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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소설 선집 세트 - 전3권 김지원 소설 선집 3
김지원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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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철에 보내는 팩스, 김지원을 손에 잡은 지는 오래되었다. 김지원은 부모가 文人인 가정에서 자라난 소설가 두 자매 중에 맏이이고 학교부터 문학관련학과(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니 문학인으로서는 정통파 성골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이 땅에서 문학의 뿌리를 내려 꽃피워야 하겠지만 미국 뉴욕에 거주했다. 문학전공이라기보다 영어전공이란 것의 영향이 더 컸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송구하게도 이십 여 년에 걸쳐서 차근차근전체를 완독한 다음에도 정작 전체를 관통하는 별도의 평론체계를 세우지는 못하여 작품 책에 있는 해설(황도경)을 따른다. 사막 같은 일상에서 피워 올리는 초록빛 봄의 주술을 펼치는 작가라는 칭송은 아름다운 문구인데 왜 작가의 일상적 삶이 사막 같아야 했던가는 의문의 여지를 남긴다.

 

소설집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미발표신작어머니를 찾아 삼만 리는 작가의 문제의식이 몽환적으로 묘사된 판타지라고 한다. 1900년 유럽에서 시작되어 2002년 한국에서 끝나는 이 이야기는 시공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라는 작가의 믿음을 나타낸다.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은 곧 안식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 영혼이 안식이 없으니 이 세상의 삶도 안식 없이 방황하는 모습을 그릴 수밖에 없던 것 같다,

인물들은 거의가 부모도 고향도 분명한 직업도 잃어버린 채 떠도는 뿌리 뽑힌 자들이다. 낯선 이국 땅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이고 집도 없이 떠도는 인물들이며 갈 곳도 해야 할 일도 알지 못하는 이름 없는 그들이 집을 찾아서 혹은 이름을 찾아서 떠돈다. 집과 이름을 찾아 떠도는 쓸쓸한 때론 신비스러운 여정이다.

길이구나 숲이구나 나무구나 하고 그저 떠돌아다니는 것은 악어떼가 들끓는 물을 고집스레 건너길 반복하는 들말들이나 같으니 사람들도 결국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곳으로 떠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사건이나 이념이 아니라 순간순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들이 우리 삶의 의미를 만들어낸다고 하는 작가이다. 순간순간의 풍경들과 마음의 움직임을 잡아내고자 하는 그녀의 시도는 자주 일관된 시간 구조나 논리로부터 이탈된 파편화되고 비논리적인 구조를 만들어낸다.

문만 나서면 삶과 맞부딪치는 뉴욕이 객관적이고 일상적인 시간으로 진행되는 세계라면 서울은 주관적이고 환상적인 힘으로 진행되는 세계이다. 인물들은 시시콜콜한 대화와 번잡스런 일들이 일어나는 뉴욕에서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듯이 보이지만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은밀하게 갈등과 분열이 내재하고 있다.


이상이 기존 해설의 요약인용이다. 그런데 왜 하필 외국에 바탕을 둔 환타지(幻妥志)인가. 본래 초세계적 몽환적 이야기에 경도(傾倒)되는 작가가 그나마 구체성을 잡기 위해서 뉴욕의 배경을 차용한 것이 아닌가. 서울과 같이 배경이 특별한 인상을 주지 않는 환경이었다면 주관과 환상 일변도의 힘에 이끌려 이야기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작가가 한국의 뿌리를 벗어나 살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한국에 남는다면 익숙한 환경에서 특이감을 주지 않는 일상에서 의미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환상지향 말고는 달리 없다. 그러나 환상지향의 글은 우리 문단에서 금지(?)되어 있다. 우리의 문단은 개념어를 배제한 事物 관련 日常語만으로의 창작을 권장의 정도가 아니라 강제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작가는 物象的으로나마 새로운 배경을 찾아 그곳에서 벌어지는 색다른 정경을 動機 삼아 이야기 전달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어라는 색다른 환경이 지배하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색다른 느낌이 창작의 동력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창작촉진방식에 동의하지는 않는 입장이다. 문학은 그 속한 민족의 정신을 가장 정곡(正鵠)으로 파고들어 많은 동족인이 마음으로는 느끼고는 있으나 쉽사리 표현이 되지 않는 그러한 정한(情恨)을 표현하는 데에서 그 효과를 가장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自體情恨의 섬세한 특기사항(特記事項)을 그 언어가 포착하기 어려운 상황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주변배경을 치환하여 특기사항을 추출해내야 하는 실정(實情)은 마치 인간 一般이 우주 안에서 저들의 존재의 意義를 확인하고자 풍요로운 삶의 공간을 버리고 사막을 다니면서 태양과 달 그리고 땅만을 바라보며 그것들과 相對하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이나 같다. 그러나 인간의 본질적 존재를 찾는 일은 인간의 본질과 다른 이 땅의 삶을 보조하는 각종의 물품이 그득한 이 세상에서 다만 本源한 섬세한 語彙選定으로써 저들 수많은 비본질적 요소를 헤쳐 나가 포착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그 어휘선정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시대의 작가에게는 결국 수많은 비본질적 생존보조요소의 여과(濾過)가 원활치 않은 사정으로 부득이 사막으로 뛰쳐나가야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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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실 로미오와 줄리엣
박경범 지음 / 백만문화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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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천사와 7일간의 사랑
박경범 지음 / 솔잎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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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처럼 떨어지다
박경범 지음 / 니즈커뮤니케이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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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세대
박경범 지음 / 경성라인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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