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가 되는 토론의 기술 -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주장에 힘을 더하는 토론 연습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6
이강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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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라고 하면 참 무겁게 느껴진다. 말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넘지 못할 벽 같아 보이기도 한다. 얼마 전 중학생들이 토론대회에 나와 갑론을박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쟤들은 도대체 얼마나 책을 많이 읽고 말하기 연습을 했기에 저렇게 거침없이 주저함 없이 상대에게 논리적으로 자기주장을 쏟아낼까?' 감탄하며 본 적이 있었다. 그런 토론을 내 자녀가 할 수 있을까? 희망사항이라고 일단 결론짓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토론의 기술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여 책장을 펼쳤다.

 

이 책은 주인공 구르미라는 고1 여학생이 유튜버가 되고 싶지만 엄마의 '꿈도 꾸지 말라'라는 철벽같은 방어로 자기주장 한번 제대로 펴 보기 전에 속으로만 끙끙 앓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우연찮게 들어가게 된 학교 '토론하리'라는 동아리를 통해 토론이 무엇인지 경험하는 에피소드 과정 속에서 저자는 자연스럽게 독자로 하여금 토론의 기술을 전달하고 있다.

 

저자가 서두에 밝히고 있는 것이 있다. 강의식 수업에 익숙했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데 많이 나아졌다고 말이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에 뒤를 이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라는 질문이 이어지면 여전히 속 시원한 대답을 찾기는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국어교사인 저자는 이러한 논리적인 말하기, 글쓰기 등의 기술을 익히는 데는 토론만 한 것이 없다고 하면서 글을 시작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오늘 회식 메뉴는 양념치킨이 아닌 프라이드치킨이어야 한다.'를 시작으로 논제란 무엇이고 어떤 형식을 띄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논제란 토론에서 의견을 나눌 주제이며 이때 주제는 찬성과 반대가 분명히 나뉘어야 하고 평서문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p27

4명의 학생이 둘로 나뉘어 각기 프라이드냐 양념이냐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주고받는다. 자신의 주장이 옳은 이유를 근거를 들어가며 설명해야 하고 상대의 의견은 왜 설득력이 없는지도 메모해 가면서 반박해야 하는 과정이 우리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치킨 소재여서 흥미로웠다. 또 입론이 무엇인지 토론 시 유의사항은 무엇인지 팁을 통해 따로 메모해 주는 저자의 센스가 돋보였다. 보통 토론을 하다 보면 논제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즉, 양념이냐 프라이드냐 맛에 대한 판단이 아닌 왜 이 회식의 메뉴로 프라이드여야 하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짚고 넘어가는 부분에서 '오~ 저자가 치밀한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토론을 이끄는 담당 선생님의 보충 설명이 뒤따른다. 요점정리 및 다 하지 못한 이야기, 용어의 정리, 배운 내용을 이용해서 연습해 볼 만한 예제, 참고해서 읽으면 좋을 책 소개 등등을 소개하면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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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축제 기간 동안 토론하리 동아리에서 준비한 '토론연극'은 실제로도 꼭 써먹어 보고 싶은 방법이었다. 우리가 직접 토론해보고 싶은 논제를 연극 속에 심어두고 연극을 하다가 잠시 멈추고 사회자가 얘기한다. '여러분! 여러분이라면 이 상황이 납득이 가십니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직접 나와서 상황을 연출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 주변의 눈치가 있기에 선뜻 나서는 이가 없을 것을 예상하여 미리 배우를 관객 속에 심어 놓고 현장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배우가 손을 번쩍 들어 나와서 상황을 다시 연출해 본다. 그 뒤로는 흐름을 타서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들고 참여하게 된다. 물론 상품도 있다. 이 부분에서 생각지도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겠다. -p 161 요약

 

잠시 여러 과목 중에 이러한 연극 토론의 방법을 수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저자가 추천하는 <수업 중에 연극하자>라는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수업 속에서 활동으로 느껴보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도 그 과목이 의도한 생각하는 방법, 전달하려는 내용을 곱씹어 보는 기회가 주어질 테니 말이다.

 

마지막에는 토론대회를 준비하면서 겪는 내용 속에서 또 다른 토론 기법과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커다란 맥락은 논제에 타당한 논거를 제시하고 상대를 반박하고 내 주장의 설득력 있는 논거를 찾아 또다시 제시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 맥락 속에서 디테일함을 더해간다. 어떻게 보면 무거울 수 있는 토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재미있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토론~ 별거 아니야. 중요한 요점에 살을 좀 붙여봐' 하면서 토론의 장으로 이끌고 있다. 자녀와 '네가 머랭 쿠키를 집에서 만드는 것은 안된다.'를 가지고 토론을 해 봐야겠다. 머릿속에서 왜 그런지에 대한 논거가 솔솔 떠오르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토론은 어렵다. 형식이 있으니 거기에 맞춰야 한다. 주제가 좀 거창할 것 같다. 상대를 설득해야 할 뭔가 대단한 게 필요하다. 등등의 선입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TV에서 정당 대표들 또는 후보들의 토론을 주로 봐 왔기 때문에 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작게라도 하나씩 책에 실린 내용처럼 해 보면 집에서도 아이들과 토론을 해 볼 수 있겠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좋았고, 누구나 쉽게 토론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어 토론 입문 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만족도 괜찮은 책이어서 더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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