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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하는 일 -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2월
평점 :
일에 지친 나를 위해 마음의 여유와 타인의 삶의 이야기에서 위로나 공감을 얻고 싶어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시간이 하는 일이란 무엇일까?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들을 또는 잊히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궁금하게 만든다.
책을 처음 펼치면 사진과 내용 속의 글귀가 먼저 독자를 반긴다.
마음에 와닿는다. 내가 나에게 나태해질 때 나는 어느새 내가 싫어하던 사람처럼 나이 들어갈 것이다. 타협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 그런데 그 타협이 점점 나 자신을 게으르게 만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대부분 갖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등에 초점을 맞추며 살아간다. 저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많이 아팠을 때 잃은 것보다는 잃지 않은 것, 이루지 못한 것보다는 이룬 것 등에 집중하면서 그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아등바등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다는 것이다. 즉 삶에 대한 태도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현재가 자신에게 더 의미 있어질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저자가 한 번은 해외여행에서 마음에 드는 서로 다른 색의 카디건 두 개를 발견하고 어떤 것을 살 것인가 고민했단다. 고민 끝에 두 개 모두를 샀다. 아쉬움을 남겨두고 싶지 않았고 그 먼 곳까지 다시 갈 수 없을 테니까 그랬단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 돌아와서 두 카디건 모두 잘 입지 않게 되었단다. 이유가 뭘까? 사람이란 부족해야 희소가치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란다. 선택하지 않은 것이 있어야 선택한 쪽이 소중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얘기이다.
나 역시 고민하다 선택한 것을 선택하지 않은 것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선택에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 고민 끝에 모두를 선택하게 되면 꼭 저자와 같이 시큰둥해져서 훗날 꼭 낭비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그런데 더 재미난 것은 그런 일들을 계속 반복하며 산다는 데 있다. 누가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고 얘기했는지 딱 적절한 표현 같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훈수 두는 말이 참 위험하다. 무언가를 하려 할 때 친절하게 말해주는 사람도 무섭다. 물론 상대를 생각해서 하는 얘기일지라도 헤매는 시간과 실수할 시간, 실망할 시간 역시 본인이 겪고 경험해야 할 일이면 그냥 두는 것도 좋단다. 보통 부모들이 그런 것 같다. 자녀가 선택한 것이 나쁜 길이 아니라면 그 안에서 얻는 교훈도 경험도 존중해 줘야 할 것인데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는 얘기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리고 안된다는 얘기를 너무 남발한다. 가끔 '해 봐도 될 텐데' 싶은 것도 말이다. 저자 역시 한 발 물러서 보란다. 그렇게 친절하게 미리부터 모든 걱정 섞인 말로 상대를 기 죽일 필요 없이 말이다.
이 책은 다른 시선으로 사물이든 사람이든 상황이든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여유를 준다. 아등바등 살지 않더라도 내가 상대를 다 안다고 착각하지 않도록 내가 지금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고 하더라도 등등 한발 물러서고 시간의 힘으로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동안 시간에 쫓겨 일에 쫓겨 202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잠깐이지만 책을 보면서 한숨 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이래서 에세이를 읽는가 보다. 잠깐의 쉼을 얻고 다른 시선으로 주변을 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 가운데서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고 시간의 힘에 자신을 맡겨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