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나라 - 영국 선생님의 5개국 학교 탐사기
루시 크레헌 지음, 강이수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다른 나라의 교육 시스템 특히나 핀란드와 싱가포르가 궁금했다. 핀란드는 TV에서도 짧게 자주 소개돼 '좋다.'라는 로망이 있었고, 싱가포르는 예전에 아버지 해외 파견근무 때 잠시 언급되어서 갈 뻔했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국의 교사이자 교육 컨설턴트이다. 런던의 빈곤 지역에서 중등교사로 일하던 중, 아무리 노력해도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든 영국 학교의 현실을 답답해하다가 다른 나라의 교육제도를 직접 경험해 보기 위해 5개국을 엄선하여 도전을 시작했다. 현재 유네스코, 교육 개발재단 등에서 교육 컨설턴트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핀란드를 시작으로 일본,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 캐나다를 돌면서 그들의 교육현장으로 들어가 실제 경험하면서 느낀 점을 얘기하고 있다.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것은 공교육 제도가 참 잘 되어 있어 학생들의 학업 성취율이 높다는 것이다. 의무교육을 이른 나이에 시작하는 것과 핀란드처럼 놀이를 중심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취학 전 교육과정을 받고 시작하는 것을 비교해 놓은 연구 결과가 있어 흥미로웠는데 학교의 조기교육이 처음 몇 년 동안은 학업성과에서 좋지만 초등학교를 마칠 무렵에는 늦게 시작한 아이들이 먼저 시작한 동급생을 따라잡거나 앞지르기도 하면서 선행 효과가 거의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길게 볼 때 학문적 성과에 긍정적 차이가 없다면, 놀이 위주의 교육을 조금 더 시켜도 되지 않을까?'
'결정적 시기'란 어떤 학습을 받아들이고 습득하기에 최적의 시기를 말하는 것이다. 제 시기에 배운 학생들이 조기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의력 결핍 아동 및 과잉행동이 뚜렷이 감소되고 정신건강이 더 양호했으며 10대 여학생의 경우는 임신할 가능성도 더 낮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더군다나 제 시기에 배우는 학생들이 더 배움에 궁금증과 재미를 느낀다는 인터뷰를 보았을 때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질 준비가 되어 있는 단계에서 효과도 더 크게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의 경우 지나치리만큼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는 문화가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엄격한 규칙과 함께 가르쳐지고 있다. 순응과 집단주의는 사회성을 기른다는 면에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이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으며 학생들로 하여금 억압당하는 느낌을 받게 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엄격한 규칙 안에서 길러진 아이들의 중학교 수업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저자는 연구수업에서 자신의 나라와 다른 점을 발견한다. 보통 연구수업이라 하면 교사의 직무 능력을 평가받는 자리이며 등급이 매겨지는 긴장된 자리였을 텐데, 일본 학교의 연구수업은 달랐다. 교실 뒤편에 빼곡하게 들어찬 10명의 교사, 비디오카메라에서 놀랐다. 일본에서는 학생들의 수업 반응을 주로 관찰해서 교사가 효과적으로 수업을 계획하고 수행하는지 평가하고 동료 교사에게피드백을 받도록 하는 유형의 연구수업을 한다. 누군가에게 단순히 수업 능력만을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습자의 반응을 제일 먼저 관찰하면서 그 안에서 어떤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지, 배운 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참관하는 교사는 그 수업에서 배울 점이나 내 수업에 적용해 볼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피드백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의 발전을 위해 연구수업을 활용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문화의 차이를 빼고 봤을 때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싱가포르의 경우 초등학교 졸업시험(PSLE)이 사회에서 그 학생의 미래를 결정할 만큼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직장에 'PSLE' 휴가를 내고 자녀의 시험 준비를 돕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너무 일찍 학생의 미래가 시험 하나로 결정된다는 것도 안타까웠다. 다만 학업 성적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면 상대적으로 늦되는 아이들의 경우 10세 때 자신의 꿈을 완벽히 성취할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책임을 과연 누가 질 것인가? 초등학교의 이러한 높은 교육열로 인하여 비록 최하위 계층 이더라도 다른 나라의 최하위 계층보다도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테스트의 결과는 월등히 높다고 한다. 이렇게 된 근거는 1983년의 당시 총리의 생각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높은 지능의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싱가포르의 미래를 짊어져야 한다는 발상에서 특정 레벨을 통과하지 못한 여성이 불임수술을 받으면 정부 보조금을 줘서라도 임신을 막고, 대졸 여성이 출산하면 세금을 환급해 주는 등 차별 정책이 있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우수한 유전인자를 통해 인적자원을 육성하고 금융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학력과 기술력을 갖추려고 한 결과 싱가포르가 현재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1인당 GDP를 기록하고 최고의 교육제도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 외에 상하이에서는 교사와 부모의 학생에 대한 노력의 칭찬, 반복학습에 대한 이야기, 캐나다의 균형 잡힌 교육제도 등에 대한 설명이 뒤를 잇는다. 각 나라마다의 교육 여건과 추구하는 이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의 발전을 위한 교육자와 학부모의 염원과 끊임없는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한다. 각 나라의 교육 역사와 현재의 모습, 부모와 교사가 바라보는 교육, 그 이면에 저자가 자신의 나라와 비교하면서 전해주려 했던 얘기들을 보면서 만일 한국에 왔더라면 어떤 면이 소개됐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더불어 저자가 소개한 5국가의 교육 현실에 대해 조금 깊게 알아보게 된 계기가 되어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