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 - 49년생 할머니와 94년생 손자, 서로를 향해 여행을 떠나다
이흥규 지음 / 참새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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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소개를 읽었을 때 가슴 뭉클했다. 아니 손녀도 아닌 손자가 70 넘은 할머니를 모시고 유럽여행이라~ 나라까지는 아니어도 시에서 효자 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나도 아직 유럽여행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솔직히 70 넘으면 자식이 보내준다고 해도 엄두가 안날 나이이기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생각을 하면 몸이 벌써 '이번 생 말고 다음 생에 가지~' 할 것 같다. 그만큼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을 텐데 용기를 낸 할머니도 대단하시고 손자는 더욱 마음 씀씀이가 이뻐 보였다.

이 책은 저자가 대학 졸업 후 원하는 기업에 취업이 결정되고 입사 전 연수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여유 있는 상황에서 참 즉흥적으로 계획하게 된 여행기이다. 그전에도 할머니에 대한 사랑, 간간이 할머니 댁을 찾으면서 느꼈던 할머니의 외로움 등을 생각해 온 손자가 계획한 '9박 10일의 유럽 여행기' 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힘들다. 손자는 이 여행이 두 번째 유럽여행이라 기간 안에 할머니에게 보여주고 싶은 여행 일정을 계획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물론 할머니라는 것을 감안하여 숙소나 동선, 혹시라도 편찮으시지 않을까 고민고민을 해 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할머니다. 나는 가끔 '이 시간을 즐기면 되지, 시간의 촉박함 속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뭐가 있어.'를 생각하는데 역시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더 둘러보고 멋진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할머니는 '내가 너와 손잡고 여행하는 이 시간이 행복이다.'라고 조금만 쉬었다 가자고, 너 먼저 가라고 나 좀 앉았다가 가겠노라고 하시는 말씀들이 짠하기도 하고 공감이 되기도 했다.

여행을 하면서 옷을 준비하며 설레며 발걸음을 떼는 소녀의 감성을 지닌 부분, 나이는 못 속이는 체력적 힘듦 속에서 참 많은 것을 손자는 생각했다. 할머니와 속도를 맞춰가며 때로는 느릿느릿 가는 법도 배웠을 것이고, 준비하느라 속 태우고 머리 굴렸을 노력을 할머니는 투덜투덜 불평으로 일관했을 때 속상함으로 할머니에게 퍼부었던 자신에 후회했던 모습, 그러면서도 할머니의 상태와 상황을 최대한 맞추려고 애썼을 상황들 속에 손자는 인생의 또 다른 모습들을 배워갔다.

스위스의 융프라우가 그렇게 멋있나? 할머니와 손자가 서 있는 사진을 보면서 나도 꼭 우리 부모님과 같이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 보리라 다짐해 본다. 여행의 장소 장소보다도 할머니와 손자가 서로 맞춰가며 여행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그 가운데 서로에 대해 더 이해하며 공감해 가는 모든 여정이 참 따듯하고 재밌었고 부러웠다. 그리고 남들의 실수 속에서 배우는 노하우, 여행 일정이 빡빡하지도 않았지만 할머니의 사진 속에서 묻어 나오는 풍경과 일정, 코스 등도 얻어 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시금 무사히 마친 유럽 여행기의 손뼉을 쳐 드리고 싶다.

*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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