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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ㅣ VivaVivo (비바비보) 48
실비아 맥니콜 지음, 김선영 옮김 / 뜨인돌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로의 몸이 어떤 계기를 통해 바뀐다던가 아니면 죽었는데 다시 생을 얻어 돌아올 때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이의 몸을 빌어 깨어나는 소재를 다룬 책이나 영화가 종종 있어왔다. 어쨌든 타인의 몸속에 있기에 원래의 자신을 못 알아보는 지인들을 바라보는 주인공이나 독자, 관객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전개될 내용에 기대를 갖는다. 이 책 역시 그런 소재이다.
82세의 수잔과 15세 할리는 교통사고를 계기로 몸이 바뀌었다. 그리고 여기 등장하는 천사 엘리가 있다. 카르페디엠이라는 단어의 표식을 갖는 이 천사는 둘을 죽음의 문턱에서 돌려보냈다. 그리고 이들을 죽게 한 결정적 원인을 밝히도록 돕는다.
할리는 여느 십 대 소녀처럼 이성에 관심이 많을 때이고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갔던 케일과 한층 더 발전된 관계를 원했던 차였다. 이제 그 역할을 할머니 수잔이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대신해 주려고 한다. 할머니가 돼버린 할리는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무릎이 아프며 각종 챙겨 먹어야 할 약들이 빼곡하다. 하지만 운전을 할 수 있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신용카드가 있으며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집이 있다. 그러나 아들 내외는 이런 어머님을 요양원에 보내려고 한다.
교통사고의 원인은 차의 급발진에 있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하던 차에 같은 차종을 모는 온라인 게시판에서 확신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 불만의 글들도 자동차 회사에서 삭제한 듯 관련 글들이 모두 없어진다. 이제 단서는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려면 왜 교통사고가 났는지에 대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들은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이 책은 몸이 바뀌면서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고의 원인을 밝히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상대의 삶을 살아낸다. 할머니의 입장에서 보는 십 대의 진짜 멋진 남자친구는 케일이 아닌 하디프이고 소녀의 입장에서 보는 어머니를 위한 아들이 제안하는 요양원은 그 무엇이 되어도 속상하다. 또한 교통사고가 급발진에 의한 것이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도 있음을 자동차 회사에 각인시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도 흥미진진하다. 할리와 수잔의 주변 인물들도 사연이 있으며 재미있고 그들을 배려하는 각자의 행동들 역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결국 같은 차 안에서 급발진으로 인해 다시 한번 사고를 겪는다. 그리고 수잔과 할리는 다시 죽음의 문턱 앞에 선다. 어떻게 될까?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는 티켓이 한 장 그들 앞에 놓여있다. 누가 그 티켓을 받을까?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평소 자신이 놓쳤던 부분을 타인의 눈으로 보면서 자신의 진가를 얻는 잔잔한 여운이 맴도는 이야기이다.
*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