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마트폰 나만 없어 - 꿈꾸는 도서관 추천 도서
호세 비센테 사르미엔토 지음, 호세 안토니오 베르날 그림, 한어진 옮김 / 파랑새 / 2020년 4월
평점 :
우리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없다. 첫째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아빠의 가장 큰 실수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스마트폰을 어려서부터 갖는 초등학생들에게 큰 메시지를 줄 것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 첫째, 둘째 모두에게 필요한 책일 것 같았다.
주요 등장인물
후안 : 10살이고, 스마트폰이 없음. 주인공임
롭 : 게임중독자이자 후안의 친구
리사 : 아는 게 많고 이쁨, 후안이 좋아하는 여자친구
후안은 10살 평범한 남자아이지만 반에서 유일하게 스마트폰이 없다는 이유로 평범하지 않은 아이가 되고 말았다. 스마트폰이 없어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기 다반사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롭과 리사는 그런 후안을 따돌리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되었으나 다른 친구들은 모두 파티가 끝날 때까지 끼리끼리 모여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할 뿐 그 누구도 후안을 끼워주지 않는다. 그리고 며칠 후 친구들로부터 스마트폰이 없음에 모욕적인 말을 듣고 후안은 집에 오면서 커다란 소원을 한 가지 빈다.

다음날 정말 모든 것이 마비되었다. 모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정지되는 날들이 길어지자 후안은 자기가 소원을 빌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다고 자책한다.
만일 정말 우리에게도 바이러스에 의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정지되는 날이 오면 어떻게 될까?
코로나19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실업자가 늘어나며,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나라 안팎으로 경제 위기로 떠들썩하며 거리에 차가 줄고, 다들 집 밖을 나오기 꺼려 했던 3월, 4월을 돌아보면 가늠이 될까?
책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가 작동되지 않아 일하러 가지 못하고, 은행 인출기도 작동하지 않아 혼란스럽고, 꺼진 휴대폰에서 진동을 느낀다며 습관적으로 주머니 속 휴대폰을 확인하고,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 평소 게임이나 sns를 줄기차게 하다 갑자기 못하게 되었을 때의 금단현상 등등 전자기기의 의존 상태가 심각함을 묘사하였다. 또한 대조적으로 전자기기 없이 산 어린이들이나 노인들은 평소처럼 자기 할 일을 하며 즐겁게 생활한다.
저자는 현대인들의 스마트폰 의존도나 과도한 사용시간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것 같다. 인류의 역사가 두 시대로 나뉜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딱 적절한 표현으로 스마트폰 전시대와 스마트폰 후시대로 나누고 있다. 스마트폰 전 시대에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주인공도 여느 평범한 친구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함께 어울려 노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모든 것들이 마비됨과 함께 처음에는 혼란을 겪었으나 이런 상황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일주일이 되던 때 시민들은 점차 그 상황에 또 적응해 갔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가족과 나들이 모습이 늘어나고 아빠와 아들이 함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는 풍경도 잦아졌다.
작가가 원하는 모습도 늘 습관처럼 들고 있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좀 더 주위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떠냐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미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해 있는 문명의 이기, 그러나 이 기계들에 노예가 되어 있지는 않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sns 또는 스마트폰을 이용함으로 생기는 신조어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테크노 좀비'란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서 주변은 신경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이란 뜻이고, '터빙'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정신이 팔려 함께 있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일이라고 한다. 같은 밥상에서도 각자가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느라 밥도 따로 먹는 느낌, 친구들을 카페에서 만났는데, 얘기보다는 각자가 자기 핸드폰을 보느라 마치 혼자 온 사람들이 테이블만 공유하는 느낌이 들 때가 너무도 많았다. 만일 우리에게도 '휴대폰 없는 날'이 하루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익살스러운 그림과 용어설명은 책을 읽는 중간중간 재미있었고, 몰랐던 용어도 많이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었으며 스마트폰의 지나친 사용을 자제하자는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간파했으나, 그래도 둘째의 휴대폰 로망은 여전했다. 첫째는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자기 반 친구들 중 한 명 한 명을 일치시키면서 자신도 휴대폰 사용을 줄여야겠다고 하니 참 잘 읽힌듯싶다.
*책과 콩나무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