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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나의 생존과 용서, 배움에 관한 기록
리즈 머리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숙생활을 하면서 힘든 과거를 보내왔던 한 여인이 어떤 계기로 하버드까지 갔는지 궁금했다. 이 여인이 원래 하버드까지 갈 수 있는 총명함이 있었는데 부모와 자라나는 환경이 좋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하다가 자신의 길을 찾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평범한 사람인데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공부해서 하버드까지 갔는지 그 과정이 너무 궁금했다.
우편배달부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나는 하버드에서 보낸 편지가, 그것이 어떤 내용이든
나의 삶을 만들거나 무너뜨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나는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건,
내 인생의 다음 장이 어떻게 되건,
내 인생은 한 가지 상황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내 삶은 어떤 일이 닥치건
발을 앞으로 내디뎌 전진하려는 나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리라.
책은 총 12장의 큰 틀로 저자가 어려서부터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지내 왔는지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부모님이 마약으로 그리고 결국엔 에이즈라는 병을 얻어 한 분이 병원 신세를 지다 돌아가신 이야기, 이집 저집 신세 지며 잘 곳 없어 노숙했던 여정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초등 고학년, 중학생 시절에 가출해서 여기저기 떠돌며 지내는 아이들이 적지 않을 텐데 싶었다.
이렇게 저렇게 떠돌며 이 친구 저 친구의 집을 전전하다 한때는 가출 청소년이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된 페이지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스스로를 위한 준비를 아주 잘 해왔고 안정적인 직업과 아파트도 있으며, 룸메이트 없이도 집세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전직 가출 청소년 페이지는 리즈에게 제안한다.
'혹시 GED(미국 검정고시) 볼 생각 없어?' 이 한마디에
'아니,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야겠어.'
주인공 리즈는 목록을 만든다.
1. 사생활
2. 늘 따뜻하게 지내는 것
3. 먹고 싶을 때마다 먹을 수 있는 음식
4. 큰 침대!!
5. 깨끗한 옷과 특히 양말
6. 숙면, 그리고 누군가 깨우지 않는 것
7. 따뜻한 목욕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인데 삶이 녹록지 않았던 탓에 정말 간절한 저 목록들을 놓고 자신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필요한 학점과 자신의 현재 나이, 머물고 있는 곳, 고등학교를 다니다 말 때까지의 이수 학점 등등을 살펴보며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고입 면접을 보러 다닌다. 그러다 페리 선생을 만나면서 정식 고등학생이 될 기회를 잡는다.
리즈는 예비 고등학교에 입학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러 갔다가 빈 성적표를 한 부 출력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빈 성적표는 내가 날마다 나의 미래를 쓰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 내 가슴속에서 미래의 A 학점은 이미 실현되었다. 이제 그 목표를 위해 매진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1년 치를 한 학기에 이수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고, 친구 집과 건물 꼭대기 계단에서 쪽잠을 자며 그 무거운 교과서를 어깨가 아플 정도로 모두 싸 짊어지고 다니면서 좋은 성적으로 대입을 꿈꾼다. 그리고 졸업에 수여되는 상장을 10개나 탄다. <뉴욕 타임스> 대학 장학 프로그램에서 선발하는 6명의 장학생 중 한 명이 될때는 가슴 뭉클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드디어 해 냈구나. 리즈
페리가 말한다.
'이봐, 리지. 먼 곳에 있지만 불가능하진 않아. 하버드에 지원할 생각을 해 본 적 있니?'
그곳에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참 무한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안될 것 같고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내가 마음먹고 열심히 하면 좋은 기운들이 내가 끌어당기지 않았음에도 여기저기서 끌려오는 것 같다. 리즈는 장학금을 받고 여기저기서 천사들의 선한 도움을 받는다. 어떤 아주머니는 찾아와 '네가 공부할 동안 내가 빨래를 해 줄게', 나와는 상관없고 나와는 다른 선 너머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리즈가 아니다.
이 책의 끝은 하버드에서 오는 우편을 받으러 가면서 마무리된다. 그 우편물이 큰 봉투이면 학교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의 팸플릿이 잔뜩 든 봉투일 것이고, 작은 봉투이면 불합격을 알리는 짤막한 봉투란다. 그러나 리즈는 이미 그 봉투의 크기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만큼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됐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리즈는 이미 지금까지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몇 가지 영역에 집중한 결과들을 고등학교에 다시 입학하면서 얻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무엇이 리즈 앞에 놓여 있더라도 열심히 헤쳐나갈 것을 책을 덮으면서 응원하게 되었다.
생각만 하면 안 되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도전하면 실패하더라도 금방 일어설 것이다. 리즈의 삶이 파란만장했지만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 같다. 직장을 얻으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에게까지 좋은 기운을 나눠줄 것 같다.
*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