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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1910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아널드 베넷 지음, 이미숙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는 참 길고 또 누구에게는 너무 짧은 하루 24시간, 그러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다. 바쁘게 살다가도 힘들어 늘어지기 마련이다.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학생들에게는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있어 그날이 그날 같기도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쥐어짜서 오롯이 피곤하지 않은 내 시간을 갖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루 24시간 남들은 어떻게 사는가 궁금하기도 하고, 책까지 내 가며 24시간을 이렇게 살라고 조언해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대가 됐다.
저자는 1800년대 사람이다. 잉글랜드에서 가난한 시골집 장남으로 태어나 1차 세계대전도 겪으면서 유럽 최고 문호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10년간 꾸준히 독서하고 글을 쓰며 투고해서 작가가 되었는데 그 이면에는 장남으로서의 책임감과 성실함이 뒷받침되었을 것 같다. 《노처 이야기 The Old Wives' Tale》(1908)로 유명해졌고 이어 《클레이행거 Clayhanger》(1910) 《힐다 레스웨이스 Hilda Lessways》(1911) 《이 두 사람 These Twain》(1916)의 3부작이 대표작이다.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매일 새로 24시간씩 주어지는 기적', '업무적 성취 이상을 해내고픈 열망', '시작은 도저히 실패할 수 없는 작은 계획부터', '문제는 24시간 중에서 8시간만 바라보는 것', '주 3회 90분 확보가 시작이다', '작게 시작해야 크게 성공한다.', ' 출근길에 집중력 훈련', ' 퇴근길에는 내면을 성찰', '예술적 안목을 키워라.', '인과 관계를 읽는 안목을 키워라', '책, 특히 시를 읽어라', '4가지 함정을 피하라'로 구성되어져 있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 주어진다. 그것도 '아침마다 당신의 지갑에 꽂히는 24시간, 아무에게도 뺏기지 않는 연금보다도 더 확실하고 휴일 수당처럼 빼지도 않는 가불도 안되고 대출도 불가능한 24시간'이라고 표현하니 느낌이 참 새로웠고, 그동안 24시간을 너무 허무하게 써버린 건 아닌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출근 시간 이후가 일과인가 퇴근 후의 시간이 일과인가?
보통 직장인의 근무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라고 할 때, 점심시간 뺀 8시간이 하루의 전부인 양 모든 에너지를 쏟고 나머지 시간을 흐지 부지 보내게 되면 이 사람은 24시간에서 8시간만 바라보며 사는 셈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물론 요즘 사람들 중에는 출근 전 시간과 퇴근 후 시간을 정말 알차게 의미 있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삶의 중심이 일에 맞춰져 있다면 그 이후의 시간이 그냥 흘러갈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16시간짜리 '작은 하루'를 되찾으란다. 하루라는 틀 안에 또 다른 하루를 계획해 보자. '작은 하루'는 오후 6시에 시작해서 오전 9시에 끝난다.' 예전에 일하면서 직장 동료들과 있는 시간이 많았을 때, 퇴근하면서 하던 얘기가 떠오른다. '나 잠깐 집에 갔다 올게, 내일 아침에 봐' 내게 주어진 하루의 무게가 집에 있는 시간과 가족보다도 직장에 더 쏠렸을 때 했던 말이다. 어쨌든 둘 다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말고 소중하게 의미 있게 보내라는 의미 말이다.
주 3회 90분 확보가 시작이다. 저자는 작지만 그 작은 시간부터 확보해서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충분히 낼 수 있는 시간이고 작정하고 그 시간을 마련한다면 자기계발이 되었든 취미생활이 되었든 의미 있게 시간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내게 만일 주 3회 9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악기를 배우고 싶다. 예전에 배우다 만 드럼을 칠 것이다. 앎은 곧 실천이다. 내가 제일 즐겨 하는 말인데, 주 3회 90분 확보,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쓸지부터 고민해 보고 정해지면 바로 실천하자.
마지막 장에 4가지 함정을 피하라고 하는데 오만한 사람이 되지 마라. 일정의 노예가 되지 마라. 조급함을 버려라. 첫 시도는 한심해 보일 만큼 사소하고 느리게 하란다. 가장 불쾌하고 비협조적인 사람, 즉 깐깐한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끔찍한 위험을 가진 자, 누구보다도 지혜롭다는 태도를 풍기는 오만한 인간은 되지 말아야 한다. 내 주변에 딱 그런 사람이 있다. 깐깐하다고 느꼈는데 글을 읽어보니 그 사람은 매사에 비협조적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그것도 모르냐는 식의 언사를 행사한다. 결국 오만의 극치인 셈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보면서 나만큼은 절대 오만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첫 시도는 한심해 보일 만큼 사소하고 느리게 하라. 내게 위안이 되는 말이다. 항상 큰맘 먹고 시도했는데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시도조차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한심해 보여도 좋으니 사소해도 좋으니 느리게 해도 된다.'라는 말이 '그럼 조금만 시도해 볼까? 한 번 해 볼까?'의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처럼 다가왔다.
그 밖에 출근길에 신문을 읽지 말라고 하는 얘기, 조금만 방심하면 삶은 본능에 휩쓸린다는 얘기, 책 중에 왜 특히 시를 읽으라고 했는지 등의 얘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어느 하나 헛되이 보내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의미 있게 보내는데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우리가 가계부로 돈의 흐름이나 지출 내역을 적어가며 돈을 관리하듯 삶에 1초도 더 생기지 않는 24시간 매일의 시간 지출 내역을 실질적으로 따져보고 검토해서 '하루 24시간'이라는 수입을 잘 소비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저자가 당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간관리를 하면서 자칫 시간에 쫓겨 오만하거나 조급하거나 그렇다고 일정에 매여 그 노예가 되지 말라는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투리 시간의 활용이나 그 시간 활용을 위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그냥 시작하면 된다는 얘기까지 왜 데일 카네기가 '시간 관리의 기본을 알고 싶다면 아놀드 베넷의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어라'라고 조언했는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책과 콩나무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