윗그림자가 코끝을 정점으로 강조되어 보였다. 어깨까지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칼이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결에 너울거리며 한 올 한 올 순간순간 희뿌연 광택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녀의 양 눈썹은 흡사 碧空을 나는 바닷새의 두 날개처럼 아래쪽을 머금는 모양으로 살짝 휘어 좌우로 펴져 있었고, 바로 그 아래는 역시 선대칭 유선형의 배치로 양 눈이 자리 잡아 있었다. 그 가운데로 내리 뻗은 콧날은 정확하게 양 눈과 눈썹의 중심선을 통과하며 곧게 솟아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미인이라 해도 좋을 듯싶었다. 요즘은 사람의 얼굴 모습도 영상처리를 해서 뜻하는 대로 바꾸어 볼 수 있다는데, 웬만한 사람의 모습을 놓고 본다면 여긴 이렇게 저긴 저렇게 하면 더 나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금방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아무리 첨단기술을 이용한다 해도 더 나은 그림을 만들 뾰족한 數法이 떠오를 여지가 없었다. 바로 이 때문에 그녀를 미인이라 인정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어떤 다른 기준으로 본다면 그녀의 畵像도 조금 고칠 곳이 있다. 눈가와 입가의 잔주름을 지우고 양 볼을 보다 팽팽하게 당기면 각각의 텔레비 방송에서 비싼 값을 주고 내보내는 여느 간판 얼굴들에 비해 빠질 것이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잃는 것이 있다. 그녀 앞에 마주 앉아 자기의 지나온 이야기를 조금은 感傷的으로 털어놓고, 그 중에 어떤 것은 인간으로서 공통의 관심사이기에 그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진지하게 묻고 싶은 충동⁝ 그러한 마음을 불러 끌어당기는 힘은 변형된 화상에는 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아침잠을 깨우기 위해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상태였다. 얇은 紫色 블라우스와 흰 홑치마만을 걸치고 초여름의 서늘한 아침 산바람을 아직도 젖은 기가 있는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은 서울 건너편 저 쪽에 따로 살고 있다. 주말마다 가족을 만나러 가는 일 외에는 줄곧 이곳에만 머물렀다. 가족에게는 글을 쓰기 위해 조용한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보다는 이렇게 자유롭고 편안한 몸가짐으로 자기의 삶을 지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이제 아이들도 굳이 어머니가 옆에서 봐주어야 할 때가 지났고 남편도 사회에서 쌓아올린 지위로 말미암은 공사다망한 일과로 인하여 될 수 있으면 가정이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 나은 형편이다. 분업화된 사회에서는 부분적인 역할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따로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제 주부로서의 역할 중 아직 남은 일부는 돈을 받고 집에 들르는 사람이 대신하면 된다.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일로 굳이 집에 상주할 필요는 없다. 주부가 아닌 어머니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은 주말마다 가족을 만나러 감으로써 보충하면 된다. 다시 그녀는 고개를 안쪽으로 돌려 나머지의 커피를 마셨다. 반쯤 마시고는 다시 탁자 위에 찻잔을 놓으려 할 때쯤이었다. 거실 한 구석에 있는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자리를 일어나 전화기 옆에 다가갔다. 무선 수화기를 빼들고 다시 그대로 먼저 앉았던 자리로 돌아왔다. 가만히 앉아서 차분하게 자기의 목소리를 보내려 하는 것은 그녀의 자연스런 습관이었다. 수화기에서는 한 청년의 조심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차혜정씨 댁입니까?』 『예, 전데요. 어디십니까?』 어떤 전화인가 이 순간 짐작되고 기대되는 것이 있다. 모 문예지인데 선생님의 작품을 게재하고자하니 석 달간의 기한을 두어 중단편 소설 하나를 청탁한다고 한다면 기본일 테고, 모 출판사인데 선생님이 지금 장편소설을 집필한다는 소문을 듣고 연락을 하니 미리 계약을 맺고 싶은데 선인세 이천만원 정도면 만족하겠냐는 것이라면 한 건을 건진 것이라 하겠다. 