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엄마 처방전
김미영 지음 / 미문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딸아이가 초등 고학년인데 심상치 않다. 말도 짧아지고, 동생에게 하는 말투가 부모님이다. "엄마 엄마, 아빠랑 엄마 없으면 누나가 완전 엄마, 아빠처럼 나한테 해!" 일러바치듯 한 살 터울인 동생이 얘기한다. 나도 준비해야 하는가? 사춘기 딸이 더 무서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말이다.

 

저자는 20여 년 전부터 TV 구성작가 생활을 시작으로 잡지사, 신문사에서는 기자 생활을 했고, 출판사에서는 기획 일을 했다. 그것을 계기로 <PC 바이러스 진단과 치료 함께하기>, <대한민국 여자가 아름답다>, <시험공부, 놀면서 100점 따기>, <난 시험공부 맛있게 먹는다>를 집필했다. 독서토론 교사로도 일해오다 현재는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우리네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단다.

 

책은 총 6파트로 나누어져 있으며 저자가 직접 사춘기 딸과 일상을 겪으면서 느낀 점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느낀 점을 간추려 정리해 주고 있는데 아직 사춘기를 겪지 않은 자녀의 부모, 또는 사춘기를 겪으며 지내고 있는 부모들에게 조언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동네 아줌마들과 수다를 떨다가 소름 돋는 사건을 하나 들었다. 아파트 단지에 한 가족이 이사를 왔는데 중학생 딸 둘을 키우는 가정이었다. 맞은편 단지 베란다를 통해 보이는 그 가정의 모습은 아빠는 퇴근 후 항상 바이클 페달을 구르며 운동을, 딸 둘은 거실에서 항상 아이돌 춤 연습을, 그리고 엄마는 부지런히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일반 가정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파트 내에서 앰뷸런스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이어 들려온 소식은 어느 중년 아줌마가 창문으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새로 이사 온, 그 가정, 그렇게 3일장이 치러지던 기간에 그 집의 불은 계속 꺼져 있었고, 그 이후 아빠는 여전히 운동을, 딸 둘은 아이돌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아이들 엄마의 모습만 볼 수가 없었다. - p26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으나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 중에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례가 많은듯하다. 너무 극단적인 사례인 것 같으나 자녀의 사춘기를 혹독히 겪은 저자는 그 엄마의 마지막 선택에 이해가 가고 삶의 무게가 더욱 어깨를 짓누르는 경험을 공감했다. 또 다른 등장인물은 사춘기 자녀를 늘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엄마는 도 닦은 스님보다 한 수 위여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부모의 자리를 잃거나 가정이 흔들릴 수도 있다니 각오를 정말 단단히 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

 

대화가 사라지는 조용한 집은 집에 고3인 수험생이 있어서가 아니다. 왠지 목소리를 내면 또 집안이 들썩들썩할 것만 같아 일부러 조용하고자 소리를 죽이는 것이란다. 아무리 기분 상하지 않게 말을 해도 사춘기 때는 그 말을 다시 꼬아서 듣기 때문이고, 아이도 자기 의지로 그런 게 아니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호르몬의 변화에 말이나 행동이 난폭해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막 나가는 사춘기 자녀를 잡겠다고 서로 같이 결론도 없는 일에 으르렁 대면 감정만 소모될 뿐, 그래서 엄마들이 반은 체념하고 눈치도 보고 그러다가 자신의 취미생활로 이 시기를 극복하는가 보다. 저자는 '어머니 합창단'에서 저자의 어머니는 '종교'에서 아이에게 집중된 집착을 분산시켰다고 한다.

 

- 아이가 사춘기로 접어드는 순간, 엄마도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내 아이에게 집중된 집착을 분산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한테 더욱더 집착하게 되고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그런 엄마가 부담스러워 피하게 되면서 관계는 더욱더 틀어지게 마련이다. - p35

 

시베리아를 녹여 줄 강아지의 출현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짐작이 가듯 사춘기의 위력은 시베리아를 방불케 할 만큼 위력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그 얼어붙은 집안에 강아지의 출현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진 가족의 몸과 마음이 하나로 모였단다. 요즘 우리 집 아이들도 강아지를 키우자고 난리이다. 그러나 모든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깔끔한 성겪의 아버지가 매우 반대를 한다. 휴대폰으로 게임이나 유튜브에 정신없는 아이들이 휴대폰에서 강아지로 중심을 옮긴다면 충분히 사주고 싶은데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강아지가 지치고 힘든 삶에 커다란 위안이 될 만큼 가족에게 큰 선물이었다고 한다.

 

- 가끔 부모는 키가 훌쩍 커버린 중학생 아이를 보면서 다 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지 몸만 컸을 뿐 생각은 어린아이다. 16살, 기껏 경험이라고 해봐야 학교, 학원, 집에서의 생활이 전부인데, 부모는 이러한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바란다. 따라서 아이들이 느끼는 부담감과 압박감은 결국 자신을 학대하는 방법으로 나타나곤 한다. 부모는 아이와의 소통을 통해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줘야 한다. - p 67

 

우리 가족은 아빠가 엄해서 아이의 잘못을 혼내는 것은 거의 아빠의 몫이다. 첫째와 둘째 한 살 차이 누나, 동생인데 첫째는 무슨 고등학생 취급하며 둘째는 초등학생 저학년 취급을 한다. 기껏해야 6학년, 5학년인데 말이다. 아마도 첫째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은 탓이다. 그 무게감을 못 이기고 저자가 말한 대로 나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해 본다. 그러기 전에 좀 더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봐야겠다.

 

책 중간에 '엄마가 제일 자신 있는 분야를 내 아이에게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일은 훗날 아이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는 셈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과 엄마가 가르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제대로 된 교육보다는 집착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도 학생과 자녀 둘 다 가르치고 있긴 한데 학생에게는 솔직히 무한 너그러움이 전제를 깐다. 그러나 자녀에게는 좀 더 욕심이 아니 집착이 생겨 언성부터 높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아이는 결국 눈물을 보인다. 그래서 지 자식은 가르치기가 힘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과정이야 어찌 됐건 훗날 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얘기하는데, 좀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누구에게나 스킨십은 중요하다. 스킨십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서로 교감이 되고, 더 나아가서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엄마의 손길을 무척이나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 손길은 평생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사랑으로 기억된다. 나의 엄마가 내 등을 긁어 주고, 내가 딸아이의 등을 긁어 주면서 느꼈던 정서적 교감, 그것이야말로 말이 필요 없는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다. - p 205

딸아이도 아들도 지금까지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등 긁어 주고 매일 부비부비 하며 지내고 있다. 아직 어려서라기보다는 스킨십을 통해 안정감을 얻는 것 같은 느낌이다. 퇴근하고 들어가면 달려와 안긴다. 출근 시에도 내가 빨리 나가기에 비비적거리며 일어나 잘 다녀오라고 뽀뽀해 준다. 아마 아이들이 커서도 계속 그러지 않을까 싶다.

 

KakaoTalk_20200525_122143047.jpg

                               

책을 읽으면서 '아 사춘기가 이 정도로 무서운 건가' 싶다가도 중2,3학년들과 함께 지내온 그간의 십여 년을 돌아 봤을 때, 이 아이들이 밖에서는 이렇게 활발한데 집에 가면 돌변한다고? 의아하다. 아직 내 자식의 사춘기를 안 지나 봤기에 모를 수 있고, 남의 자식과 내 자식은 또 다르기에 섣부른 판단은 못하겠지만, 책을 읽고 느낀 점이 많다. 특히나 너무 집착하지 말고, 강요하지 말고, 아이의 입장에서 헤아려 보자는 것, 그리고 빗나가더라도 결국엔 돌아오니 기다려 주자는 것, 나 나름대로의 취미를 갖고 아이의 집착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 나도 좀 살아 봐야겠다는 것, 그리고 계속 아낌없는 스킨십을 퍼부어 주어야겠다는 것 등등 사춘기 준비 부모로서의 마음을 정리해 봤다.

 

이 책은 사춘기 엄마 처방전으로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마의 역할과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준비과정의 부모라면 한번쯤 읽어두어 예방접종을 하는것도 좋을것 같다.

 

KakaoTalk_20200525_133458502.jpg



* 책과 콩나무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