『저, 그냥 선생님의 독자인데요.』 조금 맥빠지는 것이었다. 이제 막 일어나 작업을 시작하려 하는데 앞으로 전화에서 나올 얘기는 그다지 자기에게 보탬되는 것은 아닐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물론 독자는 고객이고 독자 없는 작가는 있을 수 없겠으나, 전화까지 하는 열성 독자 하나보다는 그냥 책 한 권 사 훑어보고 집안의 책꽂이에 꽂아 넣는 독자 열 명이 나은 것이다. 『그런데요.』 「그런데 용건이 무어냐」는 뜻이 억양에 배어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그녀 특유의 차분한 어조는 잃지 않도록 배려한 소리였다. 잠시 동안 전화 안에서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어서 말하고 끝내라 하고 싶었으나 답답함을 참고 그대로 있었다. 다시 전화 속의 청년은 말을 이었다. 『방금 전까지도 憧憬의 대상이었던 분을 직접 목소리를 듣게 되니 꿈만 같습니다.』 그리고는 이윽고 자기의 소개를 했다. 『저는 이번에 새로 책을 낸 작가인데 당신께 드리고 싶습니다.』 『그야 좋지요. 감사해요.』 『어디 나가시는 곳은 없습니까?』 전화 속의 청년은 그녀를 직접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어디 나가는 곳도 없을뿐더러 생면부지의 그를 위해 시간을 내어 만날 이유도 없다. 『그냥 우편으로 보내주세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곧 봐드리지는 못할 거예요.』 『괜찮습니다. 받아 보관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통화는 곧 끝이 났다. 그녀는 수화기를 제자리에 놓고 다시 탁자 앞에 앉아 남은 커피를 다 마시고, 한 동안 더그 자리에 앉아 거실 유리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앞에는 수풀이 아담하게 우거져 있고 그 너머 아래로는 멀리 도심의 시가지가 보이는 것이 꽤 좋은 전망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저 앞의 산장 진입로 부근에 공사장이 생겨 경관을 망치고 있다. 지금 시뻘겋게 땅 파헤치고 우중충한 가건물 올려놓은 모양도 그렇지만 공사가 끝나 어떤 건물이 들어선들 먼저의 수풀보다는 못할 것이 뻔했다. 꼭 그런 건물을 자꾸 지어가야만 우리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갈수록 더 잘 살게 된다고들 하는데 자꾸 저런 원하지 않는 건물이 늘어나야만 하는 것이 어떻게 잘 산다고 할 수가 있을까. 그러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순전히 자기의 관점에서 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세든 이 아파트도 밖에서 보면 역시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나아 보일 것이 아닌가. 이 날은 더 이상 그녀의 마음을 혼란시키는 전화는 오지 않았다. 이틀 후 차혜정은 한 소포를 받았다. 안에는 붉은 색 표지의 책 한 권과메모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책을 집어 서재의 책꽂이 안쪽에 있는 책 무더기에 쌓아놓으려고 일어났다. 그러다 문득 바닥에 앉아 책을 펴 보았다. 책의 앞에는 줄거리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것은 초월적인 생명력으로 사랑을 실현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였다. 그 여인은 일생 동안에 수많은 남자를 거치면서도 전혀 쇠락하지 않는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호기심이 동했다. 스스로도 자신의 아름다움이 서서히 사위어가는 듯한 느낌에 하루하루를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보내고 있는 그녀로서는 현실을 넘은 理想의 이야기에 한 번쯤 빠져들어 보고 싶었다. 그녀는 오후의 나른한 시간을 이용해서 이 책을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그 다음 날 다시 그 목소리의 주인공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먼저 번의 소포는 잘 받으셨습니까?』 『받았어요. 재미있더군요.』 『감사합니다. 저는 당신의 아름다움도 그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 글을 보냈습니다.』 『별 말씀을 다 하시네요. 그럴 것까지는 없는데.』 『전화로 듣는 목소리도 참으로 맑고 고우십니다. 그러한 한 존재가 언제까지나 있어주지 못한다는 현실이 원망스럽습니다.』 한 번의 인사치레로 끝날 듯한 전화 속의 목소리는 점차 깊이 있는 소리를 내려는 것 같았다. 『새삼스레 그런 생각은 왜 하세요? 사람이란 다 그런 거 아녜요? 언젠가는 누구나 자기의 자리를 물러날 수밖에는 없지 않은가요?』 『글쎄요? 사람은 언젠가는 물러간다⁝ 어떤 식상한 권력자의 생물학적 소멸 같은 것은 기다려지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의 경우에는 「이윽고 소멸」이라는 것은 정말 애통합니다. 최근 당신의 책을 보았습니다. 이제까지 많이도 책의 서문을 써오곤 하며 살아왔으니 아마 앞으로는 얼마 더 기회가 없으리라는 말씀. 그 말을 읽고 가슴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당신의 갖추고 지닌 그 모든 것도 그리 멀지 않은 날에 해체되어야 한다니⁝ 너무도 매정한 것이 이 자연의 현실입니다.』 목소리의 거침없는 진행에 그녀는 당혹하면서도, 문득 그를 위로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그렇게만 생각하지 말아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인격이 성숙하게 돼요. 그 도가 다다라서 더 이상 이승에 머물 의미가 없을 때 육체를 떠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저도 영혼불멸을 믿습니다. 당신은 언젠가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오겠지요. 그러나 이번의 당신과는 같지 않을 것입니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현재 빚어져 있는 그릇에 담긴 그대로의 당신의 영혼을 원합니다.』 『그렇게도 내게 친분을 가지고 있나요? 그런 염려와 아쉬움까지 해줄 정도로 나와 친하다고 생각되세요?』 차혜정은 대화의 급진전이 일견 불안하여 제동을 걸고 말았다. 청년은 더 이상 말을 늘이지는 않았다. (이하 계속) (1996.7.作 〈계간 서울문학 2019년 겨울호〉)


허시의사랑 일러스트 챗지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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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지음, 박경범 옮김 / 은범상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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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民國 초기의 학자들은 當身들은 苦生해서 遊學을 갔다 왔으니 後學들은 더 이상 고생해서 유학을 나갈 필요가 없도록 心血을 기울여 난해한 철학서를 번역했다. 그러나 이후 국민소득의 증대로 더 이상 해외유학이 고통스러운 것이 아닌 시대가 되면서 학술번역서의 한글전용화는 原語로 학문을 접하는 專門學者層과 국내 非專門 學習者層과의 隔差를 증폭하여 전문학자의 일반학습자에 對한 獨步的 位相을 保障해주는 것이라 無批判的으로 이어져 왔다.

이 번역서의 목적은 전문학자나 專攻者가 아니라도 원어본이나 영어본을 참조하지 않고도 우리의 글을 읽으며 〈精神現象學〉의 論旨 파악이 가능하도록 함이다. 曾經에 譯者의 試圖에 關해서 우리 언어의 문제에 同志的인 人士도 전문용어를 제외한 나머지 단어들은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견해를 주기도 하였다. 같은 단어라 해도 경우에 따라 한자 혹은 한글로 다르게 표기함으로써 얻는 표현상의 효과도 문학인으로서 알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글의 기교의 관점이다. 學問을 위한 敍述은 모든 의미를 표현하는데 한 치의 曖昧함도 있지 말아야 할 것이라 非專門用語도 예외로 두지 아니하였다. 학문적 서적의 筆者는 사용어휘 全般의 意味에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헤겔 〈정신현상학〉 全文 전문낭독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wuCD_DD9OLs4CUR_k4STl3iynWOhmVPd


정신현상학의 部分句節 문장 각각의 상세한 해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wuCD_DD9OLurh6uK3Mihp88sCaPlAcQ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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藝術人 2026-07-3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된 우리말로 나온 〈정신현상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